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6월호

카운트다운 위성방송, 채널경쟁 내막

  • 육성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ixman@donga.com

    입력2005-04-12 1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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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리가 출전하는 골프게임을 보면서 골프장의 날씨를 확인하고 부킹을 시도한다. 마우스를 눌러 할리우드 스타의 액세서리를 주문한다. 100개가 넘는 TV 채널을 리모컨으로 돌려가며 가장 마음에 드는 프로그램을 선택한다….’

    꿈 같은 얘기지만 빠르면 오는 12월부터 안방극장에서 펼쳐질 ‘현실’이다. 논란 끝에 위성방송 사업권을 따낸 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은 연내에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위성방송의 성패를 결정할 최대 변수는 역시 양질의 콘텐츠일 것이다. KDB는 5월23일부터 사흘간 채널사용 사업자 접수를 받아 엄정한 심사를 거친 뒤 6월16일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위성방송 시장의 초반 판세를 잡으려는 PP(Program Provider·프로그램 공급업자)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KDB가 1차로 선정할 위성방송 채널 수는 TV 60여 개, 오디오 50개다. TV 채널 수가 유동적인 것은 막판에 경쟁력 있는 사업자를 배려하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이와 관련 KDB 장윤택 콘텐츠사업단장은 “TV채널은 최대 65개 선에서 결정될 것이며, 케이블TV 등에 프로그램을 공급해온 기존 PP에 40%를 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기존 PP 44개 중 30개(공공채널 3, 종교채널 3 포함)는 채널을 따낸다고 볼 수 있다. 반면 70여 개에 이르는 신규 PP가 위성방송 사업자로 선정될 확률은 50% 수준이다.

    KDB는 채널사용 사업자를 선정하는 기준을 네 가지로 제시했는데, 배점이 가장 높은 항목은 ‘채널운용 현황 및 계획의 우수성’(35%)이다. 즉 채널의 상품성을 최대한 고려하겠다는 얘기다. 장단장도 “사업 성공에 최우선을 두고 기존 PP의 강점과 신규 PP의 경쟁력을 조화시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단장은 또한 “위성방송 사업자가 하나의 채널로 수익성을 맞추기는 어렵다”는 말도 덧붙였는데, 이것은 선정과정에 MPP(Multi Program Provider·복수 프로그램 공급업자)를 충분히 고려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장단장은 위성방송이 조기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쟁력 있는 ‘Key Drive(전략상품)’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상파나 케이블TV와 확실하게 차별화된 상품을 내놓아야만 가입자를 끌어모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 상태에서 장단장이 구상중인 Key Drive는 영화와 스포츠다. 그는 “영화와 스포츠의 경우 장르별로 다양하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상품성을 가질 수 있다. 현재까지 나온 시장조사로는 영화 스포츠 음악 오락 교육 순으로 채널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온미디어, 영화채널 선두 질주

    온미디어는 한국 최대의 MPP다. 온미디어가 직·간접으로 위성방송 진출을 노리는 채널은 모두 9개. 이 가운데 영화(OCN)가 5개로 가장 많고, 바둑 게임 만화채널도 준비중이다. 온미디어는 또한 세계적인 음악채널 MTV와 ‘온뮤직네트워크’라는 별도법인을 설립해 채널 등록을 마쳤다. 이로써 종합 엔터테인먼트 그룹의 이미지를 구축한 셈이다.

    지난 95년 케이블 TV가 개국했을 때 영화채널은 2개였다. 대우의 DCN과 삼성의 캐치원이 그것이다. 하지만 두 채널은 현재 온미디어로 넘어갔다. 이 때문에 온미디어는 영화 판권과 경영 노하우 면에서 월등히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OCN은 이번에 모두 5개의 채널을 신청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영화 종합과 프리미엄 채널은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태.

    영화 채널의 향배는 OCN이 몇 개의 채널을 가져가느냐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KDB가 영화를 전략상품으로 생각하고 있는 만큼 6개 이상의 채널이 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OCN의 비중에 따라 나머지 PP의 거취가 가려질 듯하다. 고전 영화를 특화하겠다는 유씨엔, 성인영화와 독립영화 채널을 준비하고 있는 미디어앤커뮤니케이션네트워크 등이 틈새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신규 PP다.

    OCN의 장현 차장은 “영화채널을 운영하려면 한 달에 300편, 1년에 1000편의 영화가 필요하다. 때문에 신규 업체는 영화판권을 확보하는 데 애를 먹을 것이다. 반면 OCN은 케이블 TV에 참여한 노하우가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한편 유씨엔의 배봉원 이사는 “중장년층이 좋아하는 영화를 선별해서 우선 SO(System Ope- rator·케이블TV 방송국)에서 방영하고, 위성으로 옮겨가는 방식을 시도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미디어앤커뮤니케이션네트워크의 유효진 팀장은 “위성방송의 차별화 측면에서 독립영화나 성인영화 채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영화채널의 또 다른 변수는 초창기에 연간 40억~5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적자 규모다. 2~3년 내에 수익모델을 만든다면 다행이겠지만, 자칫 위성방송 자체의 마케팅이 부진할 경우 문을 닫는 채널이 속출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케이블TV의 경우처럼 채널사업자가 바뀌는 사태가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스포츠, 지상파 3사 안정권

    스포츠 채널은 지상파 3사가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KBS, MBC, SBS가 KDB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이들 3사는 한국통신에 이어 KDB의 2,3,4대 주주다. 그런 만큼 KDB의 사업구상에 일정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실제로 3대 지상파방송이 신청할 채널은 모두 10개에 달하고 있다.

    냉정하게 말해서 지상파 3사가 경쟁적으로 위성채널에 참여하는 것은 전파의 독점이라는 차원에서 비판받을 소지가 많다. 하지만 KDB 관계자는 “위성방송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제작능력이 있는 지상파의 참여가 절실하다. 특히 영화와 더불어 주력상품으로 꼽히는 스포츠 채널은 지상파의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어쨌든 방송 3사의 스포츠 채널 동시 진입은 거의 확실하다. 문제는 채널의 차별화다. KDB 장윤택 콘텐츠사업단장은 “지상파 3사가 모두 스포츠 종합 채널을 운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보다는 특정 종목을 방영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또 “케이블과의 차별을 위해 같은 조건이라면 새로운 PP가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3개 스포츠 채널을 신청할 것으로 보이는 SBS가 변수다. SBS는 현재 케이블에서 스포츠종합, 골프, 축구 등 3개 채널을 방송하고 있는데 위성에서도 3개 채널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SBS스포츠TV 하상욱 팀장은 “SBS의 3개 스포츠 채널은 MBC나 KBS에 비해 인지도가 높다. 비록 종합스포츠가 KBS나 MBC와 상충되지만, 차별화가 가능할 것이다. KBS는 공익적 차원에서 비인기 종목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으며, MBC는 국내 3대 프로스포츠에 대한 판권이 없다. SBS는 케이블과의 시간대별 교차 편성으로 차별화를 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코리아특급’ 박찬호가 나오는 경기를 포함, 4년간 미국 메이저리그 중계권을 확보한 MBC는 위성방송에서도 해외스포츠를 충분히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MBC스포츠의 편성 관계자는 “케이블과 위성의 프라임타임이 다르다는 점을 이용할 생각이다. 위성방송의 특성상 스포츠 채널이 많아질 것으로 본다. 세계적인 골프대회나 국내 고교야구 등의 비중도 높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MBC는 드라마와 게임 채널에서도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KBS가 1대 주주로 참여하는 스카이KBS는 스포츠, 드라마, 자연 등 3개 채널을 신청한다. 이 밖에 KBS는 독자적으로 한국문화 채널도 준비중이다. 스포츠의 경우 스카이KBS는 향후 3~5년간 중계권을 갖고 있는 3대 프로스포츠를 충분히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지상파가 위성까지 장악한다는 비판에 대해 스카이KBS 지종학 대표는 “건실한 지상파가 참여해서 질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위성방송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지대표는 위성방송의 종합 스포츠 채널 수와 관련, “2개 정도가 적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상파 3사를 제외한 업체 중에는 스포츠서울21이 준비중인 스포츠 정보, 월드TV와 월드태권도네트워크가 경합을 벌이는 격투기, 월드TV와 한국타이거풀스가 신청할 것으로 보이는 스피드, 그리고 골프다이제스트미디어의 골프코리아 등이 관심을 끈다.

    홈쇼핑 채널은 현행 방송법상 보도, 종합채널과 더불어 방송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업체만 참여할 수 있다. 보도와 종합채널이 사회적 영향력 때문에 방송위의 조정을 받는다면, 홈쇼핑은 소비자보호라는 공익적 차원으로 볼 수 있다. 케이블 TV에서 홈쇼핑을 운영해온 PP는 제일제당그룹이 운영하는 CJ39쇼핑과 LG홈쇼핑이다. 여기에 현대홈쇼핑, 경방, 하림 등이 뛰어들어 위성방송 채널 경쟁은 5파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홈쇼핑 채널이 중요한 이유는 초창기부터 수익을 낼 수 있는 유일한 채널이라는 점 때문이다. 케이블TV에서도 홈쇼핑 채널은 지난해 순이익 1,2위를 차지했다. LG홈쇼핑이 262억5000여만원, CJ39쇼핑이 105억5000여만원의 흑자를 기록한 반면, 3위 MBN(매일경제뉴스)은 27억4000여만원에 그쳤다.

    그 동안 홈쇼핑 채널은 케이블 TV에 프로그램을 송출하면서 SO측에 매출액의 일부를 수수료로 지급해왔다. 이것은 일종의 이면계약으로 케이블TV에서는 관행으로 돼 있다. 홈쇼핑업계에 따르면 위성방송에서도 이면계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명도와 매출규모가 앞서는 PP부터 채널을 배당받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업계 1,2위를 달리는 CJ39쇼핑과 LG홈쇼핑은 그만큼 유리한 상황이다.

    KDB 장윤택 콘텐츠사업단장에 따르면 홈쇼핑 채널은 최소 3개 이상이다. 장단장은 “아직 구체적인 방침이 정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5개 모두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누군가는 탈락한다. 자칫 공급과잉이 발생할 경우 위성방송 전체에 타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홈쇼핑 채널 경쟁에 돌입한 5개 PP는 한결같이 “3개로 결정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KDB가 위성방송에 참여하면서 작성한 사업계획서에도 홈쇼핑 채널은 3개로 명시돼 있다. 하지만 장단장은 “사업계획서는 하나의 참고자료일 뿐이다. 장르별 채널 수는 시장조사를 거쳐 전면 재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LG홈쇼핑 관계자는 “KDB가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면 LG는 당연히 채널을 확보할 것으로 본다. LG는 업계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소비자 만족도에서 타 업체를 월등히 앞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CJ39쇼핑의 탁용석 차장도 “후발 주자가 기존 업체를 따라오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CJ39쇼핑은 제일제당그룹이 구축한 MPP(음악, 요리, 오락)와 드림웍스를 비롯한 영화산업 인프라까지 지원받고 있다. 따라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는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현대홈쇼핑의 유재헌 팀장은 KDB가 위성방송 사업을 추진할 때부터 주주로 참여한 사실을 강조했다. 주주의 권한을 감안할 때 불리할 게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주주에 대한 인센티브와 관련, KDB는 “동점일 경우에만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팀장은 “객관적 조건에서 CJ39쇼핑과 LG홈쇼핑이 유리한 건 사실이다. 나머지 3개 업체 중에서는 사업의 안정성 측면에서 현대가 우세하다. 하지만 채널 선정이 정치적인 문제와 맞물린다면,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하림농수산방송의 권사홍 부장은 채널의 차별성을 중시했다. 권부장은 “소비자의 생활과 밀착돼 있는 먹거리 상품을 특화해 농수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공익적 채널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KDB가 위성과 케이블의 차별성을 강조한 만큼 후발주자가 유리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덧붙였다. 반면 경방 우리홈쇼핑의 정윤상 프로듀서는 “사업성만 있다면 5개 업체가 다 될 수도 있다. 경방은 지역 특산물과 중소기업 아이디어 상품 중심의 프로그램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독교 채널, 치열한 4파전

    KDB는 종교채널을 3개로 못박고 있다. 케이블TV와 마찬가지로 불교 기독교 천주교 몫으로 1개씩 채널을 배정한다는 원칙이다. 이 가운데 불교와 천주교는 내부 반발 없이 결정될 듯하다. 하지만 기독교는 사정이 다르다. 현재 4개 업체(기독교TV, CBS, C3TV, OSB)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KDB 고위 관계자는 “서로 상대를 비방하는 전화가 걸려오는가 하면, 청와대 등 주요 기관에 탄원서를 넣었다는 정보도 있다”고 말했다.

    기독교 채널은 지난 95년 케이블TV 사업자를 선정할 때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당시 횃불선교재단과 CBS(기독교방송)가 다투는 바람에 기독교TV는 다른 채널보다 9개월 가량 늦어져 결국 연합교단 형태로 출범했다. 이번에도 기독교 채널의 단일화는 쉽지 않을 듯하다. KDB 김상헌 콘텐츠사업단 부장은 “종교채널은 심사 자체가 불가능하다. 교계에서 하나로 묶어줄 때까지 채널을 비워둘 수밖에 없다”며 원칙론을 폈다.

    현재 케이블에서 방송을 내보내고 있는 기독교TV는 6년간 채널을 운영해왔다는 강점이 있지만, 만성적인 적자 때문에 교계의 비판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기독교TV 우종철 국장은 “케이블 초창기에 공중파 흉내를 낸 것이 화근이었다. 제작비가 너무 많이 들어가다 보니 경영이 어려워졌다. 하지만 위성방송에서는 교계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안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독교 채널의 단일화 문제에 대해 우국장은 “교계의 특성상 어려울 것이다. 현재 CBS는 노사문제로 정신이 없고, C3TV(크리스천TV)는 자체 콘텐츠가 없다. 따라서 교계의 대표성을 갖고 있는 기독교TV가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CBS는 기독교TV의 주주이면서 현재 기독교TV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CBS 뉴미디어팀 양기혁 부장은 “기독교TV는 경영이 너무 어려워졌고 프로그램의 질도 수준 이하다. 그래서 CBS가 독자적으로 위성에 진출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CBS가 위성방송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또 있다. 미디어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라디오만으로는 생존이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양부장은 “CBS가 위성에 올라가면 기독교 프로그램의 품질도 달라질 것이다. 50년간의 방송 노하우와 문화, 음악, 교육 프로그램이 어우러지면 기독교 채널도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부장은 KDB의 기독교 채널 단일화 구상에 대해서도 불만을 터뜨렸다. KDB가 교계의 단일안을 요구할 게 아니라 사업계획서에 따라 냉정하게 심사해야 한다는 얘기다. 양부장은 “위성방송이 성공하려면 정말 좋은 채널을 선정해야 한다. 정확하게 조사해서 사업자를 골라야 하며, 교계의 눈치를 봐서도 안 된다. 그것이 기독교 채널이 살고, 위성방송도 사는 길”이라고 말했다. 양부장은 “단순히 큰 교회가 여러 개 뭉쳤다고 해서 개신교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며 C3TV측을 겨냥하기도 했다.

    C3TV는 99년부터 중계유선을 통해 설교방송을 해왔다. 현재 소망교회, 명성교회, 사랑의교회, 금란교회, 한신교회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자금도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C3TV 이명석 총무국장은 “좋은 목사님들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 만큼 설교 프로그램에서는 단연 앞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국장은 채널 단일화 문제에 대해 “기독교TV는 케이블에서 실패했다. 기독교 채널이 위성에서 성공하려면 경영능력이 있는 사업자가 컨소시엄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국장은 “OSB(오에스비 코리아)는 교계의 대표성이 없으며, CBS는 종합편성 채널로 가는 것이 좋겠다”는 말로 사실상 C3TV 중심의 단일안을 제시했다.

    OSB는 동양위성방송이라는 이름으로 일본프로야구 등을 중계하던 곳이다. OSB는 이번에 기독교, 드라마, 종합오락 등 3개 채널을 신청할 예정인데, 내부적으로는 드라마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다.

    OSB 김형국 차장은 “솔직히 기독교TV나 CBS와 맞서 싸우는 것은 역부족이다. 설사 위성방송에 진입하지 못하더라도 성지순례, 대담, 공개방송 등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케이블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차장은 “기독교계와 직접 관련이 없는 OSB야말로 종파를 초월해 교계의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KDB는 공익 차원에서 3개의 자체채널도 준비중이다. 소외계층을 위한 사랑의 채널, 지역민방과 독립프로덕션이 참여하는 슈퍼스테이션(Super Station) 채널, 시청자가 직접 참여하는 액세스(Access) 채널 등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액세스 채널은 현재 국민주방송 설립추진위원회(위원장 김학천·국민주방송)와 시민방송 설립준비위원회(위원장 백낙청·시민방송)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양쪽 모두 재단등록을 마치고 실무 준비에 들어간 상태. 하지만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두 단체의 경쟁을 소모전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시민방송 VS 국민주방송

    시민사회의 대표성 측면에서 보면 국민주방송이 유리하다. 국민주방송에는 언론 3단체, 시청자단체, 시민단체 등이 대거 결합해 있다. 국민주방송은 오랫동안 보도기능이 포함된 종합채널을 추진해왔지만,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끝에 최근 액세스 채널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반면 시민방송은 사단법인 국민방송 실현을 위한 시민모임(이사장 김상근·국민방송)이 주도해서 만든 재단법인이다. 국민방송은 KDB가 위성방송 사업자 경쟁을 벌이던 시절, KDB측과 액세스 채널 가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KDB의 한 관계자는 “가계약이 큰 의미를 갖는 건 아니다. 또한 현재 액세스 채널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법인은 국민방송이 아니라 시민방송이다. 따라서 가계약의 법적인 효력도 재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민방송의 표완수 상임이사는 “가계약은 유효하다. 국민방송은 시민채널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고, 시민방송은 그것을 구체적으로 수행할 주체로 보면 된다”고 답했다.

    국민주방송에 참여하는 일부 시민단체 관계자 중에는 시민방송을 곱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인사가 적지 않다. 이것은 시민방송의 모태가 된 국민방송의 핵심 인사들이 ‘친정부적’이라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국민방송 실현을 위한 시민모임의 이사장을 맡았던 김상근 목사는 김대중 정부에서 제2 건국 범국민추진위원회 상임위원장을 역임했고, 현재 KDB 이사로 등록돼 있다. 국민방송 운영위원장이었던 양재원씨도 청와대 정무수석보좌관 출신으로 현재 KDB 대외협력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다. 또한 시민방송의 방송책임자로 내정된 고석만씨는 청와대 공보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이런 이유로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시민방송이 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액세스 채널의 순수성과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시민방송 표완수 상임이사는 “시민방송에는 정부에 비판적이고 독립적인 사람도 많은데, 특정 인사의 전력만 부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시민방송은 단순히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담는 채널이 아니다. 국민주방송은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강조하지만, 우리는 단체에 앞서 개별 시민들의 자유로운 의사를 중시한다”고 말했다.

    양측의 의견 차이에도 불구하고 통합논의는 계속될 듯하다. 액세스 채널의 특성상 시민방송이나 국민주방송 모두 단독으로 진행하기에는 상당한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시민방송측에서는 “액세스 채널이 꼭 하나뿐일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하지만, KDB의 의지는 확고하다. 단일안이 나오기 전까지는 사업자를 선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KDB의 한 관계자는 “시민방송이나 국민주방송이 채널 운영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서로 힘을 합해도 정상적인 방송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양쪽 모두 욕심을 버리고 현실성을 따져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국민주방송의 서명석 사무차장은 “액세스 채널은 시청자 주권을 확보해 새로운 방송문화를 구현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시민방송측과의 통합 논의에서도 이러한 원칙을 분명히 할 것이다.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시민방송의 표완수 상임이사는 “국민주방송 쪽에서 통합 제의가 오면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다. 하지만 통합될 때까지 그냥 있을 수는 없다. 서로 견해가 엇갈리다 보면, 준비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현재로서는 우선 하나라도 출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통합논의는 그때 가서 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KDB가 6월15일 발표할 채널은 65개 안팎이다. 하지만 위성방송이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할 경우, 채널 수는 최대 100개에 이를 전망이다. 우선 공익채널 3개와 지상파 재전송채널 3개(KBS 1·2, EBS), 해외 직접 재송신채널 3~4개, 프로그램 검색채널, 홍보채널 등이 포함되며, 시스템이 본 궤도에 오를 경우 PPV(Pay Per View·프로그램당 시청료를 결제하는 방식)채널 5~10개, 데이터베이스 채널 5~10개 등도 전파를 송출할 예정이다.

    전체 채널 수를 결정할 또 한 가지 변수는 MBC와 SBS의 재전송 문제다. 현행 방송법은 KBS와 EBS의 재전송만 허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MBC와 SBS는 위성방송을 통해 전국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계획을 검토중이다. 하지만 두 방송사의 시각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MBC는 지방문화방송과의 이해관계를 의식해 공식적인 반응을 삼가고 있다. 반면 SBS는 지역민방의 반대가 있더라도 재전송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KDB는 두 방송사를 위성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가입자 확보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재전송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MBC 정책기획실의 홍성태 차장은 “지방방송의 생존 문제가 걸린 만큼 무리하게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좀더 고민해서 조금씩 양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SBS 기획실의 하금렬 실장은 “방침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MBC나 우리나 위성에 올라가고 싶은 건 사실이다. 지역민방은 SBS가 위성으로 재송신을 하면 당장 문을 닫을 것처럼 얘기하는데, 그런 식으로 하자면 KBS 지방방송총국은 벌써 망했어야 한다. 지역민방은 로컬 방송의 특성을 살리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민방 진영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지역민방은 구조적으로 자생력이 떨어지는데다, SBS 프로그램을 수신한다는 전제에서 출범했다. 현재 지역민방의 SBS 프로그램 편성 비율은 70~80%. 이런 상황에서 SBS가 위성으로 재전송을 하면, 광고시장의 질서가 무너지고 지역민방의 존재가치가 사라진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청주방송 심의실의 임성재 실장은 “SBS가 위성 재전송을 시작해서 지역의 시청자들이 위성 수신기를 통해 SBS를 보게 된다고 가정해보자. 이렇게 될 경우 누가 지역민방을 시청하기 위해 위성을 끄고 지상파를 켜겠느냐?”고 반문했다. 임실장은 “지역민방도 슈퍼스테이션 채널을 통해 공동으로 위성에 진출할 계획이지만, 현 상태에서 SBS의 재전송은 지상파와 위성의 공존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못박았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

    위성방송의 출범은 미디어 시장의 틀을 바꿔놓을 혁명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위성방송이 또 하나의 부실 국책사업이 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95년 화려하게 출범한 케이블TV도 장밋빛 미래는 고사하고 수많은 업체들을 빚더미 위에 올려놓았다. KDB는 2004년까지 가입자 200만명을 돌파해 흑자구조를 만들겠다고 주장하지만, 침체된 경기를 감안하면 그렇게 낙관할 일은 아닐 듯하다. KDB의 주식청약 과정에 실권율이 20%를 넘어선 것은 단적인 증거일 것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위성방송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콘텐츠와 더불어 차별화 전략이 필수적이다. 한 예로 디지털 위성방송만 시도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을 들 수 있다. 위성방송 시청자들은 수신기를 달아야 하는데,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은 수신기에 장착되는 핵심 부품이다. 하지만 현재 KDB와 정보통신부는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기준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기준 논란

    현재 다국적기업인 Open TV와 국내 벤처기업 컨소시엄(알티캐스트, 아이큐브, 에어코드)이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개발권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이른바 DVB-MHP 방식을 국내 표준으로 확정했다.

    반면 KDB는 이 방식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으며 기술개발까지 1년여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KDB는 대신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Open TV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그러자 정보통신부는 “KDB가 정통부 기준을 따르지 않을 경우, 위성방송 허가는 불가하다”며 공식 통보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KDB의 고위 관계자는 “정보통신부가 국내 업체를 밀어주고 있는 것 같다. 국내업체를 선택하라는 전화가 여기저기서 걸려오는데, 이건 그런 방식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국내 컨소시엄으로 갈 경우 현실적으로 연내 본 방송이 어려워진다. 국내 기업을 육성하는 것도 좋지만, 자칫 수천억원을 허공에 날릴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내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알티캐스트의 김문영 본부장은 “KDB가 Open TV를 너무 배려하는 것 같다. 아직까지 국내 컨소시엄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연내 방송에는 큰 문제가 없다. 지금 우리가 기술을 개발하면 머지 않아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지만, 해외기술을 쓰게 되면 앞으로 계속해서 외국업체에 휘둘릴 것이다. 정보통신부도 그런 측면을 감안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에어코드 이동복 연구소장도 “세계적인 추세가 DVB-MHP 방식으로 가고 있다. 지금 조금만 도와주면 엄청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해서 선택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영원한 2등에 머무를 것이다. KDB는 마치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때문에 위성방송에 큰 차질이 생길 것처럼 말하는데, 일단 방송을 시작하고 나중에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을 장착시켜도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KDB가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을 확정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대의 피해자는 아마도 수신기 제조업체일 것이다. 수신기는 위성방송 시스템의 핵심으로 데이터베이스 기술표준이 확정돼야 생산이 가능하다.

    KDB는 자체 평가를 통해 10개의 수신기 납품업체를 선정했다. 하지만 정보통신부와 KDB의 이해가 엇갈리면서 수신기 제조업체들은 국내 컨소시엄 방식과 Open TV 방식을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수신기 제조업체의 하나인 휴맥스의 김수열 부장은 “우리로서는 시간이 없다. 국내 컨소시엄이든 해외 업체든 하루빨리 결정해야 한다. 지금처럼 양쪽을 다 개발하다 보면, 방송을 시작할 때까지 납품을 못하는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5월11일 오후 서울 목동 한국통신 정보전산센터에서는 위성방송 채널사용사업자 모집 설명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채널 사업자 신청을 10여 일 앞두고 열려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설명회에 참석한 300여 명의 채널사업 관계자들은 위성방송에 높은 관심을 보였지만, KDB의 답변에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95년 케이블 TV에 참여했고, 이번에 교양 채널을 준비중인 K씨는 “KDB가 사업자에게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채널 사업을 재고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 주변에서는 채널 신청을 앞둔 사업자끼리 정보를 교환하는 장면이 자주 눈에 띄었다. 이 가운데는 위성방송 사업을 ‘투기’쯤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2000만원을 주면 KDB에 제출할 사업계획서를 만들어준다’는 브로커 얘기도 나왔고, ‘모 업체가 채널을 따낸 다음 웃돈을 받고 되팔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았다. 그런가 하면 위성방송의 개념조차 모르는 사업자도 있었다.

    KDB는 일본의 위성방송 사업자 Sky Perfect TV가 영업개시 4년 만에 250만 가입자를 확보했다는 사실을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의 미디어 시장은 분명히 다르다. 일본은 방송기술과 프로그램의 차별성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반면 한국은 어떤가? 초반부터 케이블 TV와 물고 물리는 ‘영토경쟁’을 벌여야 할 판이다. 위성과 케이블 그리고 지상파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제살깎기 경쟁으로 치닫는다면 총체적 부실이 불가피하다. 성패의 관건은 역시 확실한 차별성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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