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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리포트|전직교사의 현장고발

학교경쟁력 추락시키는 오락형·출세형 교사들

  • 이인규

학교경쟁력 추락시키는 오락형·출세형 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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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사사회는 진정 ‘부적격자’들이 흘러넘치는 무능력 집단인가. 과연 그들은 무사안일에 젖어 개혁을 가로막는 수구세력인가. 무능한 교사를 퇴출시키는 시스템만 만들면 학교붕괴현상은 중단될 것인가.
며칠 전 필자가 쓴 검정교과서가 심의에서 불합격처분을 받았다. 출판사측은 재검정을 받기 위해 회의를 소집했다. 역사, 지리, 일반사회 3개 영역 집필팀에 12명의 필자가 참가했고 편집팀과 디자인팀도 따로 있었는데, 회의에서 갑론을박을 펼쳤지만 불합격한 이유를 찾아내지 못했다. 다들 ‘네 탓이야’ 식으로 상대방을 은근히 겨냥했기 때문이다.

왜 심의에서 떨어졌는지 확인할 방법은 있다. 심사위원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보면 된다. 그렇지만 이것이 간단한 일이 아닌 이상 회의를 통해 밝혀내기는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어떡해야 할 것인가? 답은 간단하다. 집필팀, 편집팀, 디자인팀 모두 잘못을 인정하면 된다. 내 영역에서 어떤 잘못이 있었는지를 스스로 찾아내서 고치면 된다.

사소한 일에서만 이런 상황이 빚어지는 게 아니다. 우리 교육계에는 학교교육의 위기를 놓고서도 남의 탓만 하는 일이 다반사다.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이 갈등하는 것에서부터 교육정책을 놓고 정부와 교원단체, 학부모단체가 갈등하는 것까지 모두 상대방의 잘못만 탓하고 책임을 묻는다. ‘남 탓하기’는 ‘신자유주의 정책’ ‘교원의 자질’ ‘관료주의’ ‘집단이기주의’ 등과 같은 추상적인 언어로 치장되기도 한다. 이러다 보니 학교교육의 위기는 공동체의 위기로 비화된다.

이런 현상은 정부가 강력한 교육개혁 드라이브를 펼 때, 교원단체가 단체교섭을 행할 때, 그리고 학부모단체가 강한 정체성을 표방할 때 더욱 심화된다. 또한 고액·불법과외로 국민적 스트레스가 가중되거나 학생들이 관련된 대형 사고가 일어날 때, 학교붕괴의 조짐으로 볼 만한 사건이 벌어질 때도 그러하다. 이런 경우 예외없이 문제의 원인은 내가 아니라 남에게 있다.

교사 자질 논쟁

가장 최근의 ‘사건’은 지난 1월4일 교육부 주최로 교육인적자원정책위원회에서 열린 2001년 교육정책 워크숍에서 일어났다. 이 자리에서 이돈희(李敦熙) 당시 교육부 장관은 20여 분 동안 강한 어조로 교사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학교가 학원과 경쟁해서 이길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학원강사들은 연구·교수 활동에 엄청난 시간을 할애하는 데 반해 학교 교사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노력없이도 정년을 보장받는다는 안일한 생각 때문에 연구·교수활동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 교사가 열심히 한다고 해서 돌아오는 이득이 없긴 하다. 열심히 하는 교사들이 능력을 발휘할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다. 문제의 핵심은 사범대, 교육대에서 훌륭한 교사를 길러내봤자 학교에 가서는 좋은 교사로 활동하지 못하며, 형편없는 교사를 길러내도 학교에선 별 문제 없는 교사로 인정받는다는 점이다. 교사가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능력없는 교사는 자리를 떠나게 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이런 얘기가 나온 배경에는 제7차 교육과정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켜야 한다는 교육부의 고민이 숨어 있다. 학교의 재량시간과 학생의 선택교과를 대폭 확대한 7차 교육과정에 대해 교원단체들은 교직의 불안정성, 지나친 노동강도, 불충분한 교육시설 등을 이유로 반대해왔다.

교육부는 교사들의 지적에 대해 상당 부분 수긍했지만 당장 대안을 내놓을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더욱이 ‘학교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학생들에게 적합한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는 대의를 저버릴 수는 없는 처지였기에 교사들의 자질을 거론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이 전장관의 발언을 즉각 반박했다.

“학교 현장의 냉소주의는 교육부에 대한 불신과, 교원을 개혁대상으로만 삼는 교원정책에서 비롯됐다. 이에 대한 반성은 없이 모든 문제를 교사들에게만 전가하는 사고, 열심히 하는 교사보다 교장·교감이 되려고 매달리는 교사가 인정받는 왜곡된 교직사회에 대한 진단은 없이 현상적인 문제를 확대 해석하는 발상, 교원 양성·임용과정은 사범교육의 본질과 교육철학에 근거한 체계있는 교육과정이어야 하는데도 교대·사대를 땜질식 교사연수원쯤으로 바라보는 기능적 사고 등은 교육문제를 책임지고 이끌어갈 수장의 인식으로는 위험하기 그지없다.”

전교조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이 전장관의 발언을 비난하는 글과 옹호하는 글들이 함께 올랐다. 참교육학부모회 게시판에서도 이 전장관의 발언을 놓고 교사와 학부모, 학생간의 논쟁이 홍수를 이뤘다. 교육관련단체 게시판마다 서로를 비방하는 원색적인 글로 가득 찼다.

학교 현장의 ‘모럴 해저드’

어떻게 보면 학교가 학원에 뒤처지고 학교붕괴현상이 만연한 현실의 원인과 책임을 교사들에게 지우는 데 대해 교육부와 학부모, 학생들의 광범위한 연대가 형성돼 있고 그 속에 교원단체들이 포위된 듯한 형국이다. 그들이 날린 화살은 한국교원단체총연합(교총)이나 한국교원노동조합(한교조)보다는 전교조로 집중된다. 참교육을 표방한 탓에, 그리고 교육부와 갈등의 고리가 깊은 탓에 전교조를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안티스쿨’이라는 사이트가 생겨 교사들을 파렴치범으로 고발하는가 하면, 학부모단체 사이트에서도 교사들에 대한 비판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적인 자리에서도 교사들은 단골 안줏감이 되어 도마에 오른다. 대체적인 시각은 교사들이 무사안일에 젖어 있으며 개혁을 가로막는 수구세력이라는 것이다.

교사사회는 진정 부적격 교사들로 흘러넘치는 무능한 집단인가. 능력없는 교사들을 퇴출시키는 시스템을 만들면 학교는 좋아질 것인가. 교사들의 ‘내부자 고발’을 통해서, 학생들의 호소를 통해서, 그리고 학부모들의 항의를 통해서 드러난 부적격 교사의 단면을 살펴보자.

“그 선생님은 여학생들에게 혐오스러운 음담패설을 늘어놓으면서 수학수업을 했어요. 쌍곡선을 설명하면서 그것을 여자의 가슴으로 암시하고, x/y를 남자가 위에, 여자가 아래에 누워 성행위하는 것으로 설명하기도 했어요. 남학생 반에서는 재미있어 하는 모양인데, 우리는 정말 싫었어요. 그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조는 아이가 있으면 ‘밤에 일 나가니?’라며 성적인 수치감을 주곤 했어요.”

“국어교사 한 분이 어느 날 이른바 ‘연판장’을 돌렸다. 학교장이 자신에게 3학년 담임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분명 3학년 담임을 할 차례가 됐는데도 ‘실력이 없다’는 소문을 듣고 일방적으로 담임을 주지 않은 데 앙심을 품은 것이다. 그러나 동료 교사들은 ‘연판장’ 내용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명색 국어선생님이 쓴 항의서한이 어법과 맞춤법에 맞지 않는 글 투성이였기 때문이다.”

학교에는 실제로 부적격 교사가 있다. 어느 집단에나 부적격자가 있듯이 교단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 어떤 사람을 부적격 교사로 봐야 하며, 또한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현행 교육제도로 부적격 교사를 퇴출시키지 못한다는 지적은 오해다. 지금 시스템에서도 학교장 경고는 물론 그 이상의 징계도 줄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게 하는 학교 현장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현상이다. 학교에서는 문제가 있어도 쉬쉬하면서 온정주의로 풀려 한다.

단지 교직사회의 자정(自淨) 의지가 부족하다는 걸 꼬집으려는 것은 아니다. 학부모들 역시 마찬가지다. 학부모들은 자신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그런 문제가 생기면 대개 감내하고 넘어가지만 대신 이를 교원집단 전체의 본질적인 문제로 호도한다. ‘각론’은 모른 체하면서 ‘총론’만 들고 흔드는 형국이다.

이처럼 교원집단 전체의 문제로 몰아붙이면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그만큼 멀어진다. 가령 부적격 교사를 퇴출하기 위해서는 성과급제를 도입하거나 연봉제를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은데, 이것은 적절한 방법이 아니다. 왜냐하면 부적격 교사를 효과적으로 가려내기보다는 교사집단에 대한 관료적 통제의 성격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부적격 교사를 도태시키려다 오히려 ‘적격 교사’에게 상처만 주기 십상이다. 부적격 교사를 방치하는 학교 현장의 도덕적 해이를 치유하는 것이 지름길이므로 이를 우회하려 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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