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2월호

매너실종·고액배팅·무질서로 얼룩진 ‘한국의 엘도라도’

  • 김영국

    입력2005-05-06 16:31: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어린 시절 소풍 가기 전날 밤, 소풍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 경험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행여 비라도 내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어머니가 정성껏 싸준 소풍가방을 다시 확인하곤 했던 기억들… 소풍은 그야말로 명절만큼 신나는 축제였다. 게다가 그날 어머니가 챙겨주는 용돈은 어느 때보다 두둑했고 날아갈 듯한 기분으로 출발하는 순간은 흥분이 하늘을 찌를 듯했다.

    하지만 필자는 이런 행복한 소풍날에 야바위꾼에 걸려 두둑한 용돈을 모두 날려버린 가슴아픈 기억이 있다. 구슬이 어느 컵에 들어 있는지 맞히면 상금을 주는 게임이었는데, 오랜만에 받은 소중한 돈을 몽땅 야바위꾼에게 갖다 바치고 졸지에 빈털터리가 되어 터덜터덜 걸어가면서 느꼈던 실망, 좌절, 고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때만 해도 그런 좌절과 분노가 청년이 되어 유학생활을 할 때까지 이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타고난 게임에의 승부욕은 아무도 막을 수 없었고 갬블(도박)의 유혹은 청년이 된 후에도 이어졌다. 소설보다도 드라마틱하고 치열한 전쟁과도 같은 격전, 갬블에 웃고 갬블에 울었다.

    피를 말리는 나날이 내 청·장년기를 지배했던 것이다. 그렇게 갬블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어느 날, 이 불치의 병을 치유할 수 있는 구급약과도 같은 카지노 확률과 통계, 카드 카운팅을 만날 수 있었다. 그 후부터 모든 상황이 거짓말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같이 공부하던 친구들이 한국의 강단에 서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을 시기에 나는 어떤 학위로도 불가능한 카지노 게임을 체계화할 수 있었다. 이것은 물론 수많은 실전 경험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확률, 통계, 카드 카운팅 등을 알기 위해 기나긴 밤을 컴퓨터와 카드에 매달렸던 것도 오로지 갬블을 향한 뜨거운 정열과 도박이 주는 즐거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빠찡꼬에 끌린 어린 시절

    나는 경상남도 진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해군사관학교를 나온 군인이었다. 군인 가족이면 누구나 겪는 고충이 따르던 시절이었다. 연필 따먹기로 시작된 나의 도박근성은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30년 전 일이지만 당시 학교 근처에 있던 진해 ‘수병의 집’ 후문은 따로 약속을 하지 않아도 도박근성이 있는 꼬마들의 모임장소였고 연필 굴리기로 시작된 도박으로 해가 저무는 줄 몰랐다. 필자는 당시에도 게임승률이 좋은 편이어서 연필 걱정은 하지 않았다.

    진해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후 서울로 올라와 중학교를 다녔다. 하루는 어머니가 전기장판을 사오라고 1만5000원을 주셨는데 동대문시장으로 가다가 빠찡꼬를 보고 들어가 게임을 하게 되었다.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 하다 보니 돈이 2만5000원으로 불어났다. 더 딸 줄 알고 계속하다 돈을 잃게 되었다. 1만원, 5000원, 자본 고갈…. 어머니에게 혼날 생각을 하니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고 돈을 모두 잃고 집으로 돌아가는 그 순간의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정도다.

    호주 유학을 떠난 것은 군 제대 후인 82년. 마음잡고 공부를 하겠다고 한국을 떠나기 전 몇 번이나 다짐했다. 20년 전에는 집에 여유가 있어 생활비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호주에선 생각이 변하기 시작했다. 호주는 낮에는 경마, 밤에는 개 경주, 동네마다 슬롯머신을 할 수 있는 클럽이 즐비했고, 카지노가 합법이어서 화려한 카지노장이 사람들을 유혹했다. 필자의 인내심은 한계에 이르고 보내주는 돈으로 도박에 빠져들다 보니 점점 돈이 모자랐다.

    당시 한국은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주요 지표로 삼았다. 팩스가 보편화되기 전 한국의 수출업체에 “저는 호주에 있는 구매 담당자인데 귀사가 샘플을 보내주면 구매를 결정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500여 통 보냈다. 많은 업체가 샘플을 보내왔고 그 물건을 구매담당자에게 보여주고 잘 팔리는 물건을 수입하여 돈을 벌기 시작했다. 그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을 때 내 도박근성은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무모한 도박에서 확률 게임으로

    그러나 도박에 빠져들수록 돈을 잃게 되고, 게임은 하고 싶은데 돈이 없으면 할 수 없이 물건을 처분해야만 했다. 그때가 20대 후반이었다. 회사의 성장과 함께 갬블에 대한 투자는 정비례해 갬블하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라도 고액 배팅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골프채 수입 사업을 하던 어느 날인가 많은 돈을 잃고 나에게 시련을 안겨준 갬블에 대해 제대로 분석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밤낮 없이 카드를 붙들고 연구하기 시작했고, 옛날에 알고 지내던 게임전문가의 조언을 참고하여 거의 1년 동안 게임연구에 몰두했다.

    어느 정도 게임분석이 끝나자 그 동안 내가 즐긴 것은 게임이 아니라 카지노에 대한 헌금이었음을 알았다. 달걀로 바위치기만큼 무모한 짓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얼마나 내 자신이 초라하고 어리석게 느껴졌는지…. 많은 지인들이 강단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사회에 기여하고 있을 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확률, 통계, 카드 카운팅 등 엉뚱한 계산을 하고 있는 자신이 우습게 느껴졌다.

    하지만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스스로 위로하면서 마치 게임을 할 때처럼 며칠 밤을 새우며 게임분석에 매달렸다. 그 결과 오늘날 독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독자들이 그런 얘기를 전화나 메일로 들려줄 때 당시에 받은 고통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비록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은 아니었지만….

    방황이 서서히 끝날 무렵 이제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사업이 무엇보다 중요한 화두로 등장했다. 새로운 사업을 찾던 중 건축에 손을 댔고 회사 경영에 성공하면서 긴 어둠의 터널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갬블의 유혹에는 약해 가끔씩 게임을 즐겼다. 그렇지만 옛날처럼 무식하게 게임을 하지는 않고 높은 승률을 올리면서 게임을 하고 있다. 진정한 게이머로 태어난 내 자신을 느낀다. 필자는 지금도 아내의 허락을 받고 게임을 즐긴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또한 이때 아내에게 일정액의 세금을 내고 카지노로 향하고 카지노에서 돌아왔을 때 일정액의 이익금을 준다. 나는 어려웠던 시기를 항상 가슴속에 새겨 무리하게 게임을 하지 않는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임이 아니라 게임도 즐기고 노력의 대가도 얻는 진정한 게이머의 자존심을 지켜가고 있다.

    ‘도박사보다 무서운 갬블러’.

    도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도박사보다 더 무서운 사람들. 실제로 카지노 관계자들에게 갬블러는 도박사보다 더 큰 두려움을 주는 존재다. 이들은 떼지어 다니며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브랜드로 몸치장을 하고 재력을 과시한다. 카지노를 자주 드나드는 사람들은 한눈에 이들을 알아본다. 이들은 게릴라식 전법으로 게임을 벌여가며 카지노를 온통 공포로 몰아넣는다.

    갬블러들은 보통 5∼6명이 한팀을 이루어 바카라 게임에만 열중한다. 이들 중에는 백전노장인 팀 리더가 있다. 팀 리더는 가장 큰 판에서 가장 낮은 배팅을 하며 딜러와 심리전을 벌인다. 그러면서 판의 흐름을 유심히 관찰한다. 그렇게 계속 미끼만 던지다가 딜러가 미끼에 걸려들었다고 판단되면 팀 동료 전원이 일제히 최대, 최고 규모로 배팅을 한다.

    예컨대 한 사람이 미니멈 배팅을 1만원씩 하다가 맥시멈 100만원까지 한다면 팀 동료 모두가 맥시멈 배팅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500만∼600만원이 한 판에 배팅 되는 셈이다. 맥시멈 배팅이 큰 판에서는 1000만원이 넘을 수도 있다. 여기에 팀 동료까지 가세한다면 수천만∼수억 원이 한판에 배팅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70∼100번 게임을 해 자기들의 한도액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앞뒤 돌아보지 않고 카지노에서 홀연히 철수해 버린다. 카지노측은 순간 이들의 뒤통수만 멍하니 바라보며 망연자실할 뿐 속수무책이다. 구경꾼들에겐 통쾌한 순간이다. 카지노는 바로 이런 부류의 사람들, 갬블러라 불리는 바카라 군단을 도박사보다 더 무서워한다.

    필자도 구경한 적이 있지만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듯 통쾌했다. 구경꾼이 이 정도면 돈을 딴 갬블러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어쨌든 심리적으로 관중은 항상 갬블러 편이다. 이렇게 싹쓸이를 하고 카지노장을 떠난 갬블러들은 얼마 동안 그 카지노를 다시 방문하지 않는다. 대신 다른 카지노를 찾아 날아간다. 이들은 홍콩계와 대만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이 다시 카지노에 출현하면 그 카지노에는 비상이 걸린다. 그들은 팀 리더에게 100% 복종하는 그들만의 룰을 지킨다. 예를 들어 팀 리더가 홀(뱅커)에 가면 팀원들도 모두 홀(뱅커)에 가는 식이다. 리더가 홀에 갔는데 짝에 배팅하는 반란자는 없다. 잃으면 다같이 잃고 따면 다같이 따는 것이 바로 바카라 군단의 엄격한 불문율이다.

    안되는 날은 ‘남의 끗발’을 따라가라

    카지노 게임에는 왕도가 없다. 당해낼 장사도 없다. 그리고 누구나 한번쯤은 좌절과 고통에 빠진다. 그러면서 진지한 게이머로 변신하는 것이다. 좌절과 고통을 느끼는 것은 자기의 한계(게임의 자본금) 이상을 소비했기 때문이다.

    카지노 게임은 일반 게임과 달라 플레이어가 한번 불붙기 시작하면 딜러를 아무리 바꿔도 속수무책이다. 그 끗발을 당해내지 못한다는 뜻이다. 반면에 게임이 안 되는 날은 아무리 발버둥쳐도 빈 독에 물 붓기다. 도박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하지만 카지노 게임에서는 유독 그 사이클이 더 강하다.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될 때, 이런 방법을 써보는 것이 어떨까? 보통 카지노 장에는 5000명 정도가 게임을 즐기고 있다. 그런데 게임에 열중한 게이머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게임에서 계속 이기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이 배팅하는 쪽에 따라가는 것도 방법 중의 하나. 물론 최악의 상황에서다. 외국의 카지노에서는 블랙잭을 복수로 따라갈 수 있다. 단, 게임의 권한은 없다. 보통 1000명의 플레이어를 기준으로 할 때 평균 10∼20명 정도는 끗발이 굉장히 센 사람들이다. 그 사람이 바카라를 하면 나도 바카라를 하고, 블랙잭을 하면 같이 블랙잭을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이 배팅하는 곳에 그대로 따라간다.

    15년 전의 일로 기억된다. 왠지 그날따라 게임이 전혀 안 풀려 자본금이 15%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도저히 그 상태로는 돌아갈 수 없었다. 정신을 차려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150%의 자본금으로 나와야 할 절실한 상황이었다. 거의 2시간을 끗발 좋은 사람을 찾아 헤매 다녔다. 같이 간 지인도 내가 150%의 자본금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곳을 유심히 살펴보니 얌전히 앉아 있는 50대 아줌마의 끗발이 예사롭지 않았다. 좀더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녀 앞에 쌓인 칩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그 뒤에서 그녀의 끗발을 이용해 따라가길 1시간. 과연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지인과 나는 무려 자본금의 1200%라는 엄청난 결과를 얻었다. 150%의 자본금을 확보해 놓은 다음 그 나머지로 같이 갔던 지인과 마음놓고 배팅했던 결과였다. 지금도 그때의 지인을 만나면 그날의 무용담이 술자리의 유쾌한 안주거리가 되곤 한다.

    도박중독, 눈빛만 봐도 안다

    도박은 마약 다음으로 중독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 카지노의 메카 라스베이거스의 예를 들어보자. 미국 의회의 제안에 따라 결성된 단체인 ‘국립도박 연구회’는 ‘노름의 사회 경제적 영향’이라는 주제를 놓고 2년간 연구했다. 그리고 지난해 6월에 나온 그 보고서를 보면 도박중독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사망한 사람 가운데 자살한 이의 비율은 미국 평균보다 4.5배나 높다.” “라스베이거스를 비롯해 카지노가 있는 도시의 경우 카지노가 들어서기 전에 비해 아동학대가 무려 3배나 늘었다.” “노름을 하지 않는 미국인의 이혼율이 18.2%인 데 비해 도박중독자의 이혼율은 53.5%에 이른다.” “라스베이거스가 속한 네바다주의 범죄율은 미국에서 가장 높다.”

    이 보고서의 수치는 무엇을 말하는가? 그것은 바로 도박으로 인한 가정파괴, 사회불안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카지노가 경제적으로 지역사회에 큰 이익을 줄지는 모른다. 하지만 노름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도박의 손익계산을 내기가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내국인 카지노장이 문을 열어 성업중인 지금 우리가 새삼 귀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결과다.

    실제로 라스베이거스와 LA, 뉴욕 등지의 카지노에는 도박 중독증에 걸린 한인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LA와 뉴욕의 교포사회에 일기 시작한 이 도박 열풍은 20여 년간 피땀 흘려 이룩한 이민 1세대들의 꿈을 순식간에 집어삼키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도박중독의 후유증으로 인해 파산과 이혼, 자살, 범죄 등으로 온갖 어려움을 당하고 있다.

    한인들을 집요하게 유혹하는 이들 카지노는 LA와 뉴욕에서 겨우 2∼3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다. 거리만 가까운 것이 아니다. 한국 연예인을 초청하거나 한인행사의 스폰서를 자청하고 또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등 갖가지 방법으로 교민들을 끌어들이기에 혈안이 돼 있다. 아울러 카지노 주변에는 고리대금업자나 전문해결사 조직이 진을 치고 있어 도박에 빠진 교민들을 파멸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우리는 도박으로 패가망신한 사람들을 인생의 낙오자 혹은 인간쓰레기고 생각하며 일말의 동정심도 보내지 않는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도박중독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보지 않고 사회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희생자로 생각하고 그들의 재활을 적극 돕고 있다.

    지난 96년 호주의 국립해양박물관 대회의실에서는 전호주 갬블회의가 열려 열띤 강연과 토론을 벌였다. 이 회의의 스폰서는 바로 시드니 카지노였다. 또 ‘이민자의 갬블 문제점’이라는 주제를 놓고 중국인 복지단체가 주최한 회의도 열렸다. 이 단체는 주정부로부터 1억5000만 원 가량의 지원을 받아 도박중독에 빠진 중국인들을 보호하는 단체다.

    외국의 경우 카지노를 허가하면 반드시 그 이익금의 1%를 카운슬링, 즉 도박중독증을 치료해 주는 기관에 투자하게 되어 있다. 사회가 일정 부분 도박중독증을 책임진다는 뜻에서다. 그러나 카지노에 맞서는 호주의 갬블 복지단체는 카지노 이익금의 2%를 기금으로 조성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또한 시드니 카지노는 본인 스스로 출입통제를 의뢰하면 평생 입장을 불허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자신의 도박 욕구를 도저히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제발 나 좀 말려 달라”고 호소하는 것이다. 시드니 카지노는 도박중독증 환자를 위해 “헬프 라인”도 자체 가동중이다. 인구 400만의 시드니에는 생명의 전화, 구세군, 도박전문치료병원 등 도박중독증 무료치료 기관이 14개나 된다. 도박중독에 대해 당사자만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나서서 그들을 돕겠다는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한번 발을 디디면 도저히 끊을 수 없는 것이 도박이다. 도박에 관한 한 어느 민족에게도 뒤지지 않는 한국인. 그러나 무엇이든 지나친 것은 좋지 않다. 제발 적당히 게임을 즐기고, 갬블러보다는 유쾌한 게이머가 되어보자.

    라스베이거스에는 약 5000∼6000명의 도박사가 있다고 한다. 그들은 캐주얼 정장을 즐겨입으며 저녁 시간에 약 1∼3시간 게임을 하면서 딜러와 일 대 일 게임을 즐긴다. 그들은 두 곳에 배팅하는 2핸드를 즐기며 돈을 잃고 따는 것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는다. 돈을 잃어도 여유가 있고 가볍게 웃을 줄 아는 여유가 있다. 이들은 자기 자신을 관리할 줄 알며 일정 금액이 되면 과감하게 테이블에서 일어설 줄도 안다. 그리고 다음날 다시 게임에 들어간다.

    이들이 하루 게임에 지참하는 돈은 2만∼5만 달러 정도다. 이들은 게임에 이기든 지든 일정한 금액을 항상 지니고 있으며, 1년 평균 30만∼60만 달러의 수입을 올린다.

    슬롯머신은 카지노측에 100% 흑자를 만들어 준다. 그러면 게임테이블은 어떠한가? 블랙잭, 바카라를 제외하고 다이사이, 빅휠, 룰렛 등은 고객이 게임에서 이기는 것보다 지는 확률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승률 90%를, 100만원을 머신에 투입해 1시간을 즐길 경우 90만원이 나온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다(참고로 마카오 카지노의 평균 승률은 85.5%,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의 평균 승률은 88%로 알려져 있다). 이 평균 승률은 이론적인 통계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아울러 슬롯머신만큼은 확률, 통계가 필요 없다는 사실도…. 자기가 운이 좋으면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게임에서 이기고, 운이 나쁘면 백전백패할 수 있는 것이 슬롯머신이다. 실제로 고객이 슬롯머신에 빠질 확률이 게임테이블보다 훨씬 높다. 아마 8:2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 정도로 재미있는 것이 슬롯머신이지만 자본축적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절대로 100만원을 투입하면 90만원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면 이기지도 못하면서 많은 사람이 슬롯머신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고배당이란 사실이다. 즉 잭팟의 기분을 느낀 사람은 게임테이블의 배당(대부분 1:1)에 만족하지 못한다.

    슬롯머신은 100배, 500배, 1000배, 그리고 프로그레스 페이먼트 등 한번의 잭팟으로 안도감을 느끼기 때문에 많이 선호한다. 하지만 고배당된 상금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슬롯머신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한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이 뜻이 무엇인지 잘 알 것이다. 기계와 싸운다는 것은 자기 자본이 가랑비에 옷 젖듯이 솔솔 빠져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박을 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여러 가지 변명을 내놓지만 정말 그럴까? 도박은 결국 돈을 따기 위해 하는 것이다. 머니 게임은 언제나 냉철하다. 돈을 다 잃어도 카지노측에서 차비를 주는 일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절대로 많은 자본을 슬롯머신에 투자해서는 안 된다. 카지노에서 흑자를 가장 많이 내는 것이 바로 슬롯머신이다.

    카지노 산업은 18세기에 왕정 재원조달을 위해 유럽에서 시작됐다. 미국에서는 1929년 세계적인 대공황을 맞아 미국 정부가 후버댐 건설공사를 시작하자 사람들이 라스베이거스로 몰려들고 도박이 합법화되면서 오락문화의 하나로 자연스럽게 자리잡았다. 1950년대 리조트 빌딩과 함께 다수의 유명 호텔이 들어서면서 휴양도시, 도박의 도시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라스베이거스는 기록적인 인구증가를 보이면서 성장을 거듭해 이제 카지노의 대명사가 됐다.

    카지노는 고부가가치산업

    이렇듯 도시 하나의 흥망성쇠를 좌우할 정도로 카지노 산업이 고부가가치산업이라는 것은 이제 자타가 공인할 정도다. 카지노 산업은 고용창출효과도 크고 외화 가득률이 거의 100%에 이른다. 이런 이유로 현재 카지노 산업은 종주국 영국에 119개, 미국에 360여 개, 프랑스에 49개 등 세계 110여 개국 2000여 곳(선상 카지노 제외)에서 성업중일 만큼 성장했다. 이제 카지노 산업은 어두운 비즈니스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세계가 주목하는 합법적인 비즈니스가 된 것이다. 그럼 이쯤에서 각국의 카지노 산업 현황을 살펴보자.

    미국의 네바다 주에 속해 있는 라스베이거스는 미국 도박산업의 고향이나 마찬가지다. 라스베이거스는 세계의 도박산업이 활성화한 지금 도박의 교과서처럼 여겨져 카지노 관계자라면 한번쯤 들르는 곳이 돼버렸다. 세계에서 몰려든 도박꾼들은 커다란 행운을 잡거나 하루아침에 거액을 날리기도 하며 희비가 교차되는 도박의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다.

    밤이 아름다운 도시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조명 속에 고도로 계획된 게임장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이곳에 소재한 UNLV대학(라스베이거스 대학) 내 국제게임연구소는 카지노 업체에 유리한 게임방법과 가능성을 끊임없이 연구하는데, 여기에는 수학, 통계학, 심리학, 최면학 박사 학위 소지자들이 다수 참가한다.

    2000년 3월 현재 라스베이거스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호텔 19개가 자리잡고 있으며 작은 호텔과 콘도미니엄까지 합하면 객실 수는 무려 12만 5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카지노 호텔들은 고객들을 카지노장에 오래 묶어두기 위해 체크인 카운터는 물론 화장실도 찾기 어렵게 해놓았다. 시계는 물론 밖이 보이는 창문도 만들어 놓지 않았다. 라스베이거스의 맥카란 공항에는 출국장 입구와 수하물 찾는 곳, 심지어 비행기 게이트 앞에도 게임기가 있다. 이런 치밀한 경영은 지난해 네바다 주에 90억 달러(관광수입 286억 달러)라는 거액의 도박수입을 안겨 주었다.

    호주는 카지노로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나라다. 1990년대 들어 실업률 개선을 목적으로 카지노 활성화 대책을 발표한 이후, 현재 3개 지역에서 12개의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크라운 카지노(멜버른)를 비롯해 시드니 하버 스타시티, 콘래드 쥬피터, 쉐라톤 브레이크 워터, 엠지엠 그랜드 카지노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카지노들이 성업중이다.

    멜버른에 위치한 크라운 카지노에는 게임 테이블이 350대, 슬롯머신이 2500대나 있다. 40개의 식당과 24시간 상영하는 14개의 극장을 갖춘 이 카지노 제국엔 8000명의 고용원들이 손님들에게 봉사하고 있다. 자연환경이 뛰어난 호주는 관광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카지노를 활성화하고 있으며, 나름대로 성공하고 있는 듯하다. 한편 호주의 NSW 주정부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계기로 밀폐된 공간에서 흡연을 금지하는 ‘금연환경법안’을 통과시켰는데, 담배 연기 없는 카지노장이 과연 유지될 수 있을지 흥미를 모으고 있다.

    호주 시드니 카지노가 금연 카지노장으로 시선을 끌고 있는 동안에도, 마카오 카지노장은 여전히 담배연기가 자욱이 깔려있어 음산한 분위기다. 마카오 카지노장은 게임을 즐기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서구의 카지노와는 달리 비장감이 감돌 정도로 긴장된 분위기가 숨막히게 한다.

    중국인이 주 고객인 마카오 카지노는 1964년 도박이 합법화된 이후 ‘아시아의 라스베이거스’로 입지를 굳힌 도시. 도박에 광적인 중국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하여 연간 이용객이 2000만 명을 상회할 정도로 성장했다. 마카오에는 킹스웨이, 자이알라이, 캄펙 등 정부가 공인한 8개의 카지노 클럽이 있다. 이곳에서는 블랙잭, 룰렛 등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즐기는 게임 외에도 이색적으로 ‘환탄’이라 불리는 중국에 뿌리를 둔 게임도 성행중이다.

    카지노 종주국인 영국에서는 신사의 나라답게 실내가 조용할수록 고급스러운 카지노로 평가받는다. 외국인이 많이 출입하는 퍼블릭 카지노에 가야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데 비교적 배팅 최소액이 높고 게임진행이 느리며 고객 유치를 위한 이벤트가 거의 없는 것이 영국식 카지노의 특징이다.

    영국에서는 1968년에 제정된 게이밍법에 따라 119개소(이하 96년 집계)의 카지노와 967개소의 빙고클럽을 감독한다. 이 법에 의하면 잭팟머신은 업소당 2대 이상 설치할 수 없으며 게이밍 위원회 동의 없이 카지노 허가증을 발급할 수 없다. 게이밍 위원회 감독관은 경찰의 협조를 받아 수시로 업체들을 합동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필리핀 카지노의 감독은 1977년에 설립한 국영기업체 유흥게임공사(PAGCOR)가 주관한다. 전체 12개의 카지노 중 10개소는 공사가 직영하고 나머지 2개소는 외국자본이 공사의 허가를 받아 운영하고 있다. 현재 공사의 매출액은 국영기업체 중 3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카지노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는 국가재정과 공공사업에 쓰인다.

    한국 카지노장의 최대 고객인 일본은 어떠한가. 일본은 카지노가 단 한 군데도 없는 나라로 유명한데, 최근 오키나와현을 중심으로 카지노 합법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특히, 오키나와의 경우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미군철수로 경기가 위축되어 주 수입원인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카지노 설립이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지노 사업은 이렇듯 전세계적으로 죽어 가는 도시를 되살릴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개방물결이 거세게 이는 북한에서도 나진·선봉 경제무역지대에 카지노가 문을 연다는 소식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홍콩기업인 영황집단은 1억8000만 달러를 들여 나진 시가지에서 약 15㎞ 떨어진, 동해가 보이는 곳에 ‘시 뷰 카지노 호텔’을 건설한다고 한다. 이 기업은 일본 및 중국 관광객들을 상대로 영업하기 위해 8대의 도박대를 설치하고 지난 5월부터 북한 종업원 80명에게 카지노 딜러 및 호텔종업원 교육을 실시해 왔는데 카지노 수입의 10%를 북한에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마카오 관광 및 오락기업(STDM) 그룹이 출자한 카지노가 북한 평양에서 문을 열었다. 평양의 카지노는 대동강 내 한 섬에 위치한 47층 높이의 양각도호텔 1층에 있으며 공항에서 약 30분 거리에 있다. 이 호텔과 카지노는 1000개에 이르는 객실과 여러 개의 식당, 카페테리아, 상점, 수영장, 사우나, 미용실 등으로 구성된 복합관광단지 안에 있다고 한다. 한 나라의 경제 성장률을 웃돌 정도로 급성장하는 도박산업을 북한도 더 모른 척 하기가 어려웠던 모양이다. 또한 금강산에 한국 자본에 의한 카지노 설립을 추진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 밖에도 중국과 대만, 몽골도 카지노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도박산업은 도박중독으로 인한 사회적 파장을 가뿐하게 뛰어넘을 정도로 매력적인 사업이긴 한 모양이다. 하기야 미국의 경우 국방예산의 7%를 카지노에서 거둬들인 도박세로 충당한다고 하니 얼마나 엄청난 세금 수입원인가?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 통용된 도박에 대한 관념은 지극히 어두운 것 일색이었다. 그러나 이제 남몰래 숨어서 하는 것이 도박이라는 단순한 잣대로 카지노를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 오늘날 카지노 사업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강원 카지노의 무질서

    서울에 도착한 다음날인 지난해 12월23일, 필자는 정선의 강원카지노로 향했다.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바라보며 강원카지노를 향하는 심정은…. 지금까지 한국에서 도박이라면 범죄의식 속에서 게임을 즐기는 것이었지만 지금부터는 합법적인 상태에서 게임(도박)을 즐긴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 동안 사람(경찰)들의 눈을 피해 도박을 즐기는 것이 더 짜릿했지만….

    같이 간 지인은 합법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흥분을 이기지 못하여 차의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카지노에 조금이라도 빨리 도착하고 싶은 충동으로 마음이 앞서는 듯했다.

    우리 일행은 카지노에 도착해 호텔 체크인을 한 후 식사를 마치고 방을 배정 받았다. 같이 간 지인은 VIP룸(2층)으로, 필자는 1층으로 향했다. 대강 들어서 알았지만 카지노에 사람이 그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이 정도 규모의 카지노라면 500∼700명이 적정 수준인데 3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게임을 즐기니 어디를 가도 플레이어가 넘치고 있었다.

    이왕 왔으니 구경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게임테이블에 두세 겹으로 둘러싸인 플레이어들, 누군가 잘못하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사람, 지독한 담배 연기에 불친절한 담당 직원들,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매너 없는 플레이어, 플로어에 가래침을 뱉는 사람, 게임을 하며 양말을 벗는 사람, 스키복 차림, 정말 외국 카지노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을 한번에 다 보는 것 같았다.

    특히 눈에 띈 것은 카지노 게임을 도박으로 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다. 외국의 카지노에서 일반인들이 배팅하는 금액보다 2∼5배 높게 배팅했다. 500원 짜리 동전 3개를 넣고 2∼3시간 동안 슬롯머신을 하려면 300만∼400만 원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3시간 이상 쉬지 않고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호주 시드니의 스타 시티에서는 카지노를 찾는 사람들 대부분은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게임도 즐기고 카지노에서 제공하는 값싼 양질의 음식도 즐기기 위해 찾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데…. 호주에는 동양인이 3% 정도 거주하는데, 이 3%가 카지노에서는 80% 이상 차지하는 것을 보아도 아시아인이 카지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대단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자세히 보니 게임테이블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오늘 온 사람들 같지 않았다. 모두 피로에 지친 상태였다. 같이 온 사람인지 이곳에서 사귄 사람인지 모르지만 서로 자리를 지켜주며 게임에 열중하는 모습이 너무 힘들어 보였다. 돈을 다 잃어 은행에 간다는 얘기로 미뤄 2∼3일 동안 계속 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카지노에서 24시간 연중 무휴로 게임을 진행하는 외국 카지노에 비해 도박중독이 심한 강원카지노가 하루에 3시간(오전 6시부터 9시까지)씩 휴장하는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도박을 좋아하는 우리 민족에게는….

    참,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다. 휴장 시간 동안 아주 많은 사람이 카지노 로비에서 신문지를 깔고 누워 있거나 창문 틈에 앉아 개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앞에 아주 편안하게 쉴 만한 카페에서는 커피 또는 음료수 한 잔을 4000원에 팔고 있었다. 그런데 3시간 동안 초라한 모습으로 4000원을 절약하는 사람들이란…. 카지노 게임에서 4000원이 없어지는 데는 채 1분도 걸리지 않는다. 그 돈이 아까워 2∼3시간 동안 고통스러운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게임이란 무릇 마음의 여유를 갖고 시작해야 하는 것인데….

    그들 대부분은 작게는 1시간, 많게는 5∼6시간씩 시간을 소비하고 온 사람들이다. 이곳에서 돈을 따고 가는 사람들의 게임 매너 수준은 외국 카지노에서 따고 가는 사람들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것 같다. 이왕 한번 왔으니 따는 데까지 따보자고 덤벼들었다가 모든 걸 잃는 것이다. 카지노라고 꼭 따는 것은 아니다. 보도에 따르면 강원카지노는 하루 평균 11억원의 수입을 올린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는 4억 원 가량 적자가 났다는 기사가 난 적이 있다. 아마 누군가가 게임에서 15억원을 따지 않았나 싶다(2층 VIP룸으로 예상).

    대부분의 카지노는 도시 근처에 있다. 그러나 강원카지노는 태백산맥 중 가장 험악한 곳에 세워져 있다. 높은 해발고도에 따른 고기압에 의해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 상태에서 오랜 시간 게임을 하면, 술 마신 상태와 비슷해 대담해져 자제력을 잃을 수 있다. 또한 오랜 시간의 운전 등으로 피로가 쌓인 상태에서 게임을 하면 게임에 질 확률이 매우 높다.

    20~30% 따면 물러나라

    만약 필자가 이곳에서 진지하게 게임을 한다면 먼저 휴식을 취하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섭취할 것이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아닌 단시간 게임을 즐길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게임에 열중하는 사람들에게 “이곳에서 얼마를 따야 직성이 풀리겠는가” 라고 묻고 싶다. 자기가 갖고 간 금액의 20∼30%만 따면 물러나는 것이 좋다. 나는 강원랜드 방문 보너스를 받고 (게임에서 이겼다)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서울로 돌아올 수 있었다. 사람들은 욕심이 게임을 지배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기지 못하는 것을 보면 카지노 게임이란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도박이란 신의 손이 작용하는 것이다. 얼마 전, 강원카지노에서 20개의 슬롯머신을 연결해 고객이 넣은 돈의 일부(약 2%)를 누적시켜 고액 당첨금을 주는 프로그레시브 슬롯머신의 잭팟에서 강원랜드 개장 이후 사상 최고당첨금(7707만 원)을 탄 사람이 있었다. 그는 ‘777’을 터트려 7이 세 번 들어간 7707만 원을 땄다. 그런데 이날 그가 찾아간 돈은 1000만원권 수표 7장, 100만원권 수표 7장, 1만원권 7장으로 역시 7이 세 번 들어간 것이었다. 이것은 인위적으로 조작해도 될 수 없는 일이다. 이와 같이 게임은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 의해 움직여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한남대교를 건너다 보면 강원카지노를 선전하는 대형 전광판이 눈에 들어온다. 그 파급 효과는 매우 큰 것이다. 부디 건전한 갬블을 정착시키는 광고가 되길 바란다.

    젊은 나이에 혼자 월남해서 자식 앞에서 눈물을 보인 적이 없던 아버지. 도박을 끊지 않으면 부자의 연을 끊겠다고 울면서 충고하던 아버지. 필자를 도박에서 건져내 건전한 게임으로 인도해준 아버지에게 정말 고마움을 전한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