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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인권활동가의 DJ를 향한 쓴소리

“대통령님! 노벨상 탄 인권침해자가 되시렵니까?”

  • 박래군

“대통령님! 노벨상 탄 인권침해자가 되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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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의 정부 3년이 지났다. ‘인권대통령’을 공약으로 내건 김대중 대통령 집권이후 한국의 인권상황은 오히려 열악해졌다는 비난이 그치지 않고 있다. 개혁입법은 표류하고 있고 인권 사각지대는 늘어나고 있다. 과연 김대중 정권은 인권을 포기할 것인가.
지난해 12월28일부터 올 1월9일까지 인권활동가들은 명동성당에서 노상단식농성을 벌였다. 단식농성 기간 중에 15년만의 강추위와 20년만의 폭설이 몰아쳤다. 매일 아침 얼어붙은 침구를 털며 시작하는 농성은 하루 종일 명동성당 들머리 계단에서 진행됐으며, 오후 2시와 8시 하루 두차례 집회를 마치고 농성자들은, 초기에는 그 자리에 비닐을 뒤집어쓰고, 나중에는 천막에서 추운 겨울밤을 이겨내야 했다.

12박13일간의 농성 기간 동안 허기와 추위에 쓰러져 4명의 인권활동가가 병원으로 후송됐으며, 링거 주사를 맞으며 농성장을 지킨 활동가도 부지기수였다. 처음 14명으로 출발한 농성은 연말연시를 지나면서 사람들에게 알려져 수십명으로 늘어났으며 하루 두 차례의 집회에는 수백명의 시민과 학생,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함께 했다.

농성단은 매일 밤 촛불집회를 열었고, 마지막에는 촛불음악회도 가졌다. 매일 밤 집회 때는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기도 했다. 혹한기 단식농성은 시민사회단체들과 시민들은 물론, 해외 동포와 국제인권단체의 지지와 공감도 획득했다. 한때 ‘물 건너 간 것’처럼 보였던 ‘국가보안법 폐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정, 부정부패방지법 제정’ 등 3대 개혁입법 추진을 위한 결의가 모아졌고, 농성 마지막 날에는 3대 개혁입법 추진 공동대책위가, 인권활동가들의 단식농성을 이어받아 2월 총력투쟁을 결의하는 기자회견을 갖기에 이르렀다.

인권활동가들은 아마 우리 사회의 인권상황을 가장 절실하게 피부로 느끼는 사람들일 것이다. 이들은 매일 부딪히는 인권현장의 문제들을 싸안고 밤늦도록 뛰어 다니는 사람들이다. 인권운동의 역량은 미약하고, 인권사안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요즘같은 상황에서 인권활동가들은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런 그들이 1999년 4월의 연합 단식농성에 이어 두 번째로 단식농성을 벌인 것은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가라! 보안법, 오라! 인권위원회”

“이제 어떤 약속도 믿지 않는다. 지난 3년 간 ‘국민의 정부’를 자처한 김대중 정부가 외쳐왔던 그 많은 약속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공공연히 인권의 보편성과 국제인권원칙을 부정하는 정치세력들의 어떤 행동도 우리는 용납할 수 없으며, 인권의 대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결연히 맞설 것이다. 이것은 우리 인권활동가들이 김 대통령에게 보내는 최후통첩이다.”

인권활동가들이 성명서에서 밝혔듯 지난 3년 동안 김대통령은, 인권에 대한 약속을 대부분 지키지 않았다. 2000년의 정기국회에도 여당인 민주당은 당론조차 정하지 못한 채 국가보안법 개정안도, 국가인권위원회법안도 제출하지 못하고 말았다. 우리 사회 인권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했던 이들 법안에 대한 논의의 실종, 그것은 바로 김대중 정부의 지난 3년 간의 인권성적과 직접 연결된 문제였다.

“하루의 농성을 접으며 칠흑 같은 하늘에 뜬 별을 보며 소원을 빌어본다. 내일 모두들 일어설 수 있기를, 그리고 우리의 투쟁이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길…”

농성에 참여했던 어느 인권활동가의 일기처럼 인권활동가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인권현장이 아닌 명동성당에서 혹한기 단식농성을 결행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한 달여 다시 들려오는 소식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민주당은 국가보안법 개정이 시기상조라면서 한참 뒤로 논의 순서를 미뤘고, 국가인권위원회법은 법무부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여, 인권단체들과의 합의를 헌신짝처럼 저버린 채 껍데기만 국가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법안을 당론으로 정한다고 한다. 다시 한번 집권 여당인 민주당의 인권에 대한 허약한 의지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인권단체들이 대정부 퇴진투쟁 채비를 하는 동안에도 문제의 핵심을 모른 채 안이하게 대응하는 정부와 여당의 태도, 여기에 오늘의 인권 위기가 있다.

인권운동사랑방(대표 서준식)이 발간하는 팩스 일간지 ‘인권하루소식’에서는 매년 말 인권 10대 뉴스를 독자들의 설문을 통해 선정하여 발표하고 있다. 이 10대 뉴스들을 보면 그 해에 어떤 일들이 중요한 사안으로 떠올랐는지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박스기사 참조)

언론들에서 뽑는 10대 뉴스들이 늘 정확하게 그 해의 주요 사안을 선별할 수는 없다. 원체 충격적인 사건들이 많이 터져나오는, 희한하게 재미있는 세상이다. 그렇지 않아도 잊기 잘하는 국민인 데다 공통적인 인권기준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설문으로 파악한 10대 뉴스가 갖는 공정성과 신뢰도는 의심을 살 수 있다. 그럼에도 3년 간 이 인권신문에서 뽑아놓은 뉴스거리들은 우리 사회의 주요 인권사안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유용하다.

바뀌는 ‘인권 지형’

인권사안들은 크게 다음의 다섯 가지 범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생존권과 관련된 문제들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정리해고와 실업, 빈곤, 노숙, 결식아동의 문제로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롯데호텔) 문제,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에 이르기까지 매년 심각해지는 생존권과 관련된 문제는 우리 사회의 인권지형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지금까지는 시민·정치적 권리(자유권)의 문제가 중심을 이뤘다면 앞으로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사회권)의 영역이 생존의 문제와 결부되면서 급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사회적 약자, 소수자의 인권이 등장하면서 인권목록이 폭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억압적 거대담론에 눌려 자신을 드러내는 것조차 두려워했던 이들이 자신들의 결단이나 의지에 의해서, 아니면 조직적인 운동을 통해서, 혹은 주변 상황에 이끌려 사회의 전면에 그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사회의 냉담과 무관심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

셋째, 과거문제의 진실규명과 청산에 대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는 점이다. 의문사, 베트남전 진실, 한국전쟁시기 양민학살, 제주 4·3항쟁, 삼청교육대 등의 문제가 어느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과거사 문제는 국가와 사회가 해결을 위한 총체적 노력을 회피하는 한 두고두고 제기될 것이라는 점을 지난 3년의 역사가 잘 보여주고 있다.

넷째, 꾸준히 제기되어 왔지만, 어느 때보다도 광범위하게 폭발적으로 나타났던 문제는 주한미군을 비롯한 해외세력과의 갈등이었다. 매향리 폭격장 문제, 한미행정협정(SOFA) 개정 문제, 일본군 ‘위안부’의 문제는 모두가 국가의 주권과 관계된 문제일 것이다. 불평등한 대외관계의 청산을 통한 주권 국가 국민들의 인권 확보라는 과제를 요구하는 것이다.

다섯째, 언제나 우리 사회의 인권을 말할 때 앞자리에 세워지는 것은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문제였다. 아직도 권위주의 시대의 인권침해적 요소가 청산되지 못한 상황에서 반복되는 인권침해에 대한 항의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주요하게 다뤄져야 할 내용은 국가보안법의 개폐 문제이다. 또, 국가의 인권침해에 대한 반성적 장치인 국가인권위원회는 그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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