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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혁의 교육현장

목청 큰 암탉, 창의적 청개구리를 키운다

제2創學 선언한 숙명여대

  • 곽대중 < 자유기고가 >

목청 큰 암탉, 창의적 청개구리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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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 따라하기’ 열풍을 불러일으킨 또 다른 ‘전국 1호’는 학생서비스센터다. 교직원은 ‘학생을 지도하는 선생님’이라는 기존 가치관을 버리고 ‘학생서비스’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지금은 보편적이지만 학생서비스센터의 설립은 불과 몇 해 전인 97년만 해도 획기적인 일이었다. 교수 휴게실을 개조해 만들어진 학생서비스센터에서 이 학교 학생들은 각종 증명서를 자판기로 간단히 발급받을 수 있다. 또 행정처리 결과를 즉석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서비스센터와 연결된 학생생활상담소, 취업지원팀 등과 관련된 학사관련 행정업무를 이곳에서 모두 처리할 수 있다.

해외유학에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으러 온 김경하씨(27)는 “예전엔 ‘이리 가봐라’ ‘저리 가봐라’ 하는 교직원이 많았는데 이젠 한곳에서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어 편리하다”며 “교직원들이 학생을 대하는 태도도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호감을 나타냈다. 또 그는 “모교 출신 직원을 채용하면 애교심은 높을지 모르지만 교육 소비자인 학생을 ‘새까만 후배’로 여겨 가볍게 대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몇 가지 불만을 덧붙였다.

국가나 튼튼한 재단의 지원, 혹은 크게 성공한 기업가 동문의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숙명여대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것은 ‘구성원들의 합의와 단결’ 밖에 없었다. 그래서 내세운 것이 ‘섬김 문화’로 구성원들이 서로 존중하고 돕고 있다는 분위기를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가장 먼저 교수회의, 교무 위원회 등의 회의 결과를 인터넷과 학교에서 발행하는 각종 소식지에 공개하기 시작했다. 교수, 학생, 교직원 간에 지켜야 할 예절을 ‘숙명 에티켓 가이드’라는 책자에 담아 배포했고 총장과 학생, 교직원 간의 간담회를 정례화했다.



‘고객만족경영’이라는 구호는 기업 마케팅 전략에선 흔히 사용되는 말이지만 대학에서 학생을 ‘고객’이라고 칭하고 대학 행정을 ‘경영’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아직도 다소 어색한 느낌이다. 그러나 이경숙 총장은 “학생은 고객, 대학은 고객을 위해 봉사하고 가치를 높여주는 기업이며 나는 고객과 기업을 위해 선임된 CEO”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숙명여대는 행정부서마다 ‘고객만족지수’를 측정하고 있다. 또 학생을 포함한 평가단을 구성, 기준점에 도달할 때까지 심사를 계속해 인증을 받도록 하는 ‘고객만족 인증제’와 ‘행정직원 평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98년, 99년엔 숙명여대가 국가고객만족도(NCSI) 1위 대학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당시 숙명여대가 얻은 점수는 64점, 이 점수는 백화점에서 느끼는 친절도와 같은 수치다.

4월 초 숙명여대 교문 옆에 붙은 대자보가 눈에 띄었다. 이 학교 동아리연합회에서 만든 대자보인데 내용인즉 동아리 수에 비해 방이 부족하니 좀 늘려달라는 것이었다.

대개 “총장은 학생회관을 증축하라!”식의 느낌표가 들어가는 항의성 문구로 시작되는 타 대학 학생회의 대자보와 달리 이 학교 학생들이 써붙인 대자보 제목은 “총장님, 우리 동아리 방에 들러주세요”라는, 다소 애교 있게 느껴지는 문구였다.

대자보를 붙이던 A양은 “다른 대학처럼 재단이 부정축재를 하는 것도 아니고 학교 시설도 나날이 좋아지고 있는데 굳이 거칠게 대결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항의해도 안 되면 모르겠지만 그 동안 학교에서 알아서 잘 해줬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적지 않은 사립 대학들이 크고 작은 재단 내부 문제로 바람 잘 날이 없는 반면 숙명여대는 그런 좋지 않은 행태를 외부에 보여준 예가 없다.

매년 5월8일 숙명여대에서는 어버이날을 맞아 ‘청파은혜제’라는 행사가 열린다. 학부모들을 초청해 각종 공연과 장기자랑을 보여주는 자리인데, 인근 상가 주민들과 하숙집 아주머니까지 초대된다. 숙명을 지켜주는 모든 구성원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잃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행사에 전통으로 내려오는 공연 중 하나는 총장과 각 부처장이 보여주는 ‘춤사위’. 작년엔 이총장과 이창신 교무처장, 서영숙 학생처장 등 10여 명의 보직 교수들이 검은 바지에 티셔츠를 차려 입고 형형 색색의 가발까지 쓴 채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테크노 댄스를 춰 크게 화제가 됐다. 올해는 어떤 춤을 보여줄 계획이냐는 질문에 이총장은 “학생들이 가르쳐 주면 며칠 동안 열심히 연습이야 하겠지만 잘하는 것보다는 자꾸 틀리는 것을 더욱 즐기는 것 같으니 무대에서 학생과 학부모님께 즐거움을 주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며 웃었다.

◇ 성공비결 3 - 간소화, 규격화, 제도화

숙명여대 교직원들의 책상 위엔 잡다한 문서나 서류가 거의 없다. 문서관리프로그램을 통해 불필요한 문서를 과감히 폐기했고 모든 정보와 사업 성과를 인트라넷을 통해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서고를 뒤지고 타 행정부서에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번거로운 절차 없이, 필요한 문서는 검색을 통해 바로 확인해 활용할 수 있다.

또한 특정 부서에 3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는 직원을 강사로 선발해 자신이 맡은 업무를 교안(敎案)으로 작성, 강의토록 함으로써 사소한 업무 하나까지 전문화·규격화했다. 그리고 모든 직원에게 개선 아이디어 제출을 의무화하고 이를 인사고과에 반영함으로써 활발한 제안과 대안창출을 가능케 했다.

‘SOC(Sookmyung Office Challenge) 2000’으로 불리는 이 작업은 행정업무개선 전문연구기관에 위탁해 진행했다. 다음은 이를 제도적으로 안착시킬 단계. 숙명여대는 2000년 2월 국제 품질인증 시스템인 ISO9001 인증 심사를 통과했다. 기업도 까다로운 절차를 통과해야만 받을 수 있는 ISO9001 인증을 획득한 대학 또한 숙명여대가 ‘전국 1호’다.

최근 숙명여대는 ‘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운 힘’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운 힘을 갖기 위해 지난 몇 년간 숙명여대는 학교를 바꾸는 혁명적인 작업에 여념이 없다.

한 교수는 “학생들 지도하랴, 제2창학 운동으로 인해 쏟아지는 각종 사업에 참여하랴 정신이 없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학교를 아예 새로 만들겠다는 의지 아래 실시된 제2창학 운동은 더 이상 과거의 영예에만 의지해 뒤처지는 대학으로 남지 않겠다는 대학 구성원들의 숨겨진 합의가 있기에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숙명여대의 지난 5년은 ‘역사를 새로 쓴다’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변화의 연속이었다.

숙명여대에서 발행한 학교 요람 중 학교연혁 편을 보면 100년에 이르는 역사 중 94년 이후의 증설·매입·신축 기록이 전체 7페이지 중 세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외형적인 변화는 대단했다.

지표를 대강 훑어보아도 일단 학교 면적이 제2창학을 선언했던 5년 전에 비해 두 배가 넓어졌고, 7000명 정도의 학생 수도 1만여 명으로 늘었다. 전임교수가 100여 명이 늘었고, 2명에 불과하던 외국인 교수도 30여 명으로 늘었다. 1000억 원을 목표로 한 대학발전기금 모금은 이미 500억 원을 돌파했다.

모두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아직까진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

수도방위사령부가 옮겨간 부지에 숙명여대는 미술관과 야외조각공원, 100주년 기념관, 체육관 등을 건립할 계획이다. 서울 한복판의 문화예술 종합공간으로 조성해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포부다.

숙명인들은 그곳을 ‘숙명 르네상스 플라자’라고 부른다. 과연 숙명의 르네상스는 시작된 것인가. 이경숙 총장은 주저없이 “자신 있다”고 대답한다. (숙명사랑 전화 ARS 700-0522, 한 통화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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