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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취재|‘정인석의 영어발성훈련 6개월’ 그후

이론은 맞다 그러나 성취는 쉽지 않다

  • 송문홍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대우

이론은 맞다 그러나 성취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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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년 6월 ‘신동아’에 기사가 나가면서 화제를 모았던 정인석씨의 영어 발성훈련법. 당시 그것을 배우겠다고 나섰던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 6개월이 지난 후 그들을 다시 만나봤다.》
“발성훈련 6개월이면 영어 한(恨) 풀 수 있다.” ‘신동아’ 1999년 6월호에 이런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도발강좌 - 괴짜강사 정인석의 최초 공개 영어통달비법’이라는 부제(副題)가 붙은 기사였다.

정인석씨(정인석 영어문화원장·43)의 체험적 영어학습 방법론을 소개한 그 기사의 요지는 ▲ 이제까지의 문법·단어암기 위주의 영어학습은 전적으로 잘못된 것이며, 대다수 한국인들은 이런 잘못된 영어학습법에 엄청난 돈과 시간을 쏟아부으면서도 정작 영어 한 마디 제대로 말할 수 없는 희생자들이다 ▲ 영어 뿐 아니라 모든 언어 학습의 요체는 문자가 아니라 소리를 익히는 것이며, 나(정인석원장)의 영어 발성훈련법을 6개월간 받아서 영어의 굴절음을 자기 몸에 체화(體化)시키면 한국인도 네이티브 스피커처럼 영어를 듣고 말할 수 있게 된다는 등이었다.

이 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상상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신동아’ 편집실에는 6월 내내 독자들의 문의가 쇄도했고, 정인석씨의 학원은 한동안 각종 매스컴과 몰려드는 수강 신청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신동아’ 편집실에 들어온 독자들 반응은 대체로 “그 학원 연락처를 가르쳐달라” “기자가 직접 수강해봤다고 했는데 그 결과가 어떻더냐”는 것이었고, 개중에는 “사회의 공기(公器)인 언론매체가 어떻게 특정 학원을 홍보해주는 기사를 낼 수가 있느냐”는 질책도 꽤 있었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지금, 당시 정인석씨의 발성훈련법을 시작했던 사람들은 어떻게 됐을까? 그들은 과연 정인석씨의 주장처럼 네이티브 스피커 수준의 영어실력을 갖게 됐을까? 아니면 정인석씨의 주장은 과장에 불과한 것이며, 따라서 ‘신동아’는 일부 비판처럼 ‘허위·과장광고’를 한 셈인가?

(이 기사는 ‘정인석 발성훈련법’을 검증한다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시사월간지인 ‘신동아’가 99년 6월호에 정인석씨의 발성훈련법을 소개한 것은, 그의 방법론이 우리 나라의 대다수 영어학습자들이 공유하고 있는 영어학습에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힌트가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지금, ‘신동아’가 관련 기사를 다시 다루는 것은 정인석씨의 발성훈련법을 일반에 처음 소개한 매체로서 그 결과를 알리는 것 또한 책임있는 언론의 의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6개월 후, 달라진 풍경들

‘신동아’ 1999년 6월호 기사가 나간 이후 정인석 영어문화원에는 500여명이 새로 6개월 코스 강의를 신청했다. 그 이전의 규모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한 셈이다. 협소했던 학원 공간도 대폭 확장됐다. 99년 12월 말 현재 수강생은 400여명. 학원 관계자는 “6월 이후 등록한 사람들 중 100여명이 중도 포기해 수강료를 환불해줬다”고 말했다. 6월 이후에 개설된 반(班)이 연말에 끝나면 150여명이 남게 된다고 한다.

학원측에서는 지방에 거주하는 수강 희망자들을 위해서 위성강의 계획도 준비하고 있었다. 즉 2월 말 시행을 목표로 지방 각 도시의 영어학원과 계약을 체결해 서울에서와 똑같은 내용을 위성 강의하고, 쌍방간 질의·응답도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

연말이었던 어느 날 오후에 방문한 학원 강의실에는 100여명의 수강생들이 ‘여전히’ 발성연습을 하고 있었다. 학원측 설명에 따르면 이들은 “12월 초로 6개월 코스가 이미 끝난 수강생들인데, 자발적으로 학원에 나와 ‘보충수업’을 받고 있다”는 것. 심지어 12월30일부터 1월2일까지 나흘간 하루 10시간씩 총 40시간 집중훈련도 계획돼 있다고 했다.

6개월도 훨씬 지난 뒤에 다시 보는 강의실 풍경은 예전과는 사못 달랐다. 기자가 직접 발성훈련을 받았던 99년 2∼5월에는 그냥 책상 앞에 앉아서 발성훈련을 했는데, 이제는 수강생들마다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서 발성훈련을 하고 있었다. 어떤 이는 상체를 앞으로 깊숙이 구부린 채 소리를 지르고, 두 팔을 앞으로 들고 기마자세를 하고서 소리를 지르는 사람도 있었다.

발성훈련을 지도하는 ‘훈련대장’ 한철씨의 말. 그는 99년 8월 하순경 정인석씨의 책 ‘영어 한풀이’를 독파한 뒤 40일간 서울 근교 비닐하우스에서 혼자서 집중 훈련을 한 끝에 ‘득음(得音)’에 성공했다는 사람이다(미니 인터뷰 참조).

“그동안 나름대로 다양한 훈련방법이 개발됐습니다. 발성훈련법이 기본적으로 신체를 훈련시키는 것인만큼 그냥 앉아서 하는 것보다 정확한 소리가 나오도록 갖가지 포즈를 취하고서 훈련을 하도록 지도합니다. 자전거 타이어의 속고무를 구해다가 배에 두르고 발성연습을 하도록 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수강생들마다 타이어 속고무를 구하느라 서울 시내 자전거 상점마다 소동이 벌어졌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정인석씨 영어학습법의 요체는 ▲ 기본발성 - 공명발성 - 기공발성 - 복합발성 - 스피드 복합발성 등 5단계로 구성된 발성훈련을 통해 영어 모음을 원어민처럼 발성할 수 있게 되고 ▲ 영어의 자·모음에 따라 서로 다른 입모양을 정확하게 만들어주는 전위행위에 숙달하게 되면 ▲ 원어민과 똑같은 영어 발음이 가능해지고, 이에 따라 청취력도 저절로 향상된다는 것. 간단하게 말하면, 발성훈련과 전위행위를 통해서 ‘갓난아이가 처음 말을 배워나가는 방식’으로 외국인도 영어를 습득할 수 있다는 논리다.

99년 6월호에도 언급했듯이, 그의 영어학습 방법론은 기존 학계에서 검증된 것이 아니다. 정인석씨가 중학시절 실성 직전에 갈 정도까지 독학으로 발성연습을 한 끝에 “머리 뚜껑이 열리는 듯 했다”는 개인적 체험에 바탕을 둔 방법론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그가 이 발성훈련법을 본격적으로 가르치기 시작한 게 99년 초부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특정 다수를 위한 체계적인 교수방법론이 확립돼 있던 것도 아니었다.

정인석씨의 발성훈련법에서 수강생들이 무엇보다 힘들어하는 것은 학습과정에 끝없는 인내심을 요구받는다는 점이다. 6개월 코스의 대부분을 단조로운 발성훈련에 투자해야 하고, 강의시간 뿐만이 아니라 여유시간 대부분을 여기에 투자할 것을 요구받는다. 정인석씨의 말처럼 “단어와 문장을 공부하는 게 아니라 한국어로 굳어진 몸을 영어를 발성하기 위한 신체구조로 바꿔줘야 하기 때문”이다. 발성훈련을 받는 중에는 영어 문장 하나 접하지 못하니 일반 영어학원과는 분위기가 천양지차일 수밖에 없다. 한 마디로 정씨의 이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없이는 따라가기가 매우 어려운 방법론인 것이다.

한 ‘영어도사’의 소감

기자는 일단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설문지를 돌렸다. 설문지는 질문을 세부 항목으로 나누지 않고 6개월간 정인석씨의 발성훈련법을 받은 소감을 내키는 대로 써달라는 내용이었다. 설문을 주관식으로 작성한 것은, 발성훈련법에 대한 평가 자체가 평자에 따라서 매우 주관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배포된 설문지 100장 중 수거된 것은 70장. 이와 동시에 학원 내에서 수강생 10여명을 면담했고, 학원 외부에서 별도로 10여명과 직접 면담 혹은 전화로 접촉했다.

수거된 설문지 70장에는 중첩되는 내용이 상당히 많았다. 주관식 답변이라 정밀한 분류가 쉽지는 않지만 답변을 크게 분류해보면 ▲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평가(“개인적으로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가 10장 안팎 ▲ “애초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 효과는 있었다”는 평가가 나머지 대부분이었다. 한 가지 특기할 것은,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사람 중에서도 “정인석씨의 발성훈련법 자체가 틀렸다”고 주장한 이는 거의 없었다는 점. 또,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는 사람 중 상당수는 “정인석씨의 이론 자체는 옳다”는 강한 신념을 피력했다. 우선 설문지 답변 중 긍정적인 것들 몇 가지를 추려보자.

“저는 현재 국내 S그룹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대학 시절부터 영어에 관심이 많았고, 또한 카투사로 군복무를 했기 때문에 제법 영어를 잘하는 축에 속한다고 나름대로 자부하고 있습니다. 입사할 때 토익 955점을 받아서 사내에서는 ‘영어도사’로 통하기도 했습니다. 사내에서 외국인들과 함께 근무해왔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큰 불편이 없으며, 영어 뉴스는 80% 이상 듣고 이해하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지금껏 영어공부를 해오면서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었습니다. 일례로 미국인 성인의 말은 웬만큼 알아 듣는데, 어린 아이들의 말은 문장이나 단어가 어렵지 않은 데도 좀처럼 잡아내기가 어려웠습니다. 또 회사에서 외국인들이 자기들끼리 대화할 때에도 한계를 느끼곤 했습니다(그들은 한국인들과 대화할 때에는 다소 쉽게 말합니다.)

이런 문제로 고심하던 중 ‘신동아’ 기사를 접하고 학원에 등록하게 됐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영어의 뿌리’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언어란 결국 발성음에서 시작되는 것이므로 발성음의 특징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언어학습의 첫걸음이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동시에 그것을 습득하는 것이 무척 어렵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그건 결국 저 자신을 원어민의 발음구조에 적응시켜나가는 과정이니까요.

지난 6개월간 정원장님의 발성훈련법을 열심히 훈련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부족함을 절감합니다. 성과는 분명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느낍니다. 분명 길은 맞습니다. 그리고 이 산은 시간이 걸릴지언정 오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장○진)

“이번에 발성법을 배우게 돼 저의 영어 공부에 큰 전환과 변화의 계기가 됐습니다. 원장님께서 주장하는 영어학습 방법 전반에 대해 진심으로 동감합니다. 이 방법이야말로 지금까지 아무리 해도 안되던 영어, 시간과 노력과 돈의 투자에 비해서 성과는 미미했던 영어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며, 우리 국익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고 기대합니다.

단 교습 체계가 아직 불안정해서 혼돈의 시간이 많았던 것이 아쉽습니다. 6개월 과정의 전반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 바람에 후반부에 상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 정말 아쉽습니다. 그런 점에서 좀 더 체계적인 커리큘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저는 발성훈련법에 대해서 나름대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지만, 아직 이 방법론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의심과 불신뿐인 것 같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어떻게 설득력있게 이 방법을 전파하느냐가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처음에 언론에서 이 방법론을 소개하면서 ‘6개월이면 영어를 네이티브 스피커처럼 할 수 있게 된다’고 했는데, 실제로 제가 해보니까 6개월은 영어의 기본을 닦는 과정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은 정말로 중요한 영어공부의 첫걸음이지만, 언론에서 소개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여러 수강생들이 실망한 나머지 중도 하차하는 것이 큰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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