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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학교수의 지상고발

전 주권 신공항 건설, 당장 중지하라!

  • 김상진 < 벽성대 · 법학 >

전 주권 신공항 건설, 당장 중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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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글은 전북 김제에 전주권 신공항을 건설하겠다는 정부 계획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한 대학교수의 기고다. 필자는 전북도와 건교부가 추진중인 전주 신공항 건설사업이 지역주민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사업 타당성 조사가 부실하게 이뤄졌으며, 감사원으로부터 건설 부적격 판정을 받았는데도 정치논리에 밀려 강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공항 후보지인 김제시측과 시민단체는 공항 건설을 반대하며 전북도·건교부와 맞서고 있어 새만금사업과 비슷한 양상의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신동아’는 이 글에 대해 전북도·건교부측이 반론을 제기할 경우 다음호에 게재할 계획이다.<편집실>
1960년대 이후 경제성장 과정에 야기한 국토의 불균형 개발은 국가 발전에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제1∼3차 국토종합개발계획 와중에 정치적·즉흥적으로 이뤄진 수많은 개발사업이 인구와 산업을 경(京)-부(釜) 축으로 집중시키면서 교통혼잡, 도시 과밀화, 환경오염 등의 부작용을 초래한 게 그 대표적 사례다. 2000년부터 시행된 제4차 국토종합개발계획이 ‘선계획 후개발’을 대원칙으로 삼고 있는 것은 국토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제는 박물관으로 사라졌어야 할 그 같은 정치적·즉흥적 개발이 다시 시도되고 있다. 전주 신공항 건설계획이 그것이다. 이 사업은 지역주민에게 고통을 주고 생존권을 위협하며 4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어 하루빨리 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돼야 한다. 지난 4년간 경직된 공권력과 맞서 싸워온 필자는 무모하리만큼 앞뒤 안 가리고 이 사업을 밀어붙여온 공권력의 횡포를 저항권 행사라는 결연한 각오로 여론에 고발하고자 한다.

현재 한쪽에서는 연일 전주 신공항 건설의 당위성만 주장하고, 다른 한쪽에선 공항 건설의 절차와 방법에 하자가 있다며 사업의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한 후 추진하라고 맞서고 있다. 경실련, 녹색연합, 환경연합, 참여연대, 함께하는 시민행동, 학실련, 생명회의, YMCA 등은 전주 신공항 건설계획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성명서를 내고, 민주당 한나라당 국회 청와대 국무총리실 건설교통부 등에 탄원서를 냈다.

하지만 전라북도 당국은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이나 대화 노력은 뒤로 한 채 사업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또 사업 당사자인 건교부는 이 사업이 전북도가 주장하는 것처럼 김대중 대통령의 선거공약이라 하여 타당성 조사 한번 제대로 하지 않고 공항 중장기 발전계획을 변경하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였다.

전북도, 건교부의 무리수

문제의 발단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북도가 교통개발연구원에 의뢰, 수행한 전주권 신공항 타당성 용역조사(96년 12월∼97년 7월)가 그것이다. 전북도는 아무런 의견수렴 없이 조사를 실시한 후 1년 가까이 그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다 정권교체 직후인 1998년 5월 전주 신공항 건설을 요청했는데, 이에 대해 건교부는 공항 중장기 발전계획을 하루아침에 변경한 뒤 그해 9월 전주 신공항 후보지에 대한 지정고시를 했다.

이에 따라 전주 신공항 건설 후보지인 김제시민들은 마른 하늘에서 날벼락이 떨어진 듯 생존권을 위협받게 됐고 김제시는 시 운영과 발전계획에 치명타를 맞게 됐다. 공항 후보지와 직선으로 430m 거리에 있는 김제 유일의 대학인 벽성대학은 공항이 들어설 경우 소음으로 인해 정상적인 수업과 연구를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존폐의 기로에 내몰렸다(대학의 교육환경은 특별법인 항공법이 규정할 가치 판단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일반법인 교육관계법에 따라 판단할 사안이다).

건교부는 공항 지정고시에 대한 김제시측의 의견을 듣고자 공문을 발송했고, 이에 따라 김제시는 자체 의견을 냈으나 의견 개진 경유지인 전북도는 98년 10월 김제시의 의견을 묵살하고 이를 건교부에 통지하지 않았다. 이어 당시 국민회의 주도로 99년 기본설계비 예산(8억 원)이 국회에서 승인됐다.

한편 99년 3월 감사원은 전주 신공항 건설이 ‘부적합’하다고 판정하고 이를 건교부에 전달했으나, 5월 전주를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이 전주공항을 조속히 착공하겠다고 언급함으로써 상황은 다시 반전됐다. 건교부는 사업 타당성 재조사에 나섰지만 이미 감사원으로부터 문제가 있다고 지적받았던 교통개발연구원에 다시 조사 용역을 줘 물의를 빚었다(99년 6월∼99년 11월).

건교부는 99년 10월 전북도와 김제시에 입지를 재조정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전북도는 김제시와 전혀 협의 없이 건교부의 입지 재조정 의견을 묵살하고 강행 방침을 밝혔다. 그해 12월 국회에서는 한나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민회의의 주도로 실시설계비 예산 25억 원이 배정됐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급기야 김제시장과 시의회 의장이 2000년 10월 기자회견을 통해 “전주 신공항 건설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교통개발연구원과 대우엔지니어링의 재조사 결과에 객관성과 타당성이 결여돼 있다”며 “양측이 동수(同數)로 추천한 전문가들로 민관합동조사단을 만들어 타당성 조사를 다시 실시하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전북도와 건교부가 이 제안을 거부해 김제시장과 시의회, 이 지역의 장성원 의원(민주당), 경실련, 녹색연합, YMCA, 함께하는 시민연대 등은 전주 신공항 건설 반대 성명서를 잇따라 발표하기에 이른다(2000년 11∼12월).

하지만 이에 아랑곳없이 2000년 12월26일 전주 신공항 예산 50억 원이 추가로 배정됐으며, 지난 2월 건교부는 형식적인 후보지 검토를 마친 후 3월 김제시에 공항건설 협조요청 공문을 보냈다.

또한 건교부는 사전협의 없이 3월27일 전주 신공항 토론회를 일방적으로 강행하려다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그러자 건교부는 전주신공항건설반대투쟁위원회(이하 반투위)와 전주공항의 타당성을 놓고 6월7일 서울 건설회관에서 전문가 토론회를 열기로 합의했다(4월27일).

이에 따라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는 듯했으나 건교부는 느닷없이 5월10일부터 7월10일까지 전주 신공항 실시설계에 필요한 현지 측량을 하겠다고 공고하고 측량작업을 강행했다. 그런가 하면 2002년 전주 신공항 예산으로 173억 원을 편성해 기획예산처로 올렸고, 6월4일에는 일방적으로 공청회 공고를 일간지에 내기도 했다. 주민들의 반발이 워낙 완강하니 일단 토론회라는 ‘미끼’를 던져 반투위 활동을 달래면서 뒤로는 이런 짓을 한 것이다.

그래서 반투위는 토론회에 참가할 전문가를 추천하지 않기로 하고 토론회 불참을 선언했다. 6월5일에는 공청회 공고 원천무효 성명서를 발표했고, 김제시민 1000여 명이 서울 종묘공원에서 ‘허위투성이 전주 신공항사업 강행 시민고발대회’를 개최했다.

문제투성이 타당성 조사

다음은 전북도가 교통개발연구원에 의뢰해 실시한 전주권 신공항 건설을 위한 타당성 조사연구의 결론 부분이다.

“전북권 공항 건설을 위해 다양한 항목의 분석을 통해서 최적의 후보지를 선정하고자 했다. 신공항을 건설하기에 앞서 기존 시설을 최대한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기존 시설이 가진 한계로 인해 민항기를 취항시키기에는 많은 문제점이 대두되었다. 따라서 기존 공항을 활용하는 방안과 더불어 새로운 공항을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새로운 공항을 건설하기 위한 후보지는 9곳(기존 공항 포함)을 대상으로 예비조사를 실시하여 모두 4곳의 후보지를 최종 정밀 분석지로 선택하였다. 김제 덕동 학동 그리고 춘포를 대상으로 실시한 정밀조사 결과, 모든 평가부문에서 양호한 판정을 받은 김제 후보지가 제1후보지로 선택되었다. 무엇보다 4곳의 최종후보지 모두 전주, 익산, 김제로부터 30분 이내에 접근할 수 있는 곳이어서 주로 토지 매입 및 기존 시설 등의 이설 비용이 후보지 평가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중략).

결론적으로, 전주권 공항을 개발하는 전략은 첫째, 기존의 전주비행장을 신공항 개발 전까지 소형 항공기와 경비행기가 운항할 수 있도록 개발하는 방안과 둘째로, 처음부터 새로운 공항을 개발해 항공서비스를 제고하는 방안을 들 수 있다. 두 가지 방안 모두 투자하는 재원이 문제가 될 수 있으며, 기존 전북권 공항인 군산공항과의 역할분담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는다. 따라서, 전주권 공항을 개발하기 위해 어느 방안을 채택하더라도 투자재원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결정날 것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타당성 조사는 전주 신공항 건설에 대해 유보적이고 애매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전북도 당국은 대통령 공약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건교부에 전주 신공항 건설을 요청했으며, 건교부는 신중한 검토 없이 전문가들의 우려를 묵살한 채 공항 중장기 발전계획을 변경해 전주 신공항 건설을 지정고시했던 것이다. 결국 이 용역조사는 감사원으로부터 공항 건설 부적격 판정을 받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감사원은 전주 신공항 건설이 94년 4월19일 고시된 전국 공항개발 중장기 계획의 결론(‘서해안고속도로, 호남고속철도 건설 등과 같은 육상교통체계의 변화 및 군장산업단지 건설 등 항공 수요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과 군산공항 개항에 따른 중복투자를 고려해 2010년까지는 군산공항을 전북지역의 대표적인 공항으로 활용하고 2010년 이후에 공항 건설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을 변경하는 것이므로 방침의 변경 사유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령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서해안고속도로가 2001년까지 완공될 경우 상당기간 서울∼군산 노선의 항공기 이용 승객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이런 수요예측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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