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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보기술과 바이오기술 결합해야 희망있다”

세계적 석학 앨빈 토플러의 미래전망 <대담> 오명 동아일보회장

  • 정리·천광암 <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 iam@donga.com

“한국, 정보기술과 바이오기술 결합해야 희망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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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앨빈 토플러는 1928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세계적인 미래학자다. 그는 실리콘밸리가 생기기도 전에 컴퓨터 가상현실 전자네트워크를 이야기했고, 인터넷 사용자가 700명도 안 될 때 인터넷 세계를 예언했다. ‘미래쇼크’ ‘제3의 물결’ ‘권력이동’ 등 그가 쓴 책들은 세계 30개 언어로 번역 출간돼 지식인들의 미래학 교과서 구실을 했다. 한국의 정보화사회 추진 방향을 설명하기 위해 방한한 토플러 박사는 6월7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일보사를 방문해 오명 회장과 2시간여에 걸쳐 대담했다.
오명 : 귀하의 강연과 저서는 한국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한국 정부와 국민에게 정보화 마인드를 심어준 귀하의 공헌에 감사합니다. 1985년 체신부 차관 시절 귀하를 한국에 처음으로 초청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와 지금의 한국을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토플러 : 17년 전에는 정보통신 기반시설이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훌륭하게 갖춰져 있습니다. 한국은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빠르게 발전했어요.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고 봐야겠죠. 그러나 한국은 지금 17년 전에는 없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지금은 정보화 사회로 넘어가는 것이 과제라고 봐요. 한국은 내부적으로 금융시스템과 재벌구조를 시급히 개혁해야 하고 동시에 빠르게 변하는 외부세계에도 적응해야 합니다.

오명 : 한국은 제2의 물결, 즉 산업혁명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오랜 기간 후진국으로 머물러온 뼈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1960년대부터 산업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해서 성공한 덕분에 다행스럽게 선진국 문턱에 다다랐어요. 그러나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맞았고 지금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만약 한국이 제3의 물결을 일찍 받아들여 정보화를 위해 노력했더라면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이 지금처럼 약화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또 IMF 관리체제도 겪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귀하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토플러 : 동의합니다. 한국은 1960년대 이후 수출 주도의 경제성장을 통해 성공했습니다. 일본과 대만도 그렇게 성공했고, 지금은 싱가포르 홍콩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거의 모든 아시아 국가가 이 전략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수출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에, 특히 중국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출현함으로써 과거의 수출주도형 성장모델로는 성공할 수 없게 됐어요. 한국은 우선 내수경제를 발전시켜 지나친 수출 의존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래야만 세계경제의 변동으로 과도한 영향을 받는 것을 피할 수 있습니다.

수출 성장모델로는 어렵다

다음으로는 수출품목을 과거의 기계나 박스형 제품에서 정보집약 상품이나 서비스 등으로 다양화해서 부가가치를 높여야 합니다. 한국이 이런 노력에 일단 성공해도 중국이 빠른 속도로 쫓아오고 있기 때문에 멈춰서는 안 됩니다.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한 거죠. 지금은 정보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만 앞으로는 바이오기술에 대한 의존도도 함께 높아질 겁니다. 이와 같은 변화를 정부가 주도해서는 안 되고, 모든 국민이 제3의 물결에 대한 이해와 비전을 가져야 합니다.

오명 : 한국은 IMF 위기 이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구조조정에 관한 귀하의 견해가 궁금합니다. 구조조정이 한국경제의 장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십니까.

토플러 : 우선, 한국은 정부 은행 기업간에 만들어져 있던 과거의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정부가 은행에 지시를 내리고, 은행이 싼 자금을 기업에 지원하며, 기업은 그 대가로 돈가방을 건네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거죠. 물론 이게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중앙집중형 개발방식은 전기(前期) 산업사회에서는 통용됐지만, 후기산업사회나 정보화사회에서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둘째, 수직형 조직에서 벗어나 아웃소싱을 확대하는 등 좀더 유연한 조직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한 회사가 원재료부터 부품 최종소비재까지 생산하던 방식은 과거 산업사회에서나 들어맞았어요.

물론 재벌 문제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겠죠. 재벌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거든요. 생산성이나 효율성이 뛰어날 수도 있습니다. 핵심경쟁력을 여러 개 갖고 있다는 것은 좋은 점이 많아요. 한쪽 분야가 침체되면 다른 분야가 받쳐주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경영활동을 할 수 있잖아요. 문제는 경제상황의 변화에 발맞춰 얼마나 민첩하게 변하느냐 하는 점이에요. 여기서 누가 기업을 소유하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지식정보를 잘 활용하는 효율적인 기업구조를 통해 이익을 내느냐가 중요한 거죠.

오명 : 한국의 정보통신산업은 급속히 성장해왔으나 1990년대 후반 들어 성장속도가 둔해졌습니다. 저는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한국의 정보통신산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국가적으로 어떤 전략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토플러 : 장기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기술과 바이오기술의 결합입니다. 지금까지는 정보기술이 바이오기술의 발전을 촉진하고 뒷받침해왔지만, 이제부터는 반대로 바이오기술이 정보기술의 발전을 이끌 겁니다. 한국은 이런 흐름을 잘 활용해서 정보기술과 바이오기술을 결합하는 선두적인 위치에 서야 할 겁니다.

오명 : 정보기술과 바이오기술의 융합은 매우 중요한 주제입니다. 좀더 부연해서 이야기해 주십시오.

정보와 바이오의 결합

토플러 : 일반 대중은 유전자 조작기술 등 바이오기술에 대해 막연한 공포를 갖고 있습니다. 물론 바이오기술은 위험할 수 있죠. 하지만 위험하다는 것이 개발을 중단해야 하는 이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바이오기술은 건강증진 질병치료 식량증산 등의 효과가 크거든요. 우리는 지금 새로운 형태의 농업이 시작되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과거 우리는 전통적인 농업방식으로 인류를 부양하는 데 한계가 오자 기계화 등으로 생산성을 높였어요. 농업에서 제3의 물결은 유전공학 생물공학 정보기술 등이 융합돼 새로운 형태의 농업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이 새로운 농업은 공해를 줄이고 화학비료를 대체하는 등 친환경적인 요소가 많습니다. 제3의 농업은 이제 시작단계예요.

생물정보학과 바이오혁명이 결합해 IT분야나 다른 부문에도 변화를 몰고 올 겁니다. 앞으로는 칩을 제조하는 것이 아니라 재배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습니다. 컴퓨터도 디지털 기반에서 DNA 기반으로 발전할 수 있어요. 발전에는 융합(convergence)이 중요합니다. 개별 기술이 아니라 여러 기술(multiple technology)의 수렴과 융합이 진정으로 거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것입니다.

오명 : 한국에서는 1998년부터 벤처붐이 형성됐습니다. 지금은 코스닥시장이 침체되면서 많은 벤처기업이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험에 비춰 한국의 벤처붐은 정상적인 것이었다고 보십니까? 일각에서는 한때의 거품이라고 주장하는데….

토플러 : 주가는 경제의 건전성을 가늠하는 지표가 될 수 없습니다. 주가가 50% 떨어졌다고 해서 기업의 50%가 도산한 것은 아니잖아요. 주가가 떨어졌다고 해서 컴퓨터나 휴대전화가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실리콘밸리를 흉내낸 도시가 세계적으로 50∼100개에 이른다고 합니다. IT 생산만을 모방해서는 설사 성공하더라도 실리콘밸리의 성공과 같은 효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인터넷 기반시설을 잘 닦았다는 것만으로는 아무 혜택을 기대할 수 없어요. 정보기술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죠. 대기업뿐 아니라 국수가게나 세탁소에도 정보기술이 뿌리를 내리도록 해야 합니다.

정보기술이 기업의 자본흐름 근로형태 조직형태 등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겁니다. 기업의 조직구조를 바꿔야 정보기술 도입의 진정한 효과가 나타나듯 사회제도도 바꿔나가야 하겠죠. 신기술과 시스템이 함께 발전할 수 있어야 하고, 노조도 바뀌고 정부와 비정부기구(NGO)의 관계도 달라져야죠. 특히 중요한 것이 교육시스템의 혁신입니다. 지금의 교육시스템은 산업사회에 적합하던 것으로 지식정보사회에서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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