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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의약분업 대통령도 망설였다”

‘DJ 동서’ 서재희 전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장의 4시간 격정 토로

  • 이나리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byeme@donga.com

“의약분업 대통령도 망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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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준비 안된 의약분업, 실상은 이렇다.
  • ● 99년 대통령 독대 ‘의약분업 1년 연기’ 관철시켜
  • ● 복지부 “준비 안됐지만 못하겠단 말 어떻게 하나”
  • ● 대통령께 누 끼쳐 죄송, 그러나 너무 억울하다.
  • ● 최선정 전 복지부장관 “약사 반발 우려되니 약제비 심사 말라” 명령
  • ● DJ 인척이라 고려대 나와 동서기로 끝난 큰처남
  • ● 재정 파탄 막을 길은 민간 의료보험 도입 뿐
지난 8월14일, 서재희(徐載熹·73)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이 보건복지부(장관 김원길)에 제출한 사표가 마침내 수리됐다. 취임한 지 13개월, 임기를 2년 10개월이나 남겨놓은 시점이었다.

서 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의 전(前)동서, 그러니까 사별한 첫부인 차용애 여사의 동생 차은경(67) 씨의 남편이다. 대통령 친인척인데다, 대한의사협회(의협)에서 추천한 의사 출신 평가원장이라는 이유로 취임 전부터 언론과 야당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지난 3월, 의보 재정이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는 보도가 나온 뒤부터는 ‘위기의 주범’으로 몰려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결국 여론 악화와 ‘반대파’의 공세에 밀려 도중하차하고 만 것이다.

원고마감이 임박한 8월16일 오전 9시, 송파구의 한 오래된 아파트에 사는 서 전원장을 찾았다. 60평 남짓한 공간은 손때 묻은 가구, 10년은 됐음직한 가전제품들로 소박하게 꾸며져 있었다.

원장 재임 시절 수많은 인터뷰 요청을 받았지만 제대로 응하지 않은 그였다. 서 전원장은 “그 때는 눈물나게 억울한 일이 있어도 위치 때문에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또 말을 하면 할수록 대통령께 누만 끼치게 될 상황이었다. 이제 홀가분한 몸이 됐으니 밝힐 것은 밝히고 따질 것은 따져야 할 것 같아 제안에 응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말 다 털어내기로 한 듯 “이런 걸 좀 물어봐 달라”며 직접 작성한 예상질문지까지 내밀었다. 주로 자신의 과거 행적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쏟아진 비난 중 ‘억울하다’거나 ‘해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인터뷰는 4시간 넘게 계속됐다. 심평원 직원들의 고생, DJ 친인척이란 이유로 고통받던 날들, 언론 공격에 시달릴 때의 참담했던 심경 등을 토로할 때는 감정이 복받쳐 몇 번씩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동안 너무 억울했다”

-퇴임하신 지 이틀이 지났습니다. 지금 심경은 어떠신지요.

“시원섭섭합니다. 시원한 건 근거 없는 모함에 시달릴 이유가 없어져서이고, 섭섭하다는 건 사옥 마련 등 직원들에게 한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기 때문이죠.

사실 애초부터 임기를 다 채울 생각은 없었습니다. 중책인데 얼마나 감당할 수 있을지, 대통령 친인척이라고 매스컴의 주목을 받게 될 텐데 괜찮을지, 그런 걱정들을 많이 했지요. 나이도 있고, 심평원이 어느 정도 자리잡은 후 마땅한 후임자가 나타나면 스스로 물러날 생각이었습니다. 근데 그 시기가 좀 빨리 온 거죠.

원장직을 수락한 건 사명감 때문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제가 심평원 초대 원장 아닙니까. 지난해 7월1일, 직장의보와 지역의보를 통합하면서 보험연합회에서 수행하던 의보 심사기능을 독립시킨 것이 바로 심평원이니까요. 의보통합은 물론이요 의약분업의 핵심기관인 셈인데, 정말 잘 이끌어 의료제도 개선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었습니다. 제 자신, 평생 공정하게 살아왔고 분업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도 있었고요.”

지난해 6월 말, 서 전원장이 심평원장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야당은 물론 건강연대·경실련·전국사회보험노조(옛 지역의보노조) 등의 반대가 잇따랐다. ▲의협에서 추천한 개업의사라 의료기관의 진료비 청구서를 공정하게 심사·평가할 수 없고 ▲고령에 30년 넘게 개업의로만 활동해 행정능력이 의심된다는 것이었다.

-그런 ‘악조건’에도 원장에 내정된 건 대통령의 동서이기 때문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주장이었는데요.

“한마디로 낙하산 인사라는 말이죠. 그런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절 추천한 곳이 청와대라든가 여당이라든가, 그러면 또 몰라요. 근데 의협이 했단 말입니다. 심평원 독립이라는 것 자체가 의협이 요구한 일이예요. 이전에는 보험연합회가 심사 기능을 갖고 있다 보니 ‘보험자 입장’에서만 일처리를 해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그걸 바로 잡자고 여야 의원 만장일치로 심평원 설립을 결정한 것 아닙니까.

그리고 의사라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실제 심평원 직원의 3분의 2 이상이 의료인입니다. 상근·비상근 합쳐 550여 명이나 되는 간호사, 의사들이 심사원으로 일하고 있어요. 심평원 자체가 의료인 손에서 굴러가고, 의료인으로서의 전문 지식이 어디보다 크게 요구되는 조직이란 말이죠. 그러니 의사가 원장이 되면 안 될 이유가 뭡니까. 심평원장은 의료인이 아니어도 좋고, 의료인이면 더 좋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원장 취임 후 이런저런 의사 모임이 있을 때 가서는 꼭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당신들이 추천해 원장 됐지만 내가 보호하는 것은 정직한 의사뿐이다, 비도덕적인 의사는 도둑에 진배없으니 앞장서서 척결하겠다고요. 사실 지금까지의 그 수많은 적발 실적을 누가 다 올린 겁니까. 바로 심평원이 한 일 아닙니까.”

그는 경력과 나이를 문제삼은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터뜨렸다.

“원장이 어디 직접 심사를 하나요. 중요한 건 직원들이 공정한 평가를 할 수 있도록 조직을 잘 이끌어가는 것이지요. 행정능력을 문제 삼는데, 제가 육군 중령으로 예편했습니다. 더 무슨 경력이 필요합니까. 직원들로부터 신망 받고, 이를 바탕으로 조직을 일사불란하게 지휘할 수 있으면 된 것이지요. 제가 그만둔다니 직원들이, 원장님한테 무슨 잘못이 있느냐며 각계에 진정서라도 내겠다고 하더군요. 도대체 제가 뭘 잘못했다는 겁니까. 정말 되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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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리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by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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