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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분석|폭발하는 안티사이트

“찍히면 죽는다!”

  • 이나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byeme@donga.com

“찍히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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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에 휘몰아치고 있는 ‘안티(anti)’ 바람. 정치인, 대기업, 애견센터에서 청와대까지.... 언어폭력인가? 네티즌의 정당한 권리주장인가.?
  • ‘성역’없는 24시간 감시체계, 안티사이트의 위력.
권 보아. 혜성처럼 등장한 만 13세 소녀 가수다. 나이답지 않은 춤솜씨, 성숙한 미모로 가요계에 뜨거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인기를 반영하듯 사이버 스페이스도 온통 ‘권보아’ 일색이다. 어림잡아 70, 80개쯤 될까. 그런데 좀 이상하다. 관련 사이트 대부분이 ‘반(反) 보아’를 표방하고 있는 것이다.

‘권봐킬러’ ‘권보아 죽이기’ ‘살인! 보아’ ‘보아뱀사냥꾼’ ‘fuck you boa!’ ‘미친18보아’ ‘보아 저주’ ‘권보아를 죽입시다!’….

속내용은 더하다. 차마 글로 옮길 수 없을 만큼 심한 욕설, 성희롱, 기괴하게 변형된 사진들과 저주의 말. 요즘 유행하는 안티(anti) 사이트의 일종이다.

그러나 이런 연예인 대상 홈페이지들이 안티사이트의 전부는 아니다. 수적으로는 월등하지만 사회적 파급력은 미미한 편. 오히려 주목해야 할 것은 기업, 정치인, 단체, 기타 사회 체제를 대상으로 ‘반대’를 선언하고 나선 사이트들이다.

안티사이트의 대상이 되는 쪽은, 그것이 단체건 사람이건, 상당히 긴장할 수밖에 없다. 네티즌 전체가 감시자가 된 느낌. 익명성 뒤에 숨은 이들은 대상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을 퍼붓고, 여기 인터넷 특유의 가공할 파급력이 더해져 ‘광속으로’ 여론을 형성해 간다. 오죽하면 ‘인터넷 염라대왕’이란 말이 다 쓰일까.

인터넷 염라대왕

현재 국내에서 눈에 띄는 활동을 벌이는 안티사이트는 150여 개. 종류는 대략 세 가지다. 첫째, 정치인 연예인 운동선수 등 특정 인물에 대한 비난·평가·비평을 담고 있는 것. 둘째는 기업이나 기관에 의한 피해, 제품에 대한 불만사항 신고 및 불매운동을 벌이는 사이트. 셋째가 특정 이슈에 대한 반대 캠페인을 벌인 뒤 사라지는 부류이다.

정치인 관련 안티사이트 중 가장 조회 수가 높은 것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를 겨냥한 ‘안티창(www.antichang.wo.po)’이다. 개설 4개월 만에 조회 수 5만회를 넘어섰다.

‘안티 대화방’ ‘이회창총재께’ ‘비판과 대안’ ‘안티자료실’ 등으로 꾸며진 이 사이트의 백미는 ‘이회창 평론-민주주의를 위해 십자가를 지겠다’.

1부 ‘참된 법관의 표상 이회창’, 2부 ‘97 대선과 허구의 실체’, 3부 ‘여당불패 신화의 종언’, 4부 ‘3김 아류와 노무현론’ 5부 ‘준비된 발목정치의 비애’ 등 5개 섹션에 총 50꼭지의 글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정치소설 지망생으로 알려진 작가의 ID는 ‘절망의 강’. 방대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 나름의 논리로 이총재를 비판한다. ‘김대중 정권 비판 모음집’이란 부록을 덧붙여 평론에 ‘공정성’을 더했다. 김대통령을 비판한 신문 사설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안티창’의 운영자는 대구 경북대생 김지훈(22) 씨다. 김씨는 “지난 6월, 남북 정상회담 후 이총재가 보인 언행에 실망해 사이트를 개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이유는 이총재가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이기 때문이라고. “제도권 언론이 제공하는 정보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이총재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도 온통 자화자찬 아닌가. 국민들, 또는 네티즌에겐 더 많은 정보를 제공받고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분출할 기회가 필요하다.” 김씨는 또 “경북 지역에 살다 보면 지역감정이 얼마나 뿌리깊고 파괴적인 망국병인지 실감하게 된다”며 “그것을 자극해 이득을 보려는 정치세력이 있다면 당연히 비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을 대상으로 한데다 성격상 과격한 글이 많이 올라와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그 자신 고등학생 시절엔 ‘대쪽 법관 이회창’의 열렬한 팬이었기에 인간적 갈등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총재는 공인이다. 특히 나라의 미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인물인 만큼 감시하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지금 김씨의 입장이다.

초기에는 게시판이나 전자우편을 통해 ‘사이트를 폐쇄하라’고 협박하거나 ‘전라도놈’ ‘민주당 프락치 아니냐’며 심한 욕설을 퍼붓는 경우도 많았지만 지금은 비교적 안정된 상태라고. 전화 인터뷰 중 기자가 “인적 사항을 밝혀도 되겠느냐”고 묻자 김씨는 조심스레 “과(科)만 적지 말아달라”고 했다. 자신의 견해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보복이 “솔직히 겁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10여 분 후, 기자의 휴대전화에 문자메시지가 들어왔다.

‘학과까지 다 밝혀도 상관없습니다! 제가 나쁜 일 하는 것도 아닌데요 뭐^^.’

김지훈 씨였다(그러나 과는 밝히지 않기로 한다. 이것은 물론, 기자의 판단이다).

“민주당 프락치 아냐?”

‘안티창’에 이어 두 번째로 개설된 정치인 안티사이트는 ‘안티권오을(user. chollian.net/~fsh3a/main.htm)’이다. 사이트 문이 열리면 큼직하게 쓰인 글귀가 한눈에 들어온다. ‘무심코 키운 통일의 걸림돌 권오을’. 두 번째 페이지의 머리글도 비슷하다. ‘통일! 권오을 하나면 충분히 막을 수 있습니다.‘

헤드 카피에서 알 수 있듯 이 사이트는 지난 7월13일 있었던 권의원의 “청와대가 친북세력이냐”는 발언에 자극 받아 만들어진 것이다. 운영자는 자신을 인터넷업체 기획팀장이라 밝힌 ‘안티맨’ 김상한 씨다. 김씨는 ‘운영자의 변’에서 “김영삼, 정형근, 이회창 씨 등의 안티사이트를 만드는 건 겁난다. 예전에 김영삼 씨에게 페인트 계란 던졌던 할아버지는 아직 감옥에 있지 않으냐”며 “권의원은 적어도 안티사이트를 포용할 만큼의 됨됨이는 되지 않겠느냐는 실낱 같은 희망을 품고 만들었다”고 적고 있다.

권의원 홈페이지를 패러디한 이 사이트는 ‘안티창’에 비해 운영자의 ‘반 권오을 정서’가 직접 드러나 있는데다 내용도 빈약한 편. 조회 수는 5만회에 육박하지만 9월 이후에는 거의 업그레이드되지 않고 있다. 사이트 개설 초기 권의원이 “정치적 음모가 의심된다”는 발언을 해 또 한 번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통화에서 권의원 측은 “오해였던 것 같다”며 당시의 발언을 정정했다.

특기할 만한 점은 권의원의 보좌관 류대영 씨가 안티맨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한 것. 류씨는 게시판을 통해 “발언 하나만을 잣대로 한 정치인의 통일관을 단정하고 이를 근거로 반통일세력이라 몰아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치행위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평가할 수 있는 만큼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토론을 통해 오해를 불식시키자”는 글을 올렸다. 안티사이트가 정치인, 특히 소수의 유권자를 기반으로 한 지역구 출신 의원에게 끼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반사모(이인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모임, www.leeinje.com)’도 비슷한 분위기다. 8월21일 개설된 이 사이트도 이인제 의원에 대한 적대감을 분명하게 노출한다. ‘이인제는 철새 정치인이 아니라 박쥐 정치인’이라거나 ‘민주경선의 불복자, 기회주의자’라는 비난을 서슴지 않는다. 운영자는 재미교포라고 한다.

이의원 쪽에서는 이 사이트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박종강 보좌관은 “할 말이 참 많다”며 일련의 과정을 설명했다. “7월 초 의원실은 물론 당 전산국을 통해서까지 ‘leeinje.com’이라는 도메인을 사지 않겠느냐는 제안이 계속 들어왔다. 한마디로 이의원 도메인을 선점한 후 재판매를 시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의원은 오래 전부터 영문 이름을 쓸 때 ‘lee’ 대신 ‘rhee’를 써왔다. 또 이미 ‘www.ijnet. or.kr’이란 주소로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굳이 그 도메인을 구입할 이유가 없었다. 요구 금액도 수천 달러로 지나치게 많았다. 우리가 거부하자 ‘반대 세력’에까지 구매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안다. 그래도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으니 안티사이트를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간혹 외국에서 벌어지는 ‘도메인 판매를 위한 안티사이트 제작’의 한국판인 셈이다.

‘안티박정희(myhome.naver. com/red tiger7/parkjh/parkframe.htm)’는 박 전대통령과 관련된 자료들을 모아놓은 사이트. 물론 박 전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클릭 수는 1만회 정도로 저조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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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by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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