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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人공장’ 1000곳! 강남 성형외과 타운

  • 김문영 < 자유기고가 > noname01@freechal.com

‘美人공장’ 1000곳! 강남 성형외과 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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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과가 끝나는 저녁 7시, 강남 신사동에 위치한 한 성형외과 접수계원들의 움직임이 바빠진다. 고객 명단을 보며 일일이 전화를 걸고 있는 것이다.

“이선미 선생님이시죠? 여기 병원인데요. 내일 오후 3시로 예정된 수술 스케줄 확인하려고 전화 드렸어요. 시간 맞춰 나오시고요, 반지나 목걸이 같은 장식품은 모두 댁에 두고 오세요.”

원장 외에 네명의 전문의가 더 있는 이 병원은 강남에서도 수술 건수가 가장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전화 문의는 받지 않는 것이 원칙이어서 상담하러 오는 사람만 해도 하루 십수 명에 이른다. 환자가 많은 날은 의사 다섯명이 식사를 건너뛰거나 도시락으로 대신해야 할 만큼 바쁘다.

압구정동 성형타운의 요지경

강남 최고의 성형외과임을 자랑하는 이 병원은 우선 시설부터 다른 개인병원을 압도한다. 전체 5층 규모의 병원에서 1층을 과감하게 환자 대기공간으로 할애했다. 전화를 받은 환자 쪽에서 “미리 가서 기다려도 되느냐”고 물은 모양이다. “1층에 와서 쉬고 계시면 된다”고 대답하는 접수계원의 목소리에서 병원에 대한 자부심이 배어 나온다.

대기실은 최고급 커피숍으로도 손색이 없을 만큼 호화로운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얼핏 봐도 고급스러운 탁자와 의자, 하얀 벽지와 원목 바닥재가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낸다. 청동 조각 장식품, 천장 중앙의 번쩍거리는 샹들리에와 조명시설…. 물잔 하나, 휴지통 하나 예사 물건이 없다.

화장실도 호텔을 무색케 할 정도다. 바깥쪽에는 세면기가 있고 안쪽 좌변기 양 벽면에는 전신 거울이 붙어 있다. 좌변기도 심상치 않다. 위생을 위한 비닐 교환 시설, 비데 등을 포함한 최고급품이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환자들에 대한 배려도 세심하다. 여성지를 비롯한 각종 읽을거리는 기본. 대형 스크린의 TV와 비디오, 다른 한켠에는 인터넷 이용 시설이 갖춰져 있다. 두 대의 PC 모두 최고 기종이다.

이처럼 성형외과는 인테리어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병원의 상징처럼 느껴지는 약품 냄새, 병원 냄새도 전혀 맡을 수 없다. 대기실은 물론이고 상담실이나 의사 연구실도 푹신한 의자, 고풍스러운 가구로 채워져 있어 잘 꾸며놓은 가정집을 연상시킨다. 벽에 걸어놓은 전문의 자격증, 의사 사진 정도가 이곳이 병원임을 일깨워줄 뿐이다.

특히 최근 성형외과 밀집지로 부상하는 청담동 일대는 겉모양마저 주변 화랑이나 고급의상실에 조금도 뒤지지 않을 만큼 고급스럽다.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간판 하나에도 격조가 있어야 하는 곳이 바로 여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역시 강남 성형외과의 ‘메카’는 신사동이다.

신사동과 압구정동 대로를 걷다 보면 안과, 치과, 피부과, 성형외과 등 각종 개인의원 간판이 즐비한 것을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이 성형외과, 비만클리닉, 미용센터 등 성형수술이 행해지는 곳이다.

지하철 신사역이나 압구정역은 역사 벽면의 평범한 광고란조차 다른 역과 다르다. 보통 지하철 역이라면 개봉영화 포스터가 걸려 있는 것이 적당할 듯한 자리에 ‘00성형외과’, ‘00클리닉’ 등의 광고판이 부착돼 있다. 신사역 부근에서도 성형외과가 유난히 많은 신사역과 압구정역 사이, 즉 2번, 4번 출구와 8번 출구 쪽에 특히 많다. 신천, 역삼, 양재 등에 위치한 성형외과 광고도 상당수다.

강남구정보센터의 집계에 따르면 강남구 소재 개인의원 수는 488개. 단일 진료과목으로 의원 수가 가장 많은 분야는 성형외과다. 전체 488개 의원 중 110개로 22.54%에 육박한다. 110개의 성형외과 중 54.54%인 60개가 압구정동과 신사동, 청담동에 집중해 있다. 이 지역에서는 전체 개인의원 중 성형외과 비중이 50%를 상회한다.

정보센터의 집계에 빠진 의원도 있다. 성형외과개원의협의회에는 총 450개 의원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는데 그중 200여 개 의원이 서울지역에, 특히 150여 개 의원이 강남에 분포돼 있다고 한다. 개원의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개원의의 협의회 가입률이 99%라고 하니, 150개가 넘는 의원이 강남지역에 몰려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실제 강남구에서 성형수술을 하는 의원은 1000여 곳에 가깝다. 이는 성형외과 전문의들이 추정한 수치다. 150여 곳을 제외한 나머지는 외과, 피부과 등 타과 전문의나 외국에서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이 성형을 진료과목으로 내 건 경우다.

의원 중에서도 성형외과는 특히 개원 비용이 많이 든다. 깨끗하고 쾌적하게 꾸미려면 좋은 건물을 임차해야 하고 적잖은 인테리어 비용을 들여야 한다. 수술 장비도 대부분 고가품이다.

뚱뚱한 여자 ‘못 참는’ 강남

성형외과가 밀집해 있는 곳에서 눈에 확 띄는 시설을 갖추려면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장안평에 개원한 국광식 원장은 “강남에서는 인테리어 비용으로 평당 200만원이 필요하다. 100평 기준으로 인테리어 비용만 2억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성형외과 개원의(開院醫) 대다수는 빚을 낸다. 의사들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가 수월하다. 신용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때문이다. 물론 자금이 풍부하다면 빚을 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신사동에서 5층 규모의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김병건 원장은 “지금까지 빚을 져 본 적은 없다”고 밝혔다.

강남의 성형외과 수술비는 강북이나 지방에 비해 확실히 비싸다. 단순 비교하면 크게는 30%, 최소 10% 이상 차이가 난다. 강남 지역에서 쌍꺼풀 수술비는 120만원 이상. 요지가 아닌 강북 변두리지역에서는 80만원 선이다.

압구정동에서 의원을 운영하는 박 아무개 원장은 “압구정동에서는 커피 값도 더 비싸지 않은가”라며 “하지만 환자에게 부담을 줄 만큼 큰 차이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600만원 규모의 수술이라면 강남과 강북의 수술비가 많게는 200만원까지 차이 날 수도 있다. 그런데도 강남에는 ‘200만원 차이가 부담스럽지 않은 환자들’이 있어 의사들을 만족시킨다.

국내에서 성형외과가 호황을 누리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중반부터다. 당시 유명한 성형외과들은 대부분 명동, 신촌에 밀집해 있었다. 두 곳 모두 젊은이들이 북적이는 패션의 중심지였다. 특히 명동은 최고급 의상실과 각 은행 본점, 백화점과 사채시장 ‘큰손’들이 활개치는 부의 근원지였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사회·경제적 패권이 강남으로 넘어왔다. 압구정동이 옛 명동을 대신하게 된 것이다. 그러자 성형외과들도 자연스럽게 자리를 옮겨와 지금은 지하철 3호선 신사역에서 압구정역에 이르는 거리 전체가 성형외과 밀집지역으로 변모했다. 압구정 중심가가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새롭게 부상하는 곳이 청담동이다. 거부들이 압구정동 아파트에서 청담동 빌라촌으로 옮기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편리한 교통이 강남지역의 이점 중 하나. 특히 신사역, 압구정역 등 지하철역에서 가까울수록 규모가 큰 의원이 많고 지명도도 높다. 여성 유동 인구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지하철 강남역 6번 출구 쪽, 뉴욕제과와 외환은행 앞은 대표적인 약속 장소다. ‘물’ 좋기로 유명한 이 일대에서는 소위 ‘쭉쭉빵빵한’ 여성을 흔히 볼 수 있다. 사람 구경 좋아하는 젊은 축들이 벤치에 늘어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하릴없이 바라보는 모습도 흔한 풍경이다.

이 거리는 일명 ‘찌라시(전단)’ 천국이기도 하다. 지하철 출구에서부터 100m가 채 안 되는 거리를 걷는 동안 최소 10명 이상의 ‘삐끼(홍보원)’를 만나게 된다. 영어학원, 디자인학원, 카드 깡, 인력 알선 등 내용도 다양하다.

요즘은 단순히 전단을 뿌리는 행위를 넘어서 고도의 전략을 구사한다. 타깃 마케팅이라고 해야 할까. 우선 목표 행인을 정한 다음 가까이 접근해 “설문조사를 한다”며 말을 붙인다. 한가하거나 순진한 사람이라면 간단한 설문조사쯤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실상은 설문조사를 빙자한 홍보행위다.

“최근 2년 동안 건강진단 받은 적 있으세요?”

“어떤 이유로 안 받으셨어요?”

“다이어트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신 적 있으세요?”

“몇 kg정도 빼고 싶으세요?”

“저렴한 비용에 확실히 살을 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해보시겠어요?”

이쯤 되면 누구나 이 설문 조사의 목적이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광고하는 데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묻지도 않았는데 “확실한 단식 프로그램이 있다”는 둥 “지방흡입술도 저렴하게 받을 수 있다”는 둥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제서야 “돈 없다”, “살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강경하게 나가 보지만 순순히 물러날 설문조사원(?)이 아니다. “남들처럼 예쁜 옷 입고 싶지 않으세요?”, “그냥 이대로 살자고 생각하세요?”하며 속을 긁어 놓는다.

아무리 강남이라지만 예쁘고 몸매 좋은 사람들만 다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 다이어트를 해야 할 만한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다. 홍보요원들은 뚱뚱한 사람이 그냥 지나치게 놔두지 않는다. 몸매에 지나친 콤플렉스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도 강남 거리에서는 어느새 주눅들기 쉽다. 아마도 강남지역에 유독 성형외과가 많은 한 이유일 것이다.

이와 관련 압구정동에서 개업중인 박 아무개 원장은 “모던한 사회일수록 성형이 많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말하는 ‘모던한 사회’란 소비를 미덕으로 여기는 사회다. 미덕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권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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