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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체의 시대’를 사는 법|프리랜서

일·취미·휴식 구분없는 ‘테마 마니아’로 변신하라

  • 권삼윤 tumida@hanmail.net

일·취미·휴식 구분없는 ‘테마 마니아’로 변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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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그것으로 먹고 살 수는 없을까. 새벽같이 허둥지둥 회사로 달려나와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상사가 던져주는 일만 하면서 하루의 대부분을 허비하는 지금 내 꼴은 도대체 뭔가. 나는 언제쯤 ‘내 일’을 가질 수 있을까.’

직장생활을 해본 사람이거나 지금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지난해 11월 취업정보 포털 사이트 ‘잡코리아(www.jobkorea.co.kr)’가 직장생활을 해본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회사생활보다 프리랜서로 일하고 싶다’는 응답자가 87%나 됐다. 또한 73%는 ‘가능하면 현재 다니는 직장에서 평생 일하고 싶지 않다’고 답해 상당수 직장인들이 현재 직장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인생이라는 게 어차피 시간으로 이뤄지는 것이라면 그 시간을 내가 지배해야 ‘내 인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시간을 다른 사람이 지배하거나 내가 누군가의 보조자로 지내야 한다면 나는 내 인생의 주인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정말 특별한 경우 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었던 게 지금까지의 현실이다.

삶과 일의 일치

그러나 이제는 그것이 한낱 ‘희망사항’에 머물지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그것이 아무에게나 현실적으로 가능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세상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변해버렸다. 지난해 출간된 ‘21세기 유망직업 100선(100 Best Careers for the 21st Century)’의 저자 셸리 필드는 “21세기에는 누구나 자신의 영혼을 만족시키면서 지갑도 두둑하게 만들 수 있는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일의 형태는 자영업(self-employed) 내지 프리랜서, 재택노동이 주류를 이룰 것이라 했다.

99년에 나온 ‘재택노동(Working from Home)’의 저자 폴 에드워드는 “80년 미국 인구 센서스에서 22만 명에 불과했던 재택노동자 수가 97년 노동인구조사에선 무려 770만 명으로 늘어났다”며 이런 추세는 갈수록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산업구조와 함께 일의 형태와 내용이 과거와는 아주 다르게 바뀌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그 이유로 들었다.

이리하여 우리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삶과 일이 일치’하는 시대를 맞았다. 간단치 않은 다양한 욕구를 지닌 인간은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해 일을 떠날 수 없다. 그러므로 문제는 어떤 조건에서 그것을 해내느냐 하는 것인데, 개체들은 이제야 제 뜻에 따라 일을 기획하고 진행하며 그 결과에 책임지는, 그리하여 일의 주인이 되고 삶의 주인이 되는, 진정한 의미에서 ‘개체의 시대’를 맞은 것이다. 그것은 모두가 경영자(employer, 이 경우엔 ‘self employed’가 아니라 ‘self employer’가 돼야 할 것이다)가 될 수 있는 사회가 도래한 것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류문명사는 어떤 의미에선 일하는 방식의 변화사라 할 수 있는데, 삶과 일의 일치를 이루며 작은 개체들이 일의 주인이 되는 이런 상황은 역사의 진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이런 시대를 맞은 배경에는 우선 고도 산업사회로의 이행을 들어야 할 것이다. 그에 따라 단순 반복작업은 거의 다 기계에 맡겨졌고 무인공장까지 등장해 인간의 손이 기계의 부속품 노릇을 하지 않게 되면서 나만의 것, 내 몸과 내 취향에 맞는 것, 내 개성을 아주 잘 드러낼 수 있는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 섬세한 인간의 손길을 기다리는 서비스산업이 꽃핀 것이다.

과거에는 1, 2차 산업으로 분류됐던 농수산업이나 제조업도 지식·정보화가 속속 진행되면서 사실상 서비스산업의 성격을 띠게 됐으니 개체들의 활동범위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따라서 이제 굴뚝산업과 닷컴의 구분은 의미가 없어졌다. 닷컴에서 하는 일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굴뚝산업에서 파생된 것이기 때문이다.

수요의 다양화가 서비스산업의 발전을 가져왔다면 서비스산업의 융성은 소비자가 생산에 직접 참여하는 ‘생산소비자(prosumer)’라는 이름의 새로운 존재를 탄생시켰다. 생산과 소비의 융화가 일어나게 된 것이다. 맞춤생산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 시대엔 개개 소비자의 취향과 특성을 파악,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신속하게 반영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유능한 사업가가 된다. 다시 말해 시장의 변화에 남보다 한 발 먼저 대응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기업이라고 해서 여러 사람들이 모여 만든 것만 생각해선 안 된다. 1인 기업도 염두에 둬야 한다. 시장의 반응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도 1인 기업의 특장점이다.

다음으로는 인터넷의 확산을 들 수 있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자본과 조직이 없더라도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사이버 공간에 숍을 개설하고 고객과 만나 상담도 하고 거래도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 기존 조직 역시 인터넷을 이용해 고객은 물론 무수한 프리랜서, 자영업자들과 만난다. 아웃소싱이 그 좋은 예다.

選職의 시대가 왔다

기업의 변신도 빼놓을 수 없다. 기업은 개성과 질을 찾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해 소품종 대량 생산체제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체제로 이행해야 했고, 그 과정에 분사(分社)와 아웃소싱(外注)을 추진하는 등 변신의 의지를 보였다. 어떤 경우에는 자사의 특정부문을 독립시켜 독자 생존의 길을 걷게 하기도 했다. 제조업의 한 부문이었던 광고·홍보업무를 떼내 독립회사로 나서게 하는 것이 그런 예다.

그렇게 독립한 홍보회사는 생존을 위해 모기업의 일뿐 아니라 타사의 일감도 수주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모기업과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의 일도 맡는다. 필요하다면 자기네 직원을 그 회사에 파견해 일하도록 한다. 가령 LG전자의 홍보팀이 독립해 나가 LG전자의 홍보관련 업무는 물론 삼성전자나 현대전자의 홍보업무까지 맡을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이런 사례가 흔치 않지만 미국에선 허다하다.

이럴 때 영업상 알게 된 기업의 비밀보호가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지금까지 변호사 세무사 의사 등 일부 전문직에 적용됐던 고객정보 유출금지 의무조항을 이들에게도 적용하면 될 것이다. 이제부터는 소속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소속은 형식이고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알맹이는 아닌 것이다.

이와 같은 사회·경제적 변화로 인해 직업의 종류는 날로 늘어나고 있다. 노동부 산하 중앙고용정보관리소가 최근 발표한 ‘2001 한국직업사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직업 수는 1만2306개로 나타나 최근 크게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으며, 전세계적으로 본다면 20만 개에서 30만 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중에서도 전문가들이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유망직업은 대개 서비스업에 관련된 것인데, 여기에는 개인주거 간호사, 의학 및 건강 서비스관련자, 언어치료사, 향기 치료사, 건강정보관리자, 급식전문가, 호스피스 전문 간호사, 운동처방사, 일반학교 및 특수학교 교사, 사회복지사, 법률 카운슬러, 전문비서, 자산운용 카운슬러 등과 같은 인적 서비스 관련직종과 컴퓨터 시스템분석가, 컴퓨터 엔지니어, 환경공학사, 경영 컨설턴트, 텔레마스터, 웹마스터, 선물거래중개인, 사이버 기상캐스터, 컴퓨터 바이러스 치료사, 이력서 작성 대행자, 세미나 기획가 등의 전문서비스 관련직종이 포함된다.

이런 직업들은 별다른 조직이나 설비 없이 개인 차원에서 인터넷만으로도 활동할 수 있는데, 여기에다 전통적 자영업종인 요식업, 이·미용업, 사진업, 오락업, 방송인, 예술문화인, 작가, 문구점, 슈퍼마켓, 약국 등 각종 소매업 직종까지 포함시키면 선택의 길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바야흐로 ‘선직(選職)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러므로 종신고용제가 붕괴했다며 한숨만 내쉴 일이 아니다. 새롭게 출발해야 할 때인 것이다. ‘인생 2모작’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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