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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te.com이 세계의 정치를 바꾼다”

美선거전략가 딕 모리스 고려대 특별 강연

  • 최영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yj@donga.com

“vote.com이 세계의 정치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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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딕모리스. 미국 아칸소주 법무장관이었던 빌 클린턴을 아칸소 주지사에 당선시켰고, 1992년에는 마침내 미국 대통령에 올려놓은 1등 공신이다. 그는 1996년 클린턴이 재선할 때도 선거총책임자였으며 올해 당선된 폭스 멕시코 대통령의 선거도 지휘했다. 그런 그가 (주)이프레지던트 초청으로 한국에 와서 10월7일 고려대에서 ‘미국대선과 전자정치(E-politics)’에 관해 강연했다.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넷에 관해 얘기하기 전, 여러분에게 흥미가 있을 미국의 정치체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먼저 잠깐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미 정치체제, 견제와 균형, 입법, 사법, 행정부 등에 대해서 말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에서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느냐 하는 것입니다. 국가가 새 문제에 직면했을 때, 공화당과 민주당은 이 문제를 안건으로 채택합니다. 그리고 양당은 이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토론하고 논쟁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러면 미 국민은 양당 의견을 모두 들어본 뒤에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러나 그 결론은 결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습니다. 다만 양측 의견 중 최선의 것만을 선택, 조합해 제3의 결론을 냅니다. 여기서 50~60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발생했던 미국의 역사적 사건들에 대해 말씀드리기로 하죠.

1930년대 미국이 과연 외국의 정치 상황, 예를 들면 극동 지역이나, 유럽 정치 상황에 개입해도 되는지의 여부를 묻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상관할 바가 아니라면서 개입에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개입해서 사람들의 자유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이 문제를 두고 열띤 논쟁이 벌어졌으며 미국이 좋든 싫든 개입을 해야 한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이번에는 공산주의의 위협이 미국의 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진보주의자들은 공산주의가 좋은 체제이니 소련과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공산주의는 끔찍한 체제니 전쟁을 통해서라도 뒤집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우리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소련은 그렇지 못하니 소련에 핵무기를 투하하자고 주장했습니다. 동부 유럽에서 공산주의를 몰아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논쟁의 결과로 우리는 봉쇄정책을 채택했습니다. 그 후 50년 동안 지속되었던 이 정책은 공산주의를 공격하거나 전복하려는 시도를 배제했습니다. 공산주의 체제는 그 자체 결함으로 붕괴하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공산주의 체제의 결함 때문에 러시아와 중국을 비롯한 여러 공산국가는 변화의 노선을 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1960년대 미국은 민권과 소수인종 인권이라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이들이 권리를 누릴 자격이 없다고 주장한 반면, 어떤 이는 그들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팽팽히 맞섰습니다. 그런 논쟁의 결과,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즉, 소수인종뿐만이 아니라 여성, 동성애자, 장애인 등 모두가 평등한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음을 인정한 것입니다.

1991년과 1992년 경제 사정은 매우 악화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정부는 세금을 올려야 했고, 정부의 역할도 한층 강화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보수주의자는 정부의 지출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을 들어 세금을 낮추고 정부 지출을 줄일 것을 주장했습니다. 여기서 도출된 결론은 세금은 올리되 정부 지출을 줄임으로써 재정적자를 줄여나가자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했고, 좋은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러한 역사를 통해 미국이 얻은 것은 의견이 맞서는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이를 통해 합의점에 도달하는 정신입니다. 그리고 또 새로운 토론을 시작하는 것이죠. 독일의 역사 철학자인 프레드릭 헤겔은 “역사는 정과 반의 반복적 대립을 통해 합을 도출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말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말하는 논쟁이라는 것입니다.

논쟁 통한 합의 도출이 민주주의

미국 민주주의의 성공열쇠는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민주주의적 절차를 거쳤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일단 도출된 합의안에 대해선 모두가 잘 따라주었던 것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이 합의점은 양분된 의견 중 최선의 것을 반영한 것이었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있는 삼각형은 헤겔의 삼각형 또는 “트라이앵글레이션”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제가 미국 정치를 설명하기 위해 도입한 것입니다만, 제 이론은 아닙니다. 헤겔의 이론이죠. 정말 민주주의는 이 이론처럼 발전해왔습니다. 한국이 새 문제에 직면했다고 가정할 때,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그리고 어떻게 반대할 것인지를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문제를 해결할 때 창의력을 발휘하거나 자신만의 의견을 개진해 나가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정치적 의사를 결정할 때 이미지나 인기, 슬로건에 휩쓸리지 마십시오. 오로지 토론이나 논쟁을 통해서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해보십시오. 모든 토론이 끝나고, 한국인들이 결론에 도달한 게 분명해 보일 때 “합”이 도출되는 것입니다.

한국은 지금 이런 상황에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북한을 폐쇄사회에서 끌어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북한도 변화를 원하고 새로운 국가로 거듭나고 싶어한다고 말합니다. 가난하고 굶주린 북한을 원조하고 우호관계를 맺어나가면 궁극적으로 통일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다시 한 형제 자매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북한은 남한을 속이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 주장에 따르면, 북한은 군사력을 계속 유지하고, 핵무기 개발에 온 힘을 기울일 것이며, 남한에서 받은 재정원조금을 남한을 배신하는 데 사용할 것입니다. 북한으로부터 확실한 약속도 받아내지 않고 북한과 협력하는 김대중 대통령은 한마디로 매우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거죠.

이 상반된 두 견해를 두고 뜨거운 논쟁이 오고갈 것입니다. 이것은 건전하고도 참 좋은 현상입니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이기 때문입니다. 6개월이나 1~2년 동안 이에 대한 논쟁이 이뤄진 뒤, 결론에 도달할 것입니다. 아마도 우파는 북한으로부터 안전에 대한 확약을 받고 싶어할 것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 동포임을 감안해 북한이 원조를 계속 받길 바랄 것입니다. 그렇게 합의점에 도달하면,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할 것입니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는가 하는 것입니다.

오늘 제가 다룰 주제는 인터넷입니다. 인터넷은 세계의 모든 것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정치와 정부를 바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맨 처음 미국이 건국되었을 때 일부 사람들은 초대 재무장관이었던 알렉산더 해밀턴이 이끄는 소수 부자들이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지 워싱턴은 그 견해에 찬성했습니다. 그러나 토머스 제퍼슨과 제임스 메디슨은 이에 반대했습니다. 국민이 정할 수 있도록 민주주의를 도입, 일반 국민에게 투표권을 주자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그들은 이겼고, 그 결과 오늘날의 민주주의를 우리가 누리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대해선 제퍼슨과 메디슨도 견해가 달랐습니다. 제퍼슨은 “개인이 직접 결정할 수 있도록 하자”고 얘기했습니다.

미래에는 인터넷으로 정치 참여

제퍼슨은 “국가의 모든 문제를 모든 사람들이 함께 모여 직접 결정할 수 있도록 하자”고 얘기했습니다. 이에 반해 메디슨은 그런 직접 정치는 효율적이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보다는 강력한 중앙정부가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수천 마일 멀리 흩어져 사는 300만 명의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아 직접 결정을 내리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제퍼슨은 동의했습니다. 비록 직접 정치가 가장 이상적인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각 지역의 대표들을 뽑아 의회로 보냄으로써 그들이 그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로부터 100여 년 후인 1900년대, 많은 사람들은 의회 의원들이 의사를 결정하는 방식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대기업, 부유한 자, 은행과 업계가 대통령, 상하 양원 의원 모두를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민들이 직접 이러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한 몇몇 주가 주민 발의안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법률에 따르면, 그 주의 주민은 발의안을 작성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서명이 충분히 확보되면, 그들은 이 문제를 투표에 부칩니다.

그러면 모든 주민들이 이 투표에 참여해 채택 여부를 결정합니다. 주민들은 의회나 정부, 입법부 입장을 개의치 않습니다. 이 시스템은 아직도 미국에 존재하며 총 50개의 주 중에서 27개의 주가 주민 발의안 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캘리포니아의 주의 경우, 20년 전 세금이 지나치게 계속 인상되자 주민들은 세금 인상 상한선에 관한 주민 발의안을 채택했습니다. 이는 주 정부가 어떤 선 이상으로는 세금을 인상할 수 없게 만든 것입니다. 이 발의안이 통과하자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이를 따라야 했고, 이 법안은 지금까지도 캘리포니아에서 매우 잘 지켜지고 있습니다.

인터넷은 위와 같은 종류의 정부를 미국, 한국, 일본 등 세계 모든 국가에 세울 것으로 믿습니다. 미래에는 인터넷 투표를 통해 사람들은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의 모든 국회, 의회는 인터넷을 통해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귀를 기울이게 될 것이고, 우리가 의사를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를 실현시키기에 역부족입니다. 왜냐하면 아직까지도 인터넷을 사용할 줄 모르는 인구가 많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이런 면에서 매우 앞선 국가 중 하나입니다. 한국은 전체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고, 일본은 한국보다 약간 뒤진 20%, 미국은 한국보다 높은 약 50% 이상의 국민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만간 모든 인구가 인터넷을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앞으로는 여러분이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 컴퓨터를 사야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인들이 인터넷 매체로 많이 활용하고 있는 이동통신이나 호출기, 텔레비젼을 통해서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TV의 경우 리모콘으로도 여러분은 쉽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정치인들을 신뢰할 이유가 사라집니다. 정치인들이 우리의 의견을 대변해 의사결정을 하도록 내버려 둘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우리 의견은 우리가 직접 결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인들이 우리에게 우리의 의견을 법제화할 능력을 허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한 법안을 통과시키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치인들은 단지 국민들이 인터넷을 통해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해주고, 그 투표결과를 존중하겠다고 약속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아마도 그 결과를 존중하지 않을 것이고, 그리 쉽게 자신들의 권력을 내 놓으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럴 경우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여러분의 의견을 투표를 통해 펼치기만 하면 됩니다. 여러분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정치인은 다음 선거 때 탈락시키면 됩니다. 이를 통해 정치인들은 여러분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고, 좋은 싫든 여기에 동의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물론 여러분도 이 과정에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다음 번에는 다른 결정을 내리면 됩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의사결정을 할 자유와 그로 인한 실수를 바로잡을 능력을 계속 유지하도록 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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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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