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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조기유학 체험기

“영어 골프 댄스까지 가르쳤지만, 문제는 가족사랑”

  • 장덕기 내과의

“영어 골프 댄스까지 가르쳤지만, 문제는 가족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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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기씨(내과의원 원장·40)와 염정애씨(40) 부부는 자녀 교육에 관한 한 프로급이다. 아들 현지(중학교 1학년)와 딸 현빈(초등학교 5학년)이는 CNN을 시청한 뒤 그 내용을 브리핑하거나 토론하는 수준의 영어실력을 자랑하며, 영어와 동시에 시작한 일어는 기초만 떼고 그만두었지만 웬만한 회화가 가능하다.

장원장이 직접 아이들에게 가르친 컴퓨터가 전문가급인데다 햄통신 자격증까지 갖고 있어 만나는 사람마다 “어떻게 하면 저렇게 키울 수 있느냐”며 부러움이 대단하다.

자녀 교육에 좋다는 것은 모두 시도해본 장원장이지만, 95∼96년 조기유학에 대해서는 의문부호를 단다. 두 아이는 엄마와 함께 2년이 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호주 시드니 페넌트힐 공립학교를 다녔다. 아이들의 영어가 더욱 능숙해지고 공부 이외에 다양한 경험을 했다는 점에서 유학은 더없이 소중한 경험이었지만, 얻은 것만큼 잃은 것도 많았다고 장원장은 말한다.

다음은 장덕기씨 부부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두 아이를 기르면서 겪은 시행착오와 결과들이다. 부모와 자녀의 교감을 통해 비로소 진정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조 기유학이 자주 논란거리가 되는 것을 본다. 개인적으로 나는 조기유학에 반대한다. 물론 만족스럽지 못한 우리의 교육여건에서 더 넓은 바다가 필요한 사람까지 붙잡아 두자는 말은 아니다. 다만 영어 하나 잘해서 남보다 쉽게 대학입학 자격을 얻을 심산으로 어린 아이를 홀로 유학보내는 일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나이를 떠나 구체적으로 아이의 전공을 택하기 전단계의 유학을 조기유학이라고 할 때, 가장 바람직한 시기는 부모와 떨어져도 자아를 유지할 수 있는 중학교 후반이나 혹은 그 이상의 연령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또한 체계적으로 준비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조기유학을 포함해 아이들에게 다양한 교육법(물론 아래 언급된 것이 전부는 아니다)을 적용시켜본 나의 경험을 비슷한 고민에 빠져 있는 부모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이것들은 아이들에게 가능한 한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해주려고 애쓴 우리 가정의 교육체험기다.

네 살 때 시작한 영어·일어

아들 현지는 현재 중학교 1학년, 우리 나이로 열세 살이고, 딸 현빈이는 초등학교 5학년 열한 살이다. 되돌아보니 참 고생 많이 시켰다. 후회도 많다. 아마 다시 시간을 돌이킬 수 있다면 좀더 세련되고 재미있고 좋은 교육의 산파 역할을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현지는 네 살 때부터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일찍 영어를 가르치면 좀더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그래서 ABC를 가르치고 ‘세서미 스트리트’라는 영어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요즘은 다양한 언어학습 이론을 바탕으로 한 교재가 많이 나와 있지만 10년 전만 해도 그렇지 못했다. 당시에는 아이에게 무조건 영어 비디오테이프를 틀어주고 반복해서 보여주면 영어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 부부의 목표는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여름까지 가능하면 동화책을 읽고 그 내용을 영어로 말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었다. 영어에 대한 기초교육, 즉 연상하고 정확한 발음을 익히는 것은 학습지와 테이프를 이용하기로 하고 학습지 교사를 찾았다. 또 정확한 발음을 위해 아이들에게 적합한 내용이라고 판단한 홍콩 위성방송 중 하나를 이용하기로 했다. 아파트 옥상에 홍콩의 스타플러스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장치를 했다.

당시 네 살인 현지의 최대 학습량은 이틀에 한 번 선생님과 만나는 정도였다. 보통 학습지 교사가 일주일에 한 번 방문하도록 돼 있는 것을 일주일에 세 번씩 오시게 했다. 현지는 비교적 잘 따라주었고 1년 정도 꾸준히 했다. 더불어 ‘매직박스’라는 외국방송 프로그램을 보면서 발음을 교정했는데, 어느 정도 영어문장을 익힌 상태에서는 더없이 좋은 교재였다.

이 무렵 제2외국어도 병행해서 가르쳤다. 아내가 먼저 일본어를 배웠고, 6개월 후 아이들도 일본어를 시작했다. 아이들이 일본어를 조금씩 익히게 되자 우리는 일본 상용위성 TV 채널인 ‘perfect TV’를 수신할 수 있게 했다. 아이들은 영어와 일본어로 다중방송되는 카툰네트워크를 특히 좋아했고 지금도 즐겨 본다.

하지만 영어만으로도 학습량이 적지 않은데다 여기에 한문과 일어까지 배우게 했으니 아이들은 그만큼 친구들과 놀 시간이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이때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좀더 배려해야 했다는 후회도 든다.

자연은 온전한 교과서다. 우리가 김해 진영에 살 때는 현지와 자주 뒷산에 올랐다. 그때마다 현지가 이게 무슨 풀이냐고 물어보면 대답을 못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식물도감과 수목도감을 사서 마치 전문의 자격시험 공부하듯 익히고 익혔다. 모르는 풀이 나오면 반송우표를 보내 저자에게 물었다. 어느덧 현지와 나는 풀을 보며 “아빠 이거 애기똥풀이지요?” “왜?” “보세요, 줄기를 꺾어 색깔 보면 알 수 있어요”라는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됐다.

현지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필리핀 듀마게티라는 곳으로 의료봉사를 간 적이 있다.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을 타고 갔는데 생전 보지 못한 외국 스튜어디스가 조금 배우긴 했어도 알아듣지 못하는 영어로 말하니까 아이는 상당히 당황했던 모양이다. 아빠의 도움 없이는 음료수도 먹을 수 없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했는지 “아빠, 다음에 우리 저 비행기 타지 마요”라고 했다. 그러나 현지는 이때 적어도 영어가 왜 필요한지는 경험했다.

현지는 세운 목표대로 부지런히 따라주었고 초등학교 1학년이 될 무렵 그 또래에서 배울 수 있는 영어학습은 거의 마쳤다. 하지만 여전히 영어로 자신있게 표현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게 어디 그렇게 쉽게 되는 일인가. 단순히 말을 세련되게 하고 싶다면 어느 곳에서 배웠느냐가 중요하고, 쓰기는 자신의 노력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그래서 일단 영어권 사람들과 접촉하는 것이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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