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특집 | 崔·朴의 그림자

“박근혜 정부가 사찰, 쥐도 새도 모르게 나도 당할 수 있다”

이영도 前 숭모회 회장

  • 이혜민 | 동아일보 출판국 디지털미디어팀 기자 behappy@donga.com

“박근혜 정부가 사찰, 쥐도 새도 모르게 나도 당할 수 있다”

2/4

“제대(육군 중사)해 군 사격장 개발 사업을 벌였는데, 운영 7년 만에 부도났다. 부도 난 이듬해(1988년) 박정희전대통령육영수여사기념사업회(이하 기념사업회)가 만들어졌다. 당시 박근혜는 육영재단 이사장직과 기념사업회 회장직을 겸하고 있었다. 그때 박근혜 회장은 근화보(1989년 창간된 기념사업회 월간지) 발행인이자 편집인이었다. 난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이었지만 박정희 대통령을 존경하고 글쓰기를 좋아해 글을 써서 보냈는데, 근화보에 그 글이 몇 번 실렸다. 그랬더니 1989년 박정희 대통령 10주기 추도식 자문위원 자격을 주더라. 추도식에서 박근혜를 처음 봤다. 그해 기념사업회에서 연락을 받았다. 당연히 박근혜를 만날 줄 알았는데, 한정숙 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이 최태민을 먼저 소개하더라. 당시 한 잡지에 자신에 대한 비판 기사가 많이 나왔기 때문인지 최태민은 4시간 동안 자기 인생만 얘기하며 억울해했다. 내게는 질문을 하나도 안 했다. 끝날 무렵 ‘박 회장을 자주 만나 도와드리세요’라고만 하더라.”

▼ 박근혜 회장과는 언제 만났나.

“그날 못 보고 보름 후 만나 1시간가량 대화했다. 해맑은 박근혜가 두 손으로 내 손을 맞잡으며 ‘글을 잘 봤다. 정말 뵙고 싶었다’며 반기더라. 자리에는 최태민 사람 2명이 배석했다.”



‘비둘기를 위한 파티’

“박근혜 정부가 사찰,  쥐도 새도 모르게 나도 당할 수 있다”

이영도 회장은 1990년 육영재단에서 최태민을 떼어내고 정상화하는 데 기여했다. 사진은 당시 자료들. [홍중식 기자]

▼ 언제부터 최태민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가졌나.



“고인이 된 한정숙 사무국장, 모 배화여전 교수가 강원도에 살고 있는 나를 찾아와 ‘문제를 바로잡아달라’고 하더라. ‘모든 게 쇼였다’고 했다. 근화봉사단(1989년 박근혜 기념사업회 회장이 새마을봉사단의 후신인 근화봉사단을 재조직) 단원도 전화번호부에 적힌 이름으로 채운 것이라고 했다. 최태민의 뒷돈, 여자, 어린이회관 문제까지 말하더라.”

▼ 숭모회는 육영재단 분규 때 박근령 씨 편에 섰다. 박근령 씨는 언제 처음 만났나.

“1990년 9월 7일 만나 많은 얘기를 나눴다. 박근령이 ‘우리와 함께 언니를 구출하고, 최태민을 몰아내자’고 했다. 일단 해보자 싶었다.”

▼ 본인 먹고살기도 바빴을 텐데 왜 남의 일에 관여했나.

“박정희 대통령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내가 해본다는 데 매력을 느꼈다. 관동신문(강원도 지역신문)에 ‘목련꽃 앞에서’ 시를 기고하는 것으로 선전포고를 대신했다. 동생들을 품으라는 취지였다. 그 신문을 기념사업회에 전달했다. 결국 1990년 11월 15일 박근혜는 육영재단 이사장직을 박근령에게 넘겼고, 육영재단은 ‘최태민 아방궁’에서 벗어났다.”

▼ 작전이 성공한 건가.

“그렇다. 1990년 10월 28일 ‘비둘기(평화)를 위한 파티’(작전명)가 통했다. 어린이회관 앞에서 불법집회를 했고, 유인물을 만들어 뿌렸다. 사전에 라디오방송에 ‘어린이회관에 오는 어린이들에게 상품을 주겠다’고 광고했는데 정말 어린이 500여 명이 왔더라. 아이들에게 ‘어린이회관은 어린이 품으로’라는 글자가 쓰인 티셔츠를 입혔다. 애들은 어린이회관으로 들어갔고 상품도 받아서 집으로 돌아갔다(웃음). 이날 숭모회(발기인 26명)를 만들었고, 내가 회장을 맡았다. 숭모회를 움직이는 사람은 사실상 나 하나였다. 어떤 언론도 이날의 궐기대회에 대해 쓰지 않았다. 최태민은 ‘근령이가 사회적으로 뭘 했다고 언니를 괴롭히나. 숭모회는 이상한 단체다’라고 언론플레이를 했다. 우리는 최태민 규탄에 동의한 사람들의 서명을 받아 청와대 민정으로 보냈다. 이때 박근혜에게 만남을 제안하니까 오케이 하더라.”



박근령의 26분

박근혜 정부 홍보기획비서관 천영식 씨가 문화일보 기자 시절 쓴 ‘나는 독신을 꿈꾸지 않았다’(북포스, 2005)에는 관련 일화가 나온다. 필자는 “박근혜가 혼자 외로이 이런 사업을 할 때 ‘흑기사’처럼 나타나 인력과 자금 문제 등 현안을 맡아서 해결해준 게 최태민”이라며 숭모회를 이렇게 평가했다.




2/4
이혜민 | 동아일보 출판국 디지털미디어팀 기자 behappy@donga.com
목록 닫기

“박근혜 정부가 사찰, 쥐도 새도 모르게 나도 당할 수 있다”

댓글 창 닫기

2019/06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