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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취재|납꽃게 사건의 진상

범인은 중국인, 꽃게는 북한산이었다

  • 최영재cyj@donga.com

범인은 중국인, 꽃게는 북한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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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백령도와 연평도 근해에서 꽃게 어장이 형성되는 것은 바로 한강과 임진강 하구를 막지 않아, 민물이 흘러내리기 때문이다. 해마다 봄철이면 이 바다에 엄청난 꽃게 어장이 형성된다. 현재 한국에서 소비되는 활꽃게는 대부분 백령도와 연평도 근해에서 잡는 것이다. 한국 꽃게잡이 어선들은 거개가 수족관 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꽃게를 잡는 즉시 수족관에 넣어 살아 있는 상태에서 인천항으로 가지고 들어온다. 백령도와 연평도 꽃게 어장은 남북한 경계선에 걸쳐 있다. 따라서 이 어장은 남북한이 양분하고 있다. 북한 어선들은 꽃게를 잡으면 모항인 해주항으로 귀항한다. 해주항은 북한의 주요 꽃게 산지다.

한반도 근해에서 꽃게 어장이 형성되는 또 다른 곳은 압록강 하구다. 더 정확히 말하면 북위 39∼40도, 동경 124∼125도 구역이다. 북한의 가장 큰 꽃게 어장이 바로 이 압록강 하구다. 특히 압록강 하구와 바다가 만나는 이 구역은 수심 20∼30m의 모래톱이 광범위하게 펼쳐지기 때문에 꽃게가 서식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꽃게를 주로 잡는 계절은 4∼6월. 이 시기가 되면 속이 꽉찬 암게가 알을 낳으려고 수심이 얕은 연안 쪽으로 몰려든다.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꽃게를 잡는 것이다. 이때는 꽃게가 얕은 바다로 몰려들기 때문에 잡기도 쉽고, 속이 꽉차 있어 값도 후하게 받을 수 있다.

7∼9월은 꽃게 금어 시기다. 꽃게가 비교적 깊은 바다에 머물기 때문에 잡기도 힘들고 새끼 꽃게들이 많은데다 품질도 떨어져 자원 보호를 위해서 어획을 삼간다. 이는 중국이든 북한이든, 남한이든 마찬가지다. 더욱이 겨울에는 잡을 수가 없다. 꽃게는 바깥 온도가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면 뻘 속으로 들어가 월동한다. 북한 지역에서는 그래서 아예 겨울에는 꽃게를 구경할 수가 없다.





단동 꽃게는 북한산

꽃게 무역을 가장 먼저 시작해 한국 꽃게 무역의 대부라 할 수 있는 일화교역상사 한용철 대표는 “꽃게철인 올해 4∼6월, 북한의 압록강 하구에서 잡힌 꽃게는 대부분 단동으로 갔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북한은 주식인 쌀이 부족하기 때문에 꽃게 같은 해산물을 먹을 여유가 없다. 꽃게는 중국과 남한에서도 인기 있는 고급 해산물이기 때문에, 외국에 내다팔아 생필품을 사는 것이 당연지사다. 한용철씨는 그래서 올해 봄 단동에서 유통된 꽃게는 80% 이상이 북한산이라고 증언했다. 단동 근처에는 북한쪽 구역인 압록강 하구말고는 별다른 꽃게 어장이 없다는 사실이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이는 단동의 꽃게가 북한산이라는 중국 외교 당국 주장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한씨는 “7∼9월 사이는 중국도, 북한도 꽃게를 거의 잡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서 8월에 문제가 된 납꽃게는 모두 4∼6월 사이에 잡아서 냉동해 놓은 북한산 꽃게다”라고 말했다.

압록강 하구의 북한 해역에서 잡은 꽃게가 중국으로 넘어가는 방법은 대부분 해상 물물교환이다. 북한 꽃게 어선들이 바다 위에서 중국배에 꽃게를 넘겨주고 즉석에서 쌀 같은 생필품을 받는 방식이다. 일종의 밀무역이다. 정식 거래로 하려면 잡은 꽃게를 북한 항구로 가져와서 수출입 계약을 맺고, 포장해서 검역을 통과한 뒤 중국으로 수출해야 한다. 이 경우는 정식 무역이기 때문에 북한에서 포장을 하고, 당연히 원산지가 ‘북한’이라고 표기된다. 수출입 서류도 남는다. 하지만 납꽃게 가운데 원산지가 ‘북한’이라고 적힌 것은 하나도 없었다. 생선보다 더 빨리 상하는 꽃게는 신선도가 생명이다. 북한 어선들은 대부분 냉동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즉석 선상 물물거래를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이는 과거부터 조·중간에 이루어지던 관행이다.

북한산이 중국산으로 둔갑하는 또 다른 이유는 중국 어선들이 북한 구역에서 불법 조업을 하기 때문이다. 단동항에는 80마력 엔진을 단 어선 4000∼5000척이 넘쳐난다. 최근 중국은 경제개발로 연안 오염이 심해져 연근해 어업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중국어선이 한반도 쪽으로 몰려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중국 당국은 80마력 어선이 나갈 수 있는 구역을 한정하는 법안을 새로 마련했다. 그러니 먼바다로 나가는 길도 막혀버렸다. 사실 이 80마력 어선들은 서해바다에서 조업하기에 딱 알맞은 배다. 과거에는 단동의 이 80마력 어선들이 대부분 북한 해역에서 불법 조업을 했다.

중국 어선이 북한 바다에 가서 어획할 때는 북·중간에 정식 어업협정을 맺은 상태여야 한다. 몇 톤짜리 배가 언제부터 언제까지 얼마를 잡겠다는 협정을 맺지 않고는 조업이 불가능하다. 중국측이 단동 꽃게를 북한산이라고 내놓고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하지만 수산물이 돈이 된다는 것을 안 북한 군부의 단속이 심해지고부터는 이 배들이 갈 길이 막혔다. 북한에서는 군부가 수산업을 직접 운영한다. 더구나 지난 1996년 북한 해군 하전사 1명이 중국 어선을 단속하다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북한 군부의 통제가 더욱 엄격해졌다. 하지만 단동항의 중국 어민들은 북한 군부와 통할 수 있는 채널을 갖고 있다. 어느 정도 대가만 쥐어주면 북한 구역에서 꽃게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지난 8월 납이 발견된 꽃게는 단동에서만 선적된 것이 아니다. 단동 지역이 70%이고 나머지는 대련, 위해, 주산(舟山) 등 중국 전지역에서 선적한 것이다. 하지만 조사 결과 단동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선적된 꽃게도 모두 단동산인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답이 나온다. 문제의 납꽃게는 ‘서류상으로는 중국산, 실제 원산지는 북한’으로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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