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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접대 일번지 룸살롱 요지경

  • 김영철 자유기고가

대한민국 접대 일번지 룸살롱 요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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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살롱의 급격한 증가는 룸살롱업계의 양극화 현상을 부채질했다. ‘빈익빈 부익부’. 한정된 손님을 상대로 경쟁을 하다보니 자연 호황을 누리는 업소와 불황을 겪는 업소의 간격이 더욱 크게 벌어진 것. 룸살롱업계에서 ‘잘 나가는’ 업소로 알려진 상당수 룸살롱들은 방이 40∼50개 이상인 매머드급이거나 내부 구조가 호화롭고 술값 비싸기로 유명한 고급 룸살롱이다.

국내 최대의 룸살롱으로 알려진 업소는 서울 강남 논현동의 D룸살롱. 지하 3개층에 걸쳐 거미줄처럼 복잡한 구조로 모두 100여 개의 룸이 설치돼 있다. 술자리의 야전사령관 격인 마담만 해도 40여명. 이들이 거느리고 있는 ‘아가씨(호스티스)’들은 무려 300여 명에 이른다. 일명 ‘D걸’(디스코 걸 : 무대에서 춤추는 무희)과 웨이터, 주차, 주방 일 등을 하는 종업원까지 합하면 6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곳에 적을 두고 있다고 한다.

D룸살롱은 강남 일대에서 큰 규모뿐만 아니라 ‘높은 매상’으로도 유명하다. 평일에도 밤 10시쯤이면 100여 개 룸이 손님들로 가득 찰 정도. 룸 한 개가 하루 평균 100만원의 매상을 올린다고 치면 D룸살롱의 1일 매출 규모는 어림잡아 1억원. 종업원 수로 보나 매출 규모로 보나 이쯤 되면 웬만한 중소기업은 우스울 정도다. 지난 6월초 접대를 위해 D룸살롱을 찾아갔던 Y씨(39·제약회사 영업과장)의 ‘체험기’.

“일식집에서 손님들과 식사를 하고 9시30분쯤 (D룸살롱에) 갔어요. 워낙 큰 업소라고 소문이 나서 예약하지 않아도 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가보니 빈 방이 거의 없더라구요. 작은 방 한두 개가 비었는데 너무 좁아서 홀로 나왔죠. 홀에도 테이블이 설치돼 있었는데 우리말고도 두 팀이 더 대기를 하고 있더라구요. 홀 옆 스테이지에서 D걸들이 춤을 추고 있기에 자세히 보니 각자 옷에 번호판을 달고 있었어요. 궁금해 웨이터에게 물었더니 아가씨의 번호를 말해주면 동석을 시켜준다는 거였어요. 우리 일행이요? 10시30분 무렵이 돼서야 방이 비어 룸으로 들어갔지요. D걸도 부르고 호스티스도 앉히고 그렇게 큰 거 서너 병 마셨더니 120만원쯤 나오더라구요.”

서울시내에서 대형화 하고 있는 룸살롱은 D룸살롱 이외에도 여러 곳. 강남 S호텔 인근의 P업소의 경우엔 5층짜리 여관건물 전체를 개조해 룸살롱으로 쓰고 있고 여의도의 D업소도 최근 대형 빌딩의 한 개 층을 임대해 업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D룸살롱의 기네스 기록도 몇 개월 안에 깨질지 모른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얘기다.



강남 G아파트 주변의 S룸살롱은 규모보다는 고상하고 고풍스러운 최고급 시설로 손님을 끌고 있다. S룸살롱의 업주는 4층 빌딩을 사들여 지난해 건물 전체를 룸살롱으로 꾸몄다고 한다. 지상 4개층은 S룸살롱 업장이고 지하 2개층은 자매업소인 F룸살롱이 쓰고 있다.

S룸살롱의 룸은 30여 개에 불과(?)하지만 마치 아방궁처럼 넓고 사치스럽게 꾸며져 있다. 인테리어 비용만 10억이 들었다는 룸들은 천장이 이중구조로 돼 있고 벽에는 가야금 같은 고풍스러운 물건이 걸려 있다. 서너 명이 마시려면 최소 150만원은 들고 가야 할 정도로 비싼 곳. 하지만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 덕에 부유층 접대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S룸살롱의 ‘성공’사례는 ‘호화시설이 고액 손님을 부른다’는 업계의 속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것이기도 하다.

‘주식회사 룸살롱’의 등장

룸살롱의 대형화·고급화와 함께 한 가지 눈에 띄는 추세는 다름아닌 ‘법인화(法人化)’다. 서울 시내의 룸살롱 가운데 서너 곳은 현재 주식회사로 운영되고 있고 다른 대여섯 개 업소도 법인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서울 서초구 Y호텔 지하에 있는 B룸살롱과 중구 K빌딩 건너편의 P룸살롱이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되는 대표적 업소들. B룸살롱의 경우 관할 세무서에 법인 사업자로 등록을 마친 상태. B룸살롱은 룸 38개에 ‘아가씨’를 200여 명이나 보유하고 있는 대형 업소로 대외적으로는 ‘종업원 지주제’를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B룸살롱의 모(母)기업이 중견 건설회사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중구 P룸살롱은 룸이 20개 정도인 중형 업소. 지배 주주인 업주와 임원, 그리고 10여명의 마담이 일정액을 출자해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매월 순이익에 대해 주주로서 배당금을 받는다고 한다. B룸살롱 D마담의 지난달 배당 수입은 30만원대. ‘지난 연말 룸살롱이 최대 호황을 누렸을 때엔 100만원이 넘는 배당 수입을 올렸지만 경기가 곤두박질친 지난 봄부터는 겨우 적자를 면할 정도’라는 게 D마담의 설명이다.

‘주식회사 룸살롱’을 과연 어떤 시각으로 봐야 할까. 아마도 대다수 사람들은 호화유흥업소의 대형화라는 점 때문에 부정적으로 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선 세무공무원들은 오히려 룸살롱의 법인화를 반기는 분위기다. 자본금이 일정액 이상만 되면 회계 및 세무 감사 등을 통해 업소의 실질 수입을 파악할 수도, 또 투명한 경영과 납세를 유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을 볼 때 일선 세무공무원들의 바람은 당분간 ‘희망사항’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아직도 상당수 룸살롱 업주들이 세무 감사 등의 부담 때문에 주식회사 형태의 운영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룸살롱의 법인화는 요즘 업주들이 맞닥뜨린 새로운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룸살롱은 매우 독특한 인력구조로 운영되는 하나의 ‘기업’이다. 일반적으로 룸살롱의 인력은 업주인 회장이나 사장을 정점으로 전무, 상무 등으로 불리는 ‘임원진’과 마담과 웨이터, 아가씨(호스티스), 보조웨이터로 이어지는 ‘실무진’으로 구성된다.

규모가 클 경우 대개 동업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회장과 사장이 여러 명인 업소도 적지 않은 편. 일부 업소의 동업 업주 가운데엔 표면에 나설 수 없는 ‘신분’ 때문에 마치 주주처럼 자기 투자분에 대한 배당금만 받아가는 사장들도 있다고 한다.

‘바지 사장’과 영업 상무

상당수 룸살롱 업주들은 대외적으로 사장 노릇을 할 월급쟁이 ‘대리사장’을 따로 고용하곤 한다. 유흥업주에 대한 사회적 시각이 부정적인 데다 ‘걸면 걸리기 쉬운’ 단속 규정 탓에 업주가 전과자가 될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실권이 별로 없다는 이유로 이들 대리사장들을 업계에선 ‘바지사장’이라 부르기도 한다.

업주 다음의 실권자는 전무와 상무. 전무의 경우 업소 살림과 함께 마담 웨이터 호스티스 등을 감독하고 교육하는 매니저를 겸임하는 게 보통이다. 룸살롱 업계에는 최근 들어 종업원들을 상대로 ‘정신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업소들이 늘고 있는데 이때 전무가 ‘전임 강사’로 나서기도 한다는 것.

흔히 ‘영업상무’라고도 불리는 상무의 경우엔 대개 궂은 일을 처리하는 ‘임무’를 맡는다. ‘불량 손님’을 조용히 쫓아내고 불상사가 생겼을 때 매끄럽게 처리하는 게 바로 영업상무의 일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의 성격상 주먹세계와 연이 닿는 사람이나 현역 ‘어깨’를 영업상무로 두는 업소가 많았지만 요즘엔 오히려 법적으로 ‘깨끗한’ 사람을 선호한다고 한다. 어깨를 상무로 쓸 경우 수사기관의 집중관리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룸살롱의 ‘실무 책임자’격인 마담과 웨이터는 누가 아가씨를 장악하고 있느냐에 따라 권력서열이 달라진다. 웨이터가 아가씨를 관리하는 업소는 자연 웨이터에게 힘이 실리고 마담 휘하에 아가씨가 배속된 업소는 마담이 실권을 쥐게 된다. 웨이터가 막강한 힘을 지니는 나이트클럽과는 달리 룸살롱의 경우 마담 중심의 영업을 하는 게 대다수.

마담은 크게 두 부류로 구분된다. ‘구좌마담‘과 월급마담. 구좌마담은 실적급 연봉을 받는 프로스포츠선수와 비슷하다. 업소와 계약할 때 미리 계약기간(보통 1년)에 얼마의 매상을 올리겠다고 약속을 하고 일정액의 선불금(업계 은어로는 ‘마이낑’)을 받는다. 일종의 무이자 대여금인 선불금은 마담의 능력에 따라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억대에 이른다. 대개 구좌마담들은 이 돈을 아가씨를 새로 스카우트하거나 휘하 아가씨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는데 쓴다고 한다.

강남의 능력있는 A급 구좌마담들의 ‘계약액’은 수억원. 업소에 소속된 동안에는 자기 손님이 올리는 매상의 30∼40%가 구좌마담의 몫이다. 그러나 계약기간이 만료된 뒤 연간 매상이 계약액에 못미칠 경우엔 냉혹한 벌칙이 뒤따른다. 모자란 액수만큼 채워넣어야 하는 게 업계의 불문율. 구좌마담들의 고객유치전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월급마담의 경우 매월 고정급이 지급된다. 급여 액수는 마담의 능력에 따라 천차만별. 300만원짜리 마담이 있는가 하면 매월 800만∼900만원을 받는 연봉 억대의 마담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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