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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파주 용주골 윤락여성들

“우리도 세금내고 의보증 갖고 싶다”

  • 장윤선 월간 '참여사회' 기자

“우리도 세금내고 의보증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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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수도권의 신흥 윤락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경기도 파주군 파주읍 연풍리, 속칭 ‘용주골’. 지난 1월 초 김강자 서울 종암경찰서장의 ‘미성년 매매춘과의 전쟁’ 선포 이후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곳이다. 미아리 단속 때문에 매매춘 여성과 업주들이 대거 용주골로 몰려갔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말 미아리 텍사스촌을 떠난 그들은 지금 용주골로 몰려들고 있는가. 》
“오빠, 여기…. 잠깐만.” 긴 머리, 짙은 속눈썹, 체리핑크 립스틱, 앞가슴이 깊게 팬 스카이블루 톱에 검정 나팔바지를 입은 여성이 지나던 남성을 잡아끈다. 남자가 인상을 쓰며 짜증스럽게 반응하자 이번엔 오렌지 톤의 슬리브리스 원피스를 입은 롱다리의 여성이 다시 접근한다. “사람 잘못 봤다”는 식으로 일관하는 남성의 팔을 그녀들은 안간힘을 다해 잡아끌고 있다.

하루 24시간 내내 청소년의 출입이 금지돼 있는 파주읍 연풍리 300번지 일대. 매매춘 지역으로 잘 알려진 용주골의 원래 이름은 ‘용지(龍池)’골. 파주공고 옆에 있는 연못에서 용이 승천했다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 레드 존(Red Zone)인 용주골의 정확한 옛이름은 ‘대추벌’. 1960년대 초반까지 이곳엔 대추나무숲이 울창했고, 마을사람들은 가을이 되면 대추 수확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기도 했단다.

이 지역 연풍리에 매매춘 지대가 형성된 것은 6·25전쟁 직후인 1953년부터. 주한미군 2사가 파주읍에 자리잡은 후 파주 지역엔 1개 사단병력의 미군들이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자 그들을 대상으로 한 상점과 클럽들이 우후죽순 들어섰고, 당시 미군들을 상대로 한 기지촌이 자연스레 형성됐다. 대추벌에 모여든 수천명의 매춘 여성들은 미군들과 살을 섞어가며 달러를 벌어들였다.

그러다 1970년대 초반 미군이 점차 파주를 떠나면서 기지촌은 쇠락했고, 통닭집이나 호프집 등으로 바뀌었다. 그후 파주에 미군보다 한국군의 주둔 비율이 높아지면서, 용주골은 한국군 대상 매매춘 지역으로 바뀌었고 2000년대가 된 지금은 수도권의 신흥 윤락 명소로 등극하고 있다.

원룸주택 지은 매매춘 업소

서울에서 자동차로 약 2시간 거리. 문산 시내를 거쳐 광탄 방향으로 가다 보면 발랑리를 지나 약간 번화한 시골동네가 나온다. 언뜻 보기에도 시골동네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반짝이’ 의류점과 요란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레코드점, 미용실 등이 즐비하다.

붉은색의 청소년 출입금지 간판 레드 존(RED ZONE)을 뒤로 하고 걷다 보면 어느새 홍등가의 중심에 서게 된다. 겨우 한두 사람이 지날 수 있는 개미골목을 빠져나오면 곧장 논밭의 전원풍경이 펼쳐지고, 원룸빌딩 같은 건물이 마치 소규모 연립주택처럼 들어서 있다.

최근 개미골목 수준의 게딱지 같은 작은 매매춘 업소들은 거의 문을 닫은 상태. 대신 승용차로 오는 손님들과 접촉하기 위해 논밭 사이로 승용차 한대 정도 다닐 수 있는 길을 내고 건물을 새로 지어 이사했다.

깔끔한 주택가를 연상시키는 그곳은 마치 한 건축주가 동일한 설계도로 지은 아파트처럼 5층 높이에 똑같은 모양과 똑같은 페인트를 바르고 서 있다. 만일 1층에 빨간 통유리문만 없다면 매매춘 업소란 걸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다.

초여름 태양이 뜨겁게 콘크리트 바닥을 달구던 어느 금요일 대낮, 10cm 높이의 검정 샌들을 신고 긴 머리를 틀어올린 20대 초반의 여성이 핸드폰으로 통화하고 있었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겅중겅중 뛰며 깔깔 웃어대는 그녀는 썬텐 중이라고 말한다. 멀리서 그녀를 바라보던 서른살의 포주가 무심결에 한마디 던진다.

“쟤도 더럽게 뚱뚱하다. 배 나온 것 좀 봐!”

청주에서 카페를 하다 망해 대추벌로 돈 벌러 왔다는 김연주씨(가명·26). 그녀는 흘끗 포주의 눈치를 보며 “그래도 쟤 밤에는 없어. 낮에만 보여. 꽤 영업을 잘 한다나봐” 하며 훌라후프를 쥐고 논 옆으로 나가 열심히 돌린다. 이곳의 매춘 여성들도 뭇여성들과 다름없이 ‘살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낮이라 손님도 없고….”

푸념 섞인 서른살 여자 포주의 말을 옆에서 듣다 기회를 포착해 몇 마디 붙여보았다. 그녀는 이곳을 취재 못한 방송기자들이 편집장에게 깨지는 것을 많이 봤다면서 뭐든 묻는 말에 대답하겠다고 선뜻 나섰다. 더운 데 음료수나 한 잔 하라며 시원한 오렌지주스를 쥐어주기도 했다. 기자는 행여 포주의 마음이 변할세라 재빨리 물어보았다.

―요즘 경기는 어떻습니까?

“IMF 직후보다는 많이 나아졌어요. 주말엔 차가 안 빠질 정도예요.”

―파주는 군부대 지역인데 주로 어떤 손님들이 오나요?

“군인은 거의 없어요. 오히려 민간인이 많지. 서울, 인천, 일산에서 3인 1조로 택시 타고 오는 사람이 많아요. 승용차로 오는 사람들도 있고. 그래서 애 하나 데리고는 장사 못하겠더라구. 더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우린 얼마 전까지 법원리 20호에 있었는데, 여기 온 지는 3일밖에 안 됐어요. 법원리보다 여기가 낫다고 해서 왔는데….”

매매춘여성의 월수입 1천만원 이상?

파주에는 두 개의 커다란 매매춘 지대가 형성돼 있는데, 그중 하나가 법원리 20호다. 파주읍 법원리에 자리한 그곳은 용주골보다 소규모로 총 30개 업소에서 50여 명의 매매춘 여성이 영업하고 있다. 그녀는 파주에서만 줄곧 이 장사를 해왔다고 한다.

지금은 6개월 전 결혼한 남편과 함께 종업원으로는 김연주씨(가명) 한 명, 밥하고 빨래하는 아주머니 한 명을 데리고 영업하는 중이라고 한다. 그녀는 용주골이 법원리 20호보다는 장사가 잘된다는 소문을 듣고 이리로 이사왔는데 아직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형편. 그러나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눈으로 보기만 해도 손님들이 꽤 많다고 전한다. 대개 영업 피크는 새벽 1시부터 3시까지. 서울 등지에서 1차로 술을 마시고 대개 남자들끼리 이리로 몰려온다는 것.

―여기서는 술 안 팔아요?

“여기는 미아리처럼 술 먹고, 쇼하고 지저분하게 노는 데가 아니에요. 여긴 깨끗하게 연애만 하는 데예요. 미아리하곤 영업방침이 다르지. 그리고 미아리는 ‘미짜’(미성년자)들이 많아. 왜냐하면 대개 얘들이 가출하고 기차역 화장실에 붙어 있는 전화번호를 보고 전화하거든요. 숙식제공, 월수 200 보장. 혹해서 미아리로 가는데…, ‘미짜’들이 일을 알아요? 그러니까 일 가르쳐서 영업시키고, 도망가려고 하면 감금하고, 그러다 보면 폭행하고 싸우고. 그러니까 미아리에서 얘들이 못 버틴다니까. 그리고 여긴 기본이 6만원인데 업주랑 아가씨랑 계산해서 돈을 딱 나눠요. 우리는 방값 밥값 정도만 받는데, 미아리 업주들은 ‘미짜’한테 1만원만 떼어준대. 그러니 그게 임금착취지 뭐야.”

―김강자 서장의 ‘미성년 매매춘과의 전쟁’ 이후 미아리에 있던 매매춘 여성과 업주들이 대거 용주골로 몰려왔다는데….

“누가 그래요? 여긴 미아리 아가씨들 없어요. 그리고 미아리 업주들은 여기서 영업 못할 걸요? 동네사람들이 대대로 영업하던 덴데 뭘. 그리고 미아리엔 ‘미짜’(미성년자)들이 많은데 여긴 ‘미짜’가 하나도 없어요. 미아리야 대개 어린것들이 멋모르고 처음 가는 데지만 여기는 아가씨들이 알고 찾아오는 데라 미아리처럼 감금하고 영업시키는 일도 없어요. 저 좋으면 와서 돈 버는 거고, 저 싫으면 딴 데로 떠나면 그만이지. 붙잡는 사람도 없고, 붙잡히는 사람도 없어요. 그리고 새로 아가씨가 오면 업주랑 같이 파출소에 가서 주민등록번호 대고, 지장 찍고, 다 신고하니까 나이며 고향이며 거기서 다 알지요.”

―여기서 일하는 여성들은 돈을 얼마나 벌어요?

“글쎄…, 얼마나 벌 것 같아요? 내가 솔직히 말해주면 까무라칠 걸? 제일 못 버는 애들이 한 달에 1000만원 정도. 왜? 아닐 것 같아요? 그런데 뭐, 버는 만큼 씀씀이 큰 애도 있고, 정신 못차리는 것들은 ‘호빠’(호스트바)나 다니면서 물 쓰듯 돈 쓰고 그러는 거지 뭐. 그런데 알뜰한 애들도 많아요. 여기 있다고 다 사치 심하고, 제 앞가림도 못하고 그러지는 않아요. 벌어서 동생들 학비 대고, 집에도 부치고, 집 사고, 차 산 아가씨도 많아요. 야무진 애들도 있고, 어영부영하는 애들도 있고. 사회에 나가도 마찬가지잖아요. 여기도 똑같아요.”

―그럼 업주는 얼마나 버는 거예요?

“몰라요. 그건 묻지 말아요.”

결정적인 순간에 그녀는 함구해버렸다. 파리채를 휘두르며 이쯤 했으면 가라는 눈치를 준다.

최고의 영업기술, 샤워

현재 용주골에서 매매춘 영업을 할 수 있는 업소는 총 92개. 285명의 매매춘 여성이 연풍지소에 등록돼 있다. 김강자 서장의 단속 이전 이곳은 총 156개 업소에 370∼380명의 매매춘 여성이 영업중이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미성년 매매춘과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이곳도 파주경찰서의 지휘 아래 ‘50일작전’이 펼쳐져 그 숫자가 현저히 줄어들게 된 것이다.

그러나 대략 100여명의 매춘 여성이 줄어들었다는데도 여전히 이곳은 밤이 되면 불야성을 이룬다. 용주골에서 이렇게 매매춘이 활발한 이유는 뭘까? 파주경찰서 방범계 지도계장 강대순 경사의 말을 들어보자.

“여기는 손님들이 인천, 서울, 의정부 등 외지에서 많이 옵니다. 주로 호기심으로 이 지역을 찾더라구요. 인천에서 온 한 손님은 용주골이 서비스가 좋아서 찾는다고 하데요. 그래서 그 서비스가 뭐냐고 물었더니 ‘샤워’를 시켜준대. 영업상술이겠죠 뭐.”

1층 쇼윈도를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가정집 같은 구조의 작은 방들이 있다. 3∼4평 크기인 작은 방에는 침대 하나, TV, 작은 옷장 그리고 샤워 꼭지만 있는 욕실이 있다. 매춘 여성의 개인 방이자 영업장이다. 매춘 여성들은 쇼윈도에 나와 있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엔 주로 이 방에서 생활한다고 한다.

20대 초반 여성이 70%, 19∼20세 사이의 여성이 29%, 35세 이상의 업주 겸 매춘 여성이 1%인 이곳의 영업 패턴은 오로지 ‘연애’.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기본 30분짜리 쇼트타임과 긴 밤을 보내는 롱타임이 그것. 쇼트타임은 30분에 6만원, 롱타임은 시간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20만∼40만원 선. 주로 쇼트타임을 요구하는 손님이 많다. 연풍지소에 출장 나온 한 경찰관에 따르면 매춘 여성들의 영업 서비스는 이렇다.

“손님이 오면 먼저 샤워부터 싹 시켜준대요. 그리고 애무하고 성관계를 갖는데 딱 30분 안에 모든 게 끝난다고 하더군요. 긴 밤은, 뭐 초저녁부터 시작하면 웃돈을 주기도 하는데 대개는 부르는 게 값인 모양이더라구요. 돈이 없다 하면 깎아주기도 하고, 때로는 더 받기도 하고.”

그에 따르면 용주골엔 특별한 사건사고는 별로 없지만, 자잘한 사건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한다고 한다. 대개는 이런 유형의 사고다.

“대개 술 마시고 온 사람들과 업주가 시비 붙어 파출소까지 오게 되는데…, 남자들 중 술 마신 사람들은 사정이 더디게 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윤락녀들은 30분 시간이 지나면 나가라 하고, 남자들은 사정도 안했는데 못 나간다 하고… 이러다 싸움이 나서 오는데, 대개 업주들이 ‘네 돈은 안 먹어 임마!’ 하고 돌려보내죠. 하지만 더러는 시비가 안 끝나 파출소까지 오게 되는데 업주들은 가능하면 파출소까지는 안 오려고 해요. 왜냐하면 손님이야 간단한 시비 수준이겠지만 업주들은 매매춘행위 금지에 관한 법에 걸려 세게 맞거든요. 영업정지 등. 다 불법이잖아요.”

용주골엔 상호가 붙은 업소가 단 한 군데도 없다. 고작해야 신관3호, 신관 20호 하는 식이다. 모두 쇼윈도 앞에 증명사진 사이즈의 번호판만 붙여놓았을 뿐이다. 이에 대한 용주골 한 포주의 말.

“윤락행위 자체가 불법인데, 무슨 간판을 달고 영업을 하겠어요. 그리고 여기는 단란주점이나 미아리 텍사스처럼 주류 판매를 전혀 하지 않고 오로지 ‘성행위’만 하는 곳이에요. 다른 곳들과 달라요. 그러니까 딴 동네에서 영업하던 사람들은 여기서 적응을 못한다니깐.”

성을 사고파는 장소. 따라서 이곳에선 오로지 쇼윈도에 나와 있는 여성이 상품의 전부일 뿐, 여타 다른 부수적 요소를 기대하기 곤란하다.

현재 영업중인 92개 업소는 모두 무허가. 당연히 세금도 전혀 징수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업주와 매춘 여성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얼마나 될까? 계산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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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선 월간 '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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