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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사회의 빛과 그림자

  • 송홍근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carrot@donga.com

교수사회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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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연봉 1500만원짜리 교수 VS 8000만원짜리 교수
  • ● 철밥통은 옛말, 성적표에 울고웃는 교수
  • ● 연봉제·계약제는 교수 통제수단
  • 소설이나 TV 드라마에 나오는 대학 교수들의 모습은 언제나 여유롭다. 넓은 서재와 풍부한 지식, 사회적 영향력..., 경제적 안정까지. 하지만 실제로 대학 교수들을 만나면 한숨부터 내쉬는 경우가 많다. 어렵게 교수자리를 차지했지만 경쟁을 강요하는 시장논리의 다그침이 부담스럽다. 경제적으로 부유할 것이라는 사회적 인식도 상당수 교수들에게는 '편견'일 뿐이다.
국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지난해 지방사립대 계약직 교수로 부임한 K씨는 통장에 찍힌 월 급여액을 볼 때마다 절로 한숨이 나온다. 각종 공제를 한 뒤 그가 받는 돈은 180만원 남짓.

시간강사를 할 때도 지금처럼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몸이 힘들었을 뿐 원하는 공부를 한다는 생각에 정신적 스트레스는 없었다. 새벽 기차를 타고 강의를 다니는 피곤한 생활이었지만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기쁨에 신바람이 났었다.

시간강사 시절 그의 연 수입은 900만원.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의 벌이였지만 큰 불만은 없었다고 한다. 전임자리를 구하면 곧 생활이 안정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임이 되면 생활이 크게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요즘엔 친구들 모임도 웬만하면 핑계를 대고 빠집니다. 친구들이 술값 내는 것도 한두 번이지, 못할 일이더군요.”

K씨는 “월 수입이 노총에서 만든 3인 가구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전임이 되어 나아진 것은 내 이름으로 된 의료보험 카드 한 장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의 달력엔 일요일이 없다. 강의와 논문 준비 때문에 주말을 잊은 지도 오래다. 커리큘럼 준비, 회의참석, 실험 등 하루 일과가 빼곡히 채워져 있다. 학술지에 발표할 논문을 준비하느라 밤 12시를 넘기기 일쑤다.

턱없이 낮은 급여

“‘한 번 교수는 영원한 교수’란 말은 구문(舊文)입니다. 임용에 대한 염려가 없다면 거짓말 아니겠어요. 교수 사회만큼 직업의 유연성이 없는 곳도 없어요. 한 대학에서 쫓겨나면 다른 대학으로 옮길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K씨는 “연구여건이라도 안정돼 있으면 치사하게 급여에 불만을 갖지는 않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연구비조로 지급되는 수당이 있지만 턱없이 적은 액수라고 한다. 자신의 용돈에서 부족한 연구비를 벌충해야 한다는 것의 그의 설명.

그의 가족은 월 50만원을 저축하고 생활비로 80만원을 쓴다. K씨의 용돈은 30만원. 지금도 꼭 사야 할 것이 아니면 구입을 미루게 된다는 그는 “5년, 10년이 지나도 경제적으로 별달리 나아질 것이 없는 생활을 생각하면 갑갑할 뿐”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교수생활을 시작한 지 4년째인 지방 H대학 김모 교수의 연봉은 세금 납부와 각종 공제를 하고 나면 2700만원 정도. 교수만큼 가치 있는 직업은 없다고 말하는 그도 급여에 만족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교수는 최고 수준의 지적 능력을 요구하는 전문직입니다. 하지만 급여는 고급 지식노동자 중 가장 낮아요. 교수들은 학문에 대한 열정으로 젊은 시절 많은 기회비용을 치른 사람들입니다. 대학에 들어와서 근무 여건을 보면 실망할 수밖에 없지요.”

김교수는 “제자나 후배들에게 경제적 걱정 없이 연구에 정진하려면 미국에서 일자리를 알아보라고 충고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성적표’에 웃고 우는 교수

그가 재직하고 있는 학교는 교수업적평가제와 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다. 연봉제 후 매년 일정하게 증가하던 급여 인상폭이 과거보다 줄었다. 상위 등급을 받지 못한 탓에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수준 높은 논문을 발표하고 외부기관 프로젝트를 유치하려고 노력하지만, 지방대 교수라는 한계가 걸림돌이 된다.

“수도권 사립대학을 제외하곤 교수들의 임금이 생각보다 훨씬 적습니다. 국·공립 대학은 연봉이 다소 적더라도 신분이 안정돼 있지 않습니까. 지방사립대는 엉망이에요. 예외인 곳도 있지만….”

그는 “대학후배가 최근 연봉 2000만원에 계약제 강의전담요원으로 임용됐다”고 귀띔했다. 계약제 강의전담요원은 보통 1~3년 기간 동안 신분이 보장되는 직책이다.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공급과잉’ 현상이 발생해 교수들의 급여가 낮아지고 있다는 것의 그의 분석이다.

김교수의 연구실엔 ‘업적’을 점수로 계산해 기록한 ‘성적표’가 배달된다. 교수도 평가를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연구능력과 강의능력이 점수로 기록되는 것을 그는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평가결과를 받아 들면 ‘꼭 이런 식의 평가를 받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영업사원도 아니고 업적을 하나 하나 계량화한다는 건 난센스죠.”

업적평가 결과가 연구실로 배달되는 날이면 교수들 사이에 희비가 엇갈린다. 급여도 문제지만 재임용 여부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연차가 늘어도 교수들의 월급은 크게 오르지 않는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지방 S대에서 10년째 교편을 잡고 있는 J교수의 연봉은 3800만원 가량. 40대 중반인 그의 나이를 고려하면 결코 많은 액수가 아니다.

각종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생기는 부수입이 조금 있지만 조교와 대학원생들에게 쥐어주고 나면 자신의 몫은 전혀 없다고 한다.

“일부 귀족 사립대학을 제외하면 같은 연배의 회사원보다 교수 급여가 오히려 적습니다. 훨씬 늦게 돈벌이를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주 큰 차이죠.”

J교수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강의노트를 디지털화하고 홈페이지를 이용해 강의를 진행하는데, 강의만 할 때보다 시간과 품이 훨씬 많이 든다. 학회에 참여하고 논문 지도 하다보면 정작 자기 논문 쓸 시간 내기도 빠듯하다고 한다.

이처럼 일부 지방사립대 교수의 급여는 일반의 인식과는 크게 다르다. 5년차 교수의 연봉이 2500~3000만원인 곳이 부지기수고 그보다 적은 곳도 있다.

계약임용제를 실시하는 지방의 한 대학에선 1800만원에 임용계약을 체결한 경우도 있을 정도. 여건이 특히 열악한 호남권의 한 대학에선 1500만원에 계약한 교수도 있다고 한다.

물론 모든 지방사립대의 급여수준이 이처럼 낮은 것은 아니다. 일부는 수도권 대학 수준의 연구 여건을 보유하고 있으며 교수에 대한 대접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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