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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폭력 유언비어 창궐하는 사이버범죄

  • 박은경 자유기고가

언어폭력 유언비어 창궐하는 사이버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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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른바 ‘사이버 범죄’가 갈수록 기승이다. 명예훼손, 음란물 거래, 사기, 절도 등 범죄 유형도 각양각색. 죄의식 없이 범행이 이뤄진다는 게 사이버 범죄의 특징이다. 그러나 사이버 상에서 저지른 ‘사소한 장난’이 현실세계의 감옥행으로 귀결될 수도 있다. 》
최근 한 PC통신 업체가 회원을 상대로 한 ‘공지사항’에 다음과 같은 경고성 글을 띄웠다.

“요즘 행운의 편지와 유사한 좋지 않은 장난성 미신 글이 게시판에 번지고 있습니다. 내용은 ‘당신을 사랑합니다’로 시작해 ‘이 글을 옮기지 않으면 소중한 사람이 죽는다’ ‘이 이야기를 남에게 전파하지 않으면 물질적 정신적 불이익을 당하거나 이야기 속에 나오는 귀신들이 따라다니게 될 것’이라는 등. 이러한 글은 주로 마음 약한 어린이나 청소년이 현혹되어 옮기는 경우가 많은데, 다른 사람에게 유포하지 말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행운의 편지는 1억원, 8억원 등 돈을 벌 수 있다는 편지,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편지, 편지를 보내면 좋아하는 사람과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다는 등의 내용으로 주로 e메일을 통해 유포되고 있습니다. (중략) 행운의 편지 등을 보내는 사람들은 운영기준에 의해 경고 또는 사용중지 등의 엄격한 제재를 받습니다.”

죄의식 못 느끼는 사이버범죄

수많은 네티즌이 장난 또는 재미 삼아, 혹은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사이버 공간의 물을 흐리면서 사이버 범죄가 날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경찰청이 발간한 ‘경찰백서’에 따르면, 99년 한해 동안 인터넷 등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한 범죄는 총 1693건에 달했다. 이중 2092명이 검거됐는데, 이는 98년에 비해서 무려 4.3배나 증가한 숫자다. 범죄 유형을 보면 음란물 불법 유통이 1334건에 달해 가장 많았고, 통신 사기는 247건이었다. 이외에 자료조작, 해킹과 바이러스 유포, 포르노사이트 운영, 프로그램 크래킹, 이메일폭탄 발송, 사이버 성폭력 등이 있다.

뿐만 아니라 특정 상대를 향해 욕설과 비속어 등을 퍼붓는 언어폭력, 유언비어 유포 등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사생활을 침해하는 등의 행위는 미처 범죄라는 인식을 갖지 못한 채 사이버 공간에 두루 만연해 있다. 심지어 현직 교사가 천박한 ‘야설’(야한 소설)을 써서 통신에 게재해 돈벌이를 하다 들통난 사례도 있다.

최근 ‘한국경제신문’이 인터넷 조사 전문업체인 코리아메트릭스와 함께 전국 네티즌 158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이버 윤리의식’ 조사 결과를 보면 많은 네티즌들이 국내 사이버문화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질문에 응한 네티즌의 80.7%가 “문제가 있다”는 답변. 이 가운데 “문제가 매우 많다”고 응답한 사람도 18.1%를 차지했다.

실제로 많은 네티즌들이 인터넷상에서 불쾌한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85.5%가 대화 도중 욕설 또는 반말 등을 경험했다고 대답했고, 저속한 말이나 의미없는 말로 게시판 또는 대화방을 점령하다시피 하는 ‘도배’를 경험한 사람도 27.8%나 됐다. 서울지검 컴퓨터수사부 관계자의 말이다.

“많은 네티즌이 사이버상에서 불법을 저질러도 범죄행각이 들통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막연하게 갖고 있다. 이는 익명성이 주는 그릇된 인식이며, 나아가 자신의 행위가 범죄라는 걸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또 사람과 사람이 직접 대면하는 일반 범죄와 달리 실체가 없는 가상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죄의식을 훨씬 덜 느낀다. 예를 들어 길거리에서 음란물을 파는 경우 대다수의 판매자나 고객들은 불법임을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상에서 음란물을 사고 팔 경우 판매자나 구입자가 서로 만나지 않고 통장과 우편으로 거래하기 때문에 미처 범죄임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이버 경찰서’ ‘사이버 감옥’도 등장

일각에서 사이버 윤리의식 실종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는 가운데,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어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입증하듯 최근 들어 특정 사이트들이 자체적으로 ‘사이버감옥’이나 ‘사이버경찰’을 창설하고 불량 회원들을 적발해 자체적으로 조처를 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례로 채팅을 겸한 사이버 주식거래 사이트인 이스톰(www.estorm.co.kr)은 사이버경찰서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이 곳은 민원실, 참회장소, 사고친 사람(일명 범죄자) 등의 코너로 꾸며졌다. 먼저 경찰서 입구에 도착하면 “여기는 신용있는 도시를 지키기 위해 땀나도록 뛰고 있는 사이버경찰서입니다. 우리 이스톰에서 정한 최소한의 규제를 외면하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ID를 격리, 수용할 작정입니다”라는 경고문이 나붙어 있다.

민원실은 주로 불량 회원들을 적발해 고발하는 신고센터로 이용되고 있다. 반면 참회장소는 격리, 수용된 회원이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비는 글을 올리는 곳이다. 민원실이나 참회장소에 게재된 글 중에는 진정으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참회자가 있는가 하면 불만을 토로하는 사례도 종종 눈에 띈다. 한 ‘죄수’는 “참회를 하라는 멜을 받고, 참…, 제가 게시판 중간중간에 소개한 사이트들이 좀 무리를 일으킨 것 같은데, 사실 뭐 기분 좋으라고 올린 거지 다른 의도는 없었슴다. 때론 좀 야한 그림도 봐주고 그래야 하는데… 어쨌든 이젠 그런 사이트 소개를 자제 하겠슴다. 잘 부탁함다”라며 다소 불만 섞인 고백을 하고 있다.

또 다른 죄수는 “제가 이스톰에 가입해서 물을 흐려 놓았다는 것을 잘 압니다. 이제부터라도 참회하고 열심히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발 절 이곳에서 나가게 해주십시오. 친구(동료 회원)들이 너무 보고 싶습니다”라며 사정했다.

민원실에 올라온 불만 섞인 글에는 사이버경찰서 제도를 못마땅해하는 경우도 있다.

“경찰서를 유심히 지켜봤는데 정말 심하신 것 같군요. 한 번의 실수로 정말 인간적으로 기분 상할 일들이 생길 것 같네요. 아무리 사이버 세계의 신용을 중시한다지만… 한 번의 실수로 가차없이 자격정지를 시키다니…”

“아니 법대로 하려면 똑바로 할 것이지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도 주지 않고…. 최소한 재판은 열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이번 건에 대해서는 보석을 요청합니다”

그런가 하면 사이버경찰서 서장을 상대로 협박성 글을 올린 회원이 있다.

“경찰서장 당장 나와. 느그들이 우리 헤임(형님)을 요기 어디께에 시방 모셔 둔겨? 울 헤임이 몰 잘못 했다고 느그들이 건드냐. 좋게 말할 때 해결보자고, 잉?”

이에 대한 경찰서장의 답변은 매우 단호하다.

“난, 경찰서장이오. 누군지 밝히지도 않고 이런 식으로 민원실에서 난동을 부리면 어쩌자는 겁니까? 당신의 형님인가 하는 사람이 참회장소에 참회를 했는데도 우리가 반응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당신 형님부터 먼저 설득해 보시오. 당신도 조사해서 감방에 넣으려다 한 번은 참기로 했습니다. 다음에 또다시 이렇게 예의없는 민원을 올렸다간 당신도 각오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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