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誌上강연

“학생 질문에 다른 학생이 답하도록 하라”

‘교수 가르치는 교수’ 趙壁의 명강의 비법

  • 조 벽 < 美 미시간공대 교수 > peckcho@mtu.edu

“학생 질문에 다른 학생이 답하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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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교수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 이상을 가르칩니다. 부교수는 알고 있는 모든 것을 가르치고, 정교수는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을 가르치지요. 전임강사는 무엇을 가르치느냐고요? 아무도 모르는 것을 가르칩니다.”
  • 2월20일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교수법 특강 시간.
  • 300여 명의 교수들이 강사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강사는 미시간 공대 기계공학과 조벽 교수(趙壁·45). 그는 1996년 미국공학교육학회(ASEE) 교육자상을 받는 등 교수법 분야의 권위자다. 이 글은 한국의 여러 대학에서 교수들을 상대로 ‘명강의하는 법’을 강의해온 조벽 교수의 지상(誌上) 강연이다. <편집자>
여러 일간지에 ‘교수들을 가르치는 교수’라고 소개된 뒤부터 나는 교수법을 강연하는 데에 부담을 느끼게 됐다. 일반적으로 명강사라고 하면 말 잘하는 사람일 것이라고 기대하기 쉬운데, 나는 혀가 짧아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달변의 명강사라는 이미지와는 애초부터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교수법을 강연하는 데에는 부담이 하나 더 있다. ‘교수법’이라는 주제 자체가 교수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의 최고 지위인 교수님들에게 감히 교수법을 가르친다고 하니 기분이 좋을 리 없을 것이다. 더구나 교육학과는 거리가 먼 공학을 전공한 사람이 교육과 교수법에 대해서 강연을 한다니 ‘구경’삼아 특강에 참석한 교수들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이미 언짢거나 뒤틀린 참석자의 마음을 강연하는 동안에 우호적으로 돌리는 것은 쉽지 않다.

어느 대학에 특강하러 갔던 날 강의실로 가는데 바로 앞에 교수 세 명이 걸어가고 있었다. “오늘 강연 주제가 ‘새시대 교수법’이라지.” “허, 참. 바빠 죽겠는데…. 들어주러 가야지요.” 그렇다. 며칠 전부터 텐트까지 쳐가며 줄서서 열광한다는 HOT 관람객과는 달리 교수법 강연에는 마지못해 참석하는 교수들도 있다. 듣고 싶어서가 아니라 할 수 없이, 선심 쓰는 기분으로 오는 교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선입견 때문에 나로서는 강연의 첫마디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일단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서 서두에 ‘시험용 티셔츠’를 꺼내 보인다. ‘시험용 티셔츠’는 미국의 우리 대학 학생들이 시험볼 때 입는 옷으로, 앞면에 온갖 수학공식이 빽빽히 적혀 있다. 티셔츠를 입고 내려다보면 제대로 보이게끔 공식들이 위아래가 뒤집혀 적혀 있다. 이때 청중이 이 티셔츠에 얼마큼 관심을 보이고 호응하는가에 따라 그날 교수법 강연의 성패가 정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티셔츠는 지식기반시대의 학생들에게 이런 공식을 달달 암기해서 시험을 잘 봤자 아무 소용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고안되었습니다.

새 시대에는 정보와 지식을 응용하는 능력, 여러 지식을 연결시켜서 새로운 지식으로 발전시키는 능력, 어떤 정보가 필요한지 분별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고개를 끄떡이는 교수가 눈에 많이 띄면 일단 마음이 놓인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지식기반시대에는 교수가 자신의 지식을 학생들에게 조금씩 떼어주는 ‘지식 중간도매상’ 노릇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말을 덧붙인다.

사실 한때 우리 학생들은 학력(學歷)을 추구하는 ‘지식소비자’였다. 졸업장은 지식을 얼마나 소비했는가를 보여주는 계산서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제는 학력(學力)을 지닌 ‘지식생산자’로서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 시대가 왔기 때문에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도 전문대를 다시 다니는 기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런 낭비를 막기 위해서 새 시대의 교수는 학생들에게 지식 전달 위주의 강의를 하지 말고 응용력·종합력·판단력을 키워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고 나서 새 시대 구호 중 하나인 ‘윈(win)-윈(win)’의 참뜻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나간다.

“새 시대에는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 티셔츠의 뒷면에도 수학공식이 적혀 있습니다. 티셔츠 입은 학생 혼자 혜택을 누리지 말고 뒤에 앉은 친구도 보라고요. 그래야 윈-윈 아닙니까?”

그렇다. 한국에서는 경쟁력이라는 개념이 잘못 이해되고 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모든 조직은 구성원들끼리 경쟁을 시키려고 한다.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모이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한국적인 정신을 왜 스스로 차버리는지 모르겠다.

경쟁력이라는 결과를 도출하는 방법은 윈(win)-루즈(lose)가 생기는 경쟁이 아니다. 구성원들이 협력해야 한다. 경쟁력은 결과, 방법은 협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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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벽 < 美 미시간공대 교수 > peckcho@mt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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