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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는 지금 사업중!

‘敎授벤처’ 2년 중간보고서

  • 송홍근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carrot@donga.com

캠퍼스는 지금 사업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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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캠퍼스에 ‘벤처 열풍’이 불면서 각종 기업에 참여한 교수가 1000명을 넘어섰다. 겸직이 허용돼 교수들에게 창업의 길이 열린 지 2년 남짓. ‘교수 사업가’에 웃고 ‘장사꾼 교수’에 운 ‘교수 벤처’ 2년을 정리했다.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연구중심 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 교수벤처를 더욱 장려해야 한다.”

“교수님이 장사꾼으로 변했다. 강의를 빼먹기 일쑤고 온통 회사 생각뿐이다.”

IMF 경제위기 이후 정부와 각 대학들이 교수의 벤처창업을 지원, 육성하면서 많은 교수가 벤처기업을 창업해 직접 경영하거나 간접적으로 경영에 참여했다.

벤처기업에 몸담은 교수들은 교수벤처가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고 교수의 연구 의욕을 촉진시키며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돈에 ‘눈이 먼’ 일부 교수들의 행태 때문에 교수창업 허용을 전면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벤처열풍이 휩쓸고간 지난 2년 동안 대학 실험실에선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

경기대학교 호연관에 자리잡은 벤처기업 제이맥. 이 회사의 대표이사는 경기대 디자인공예학부 김병찬(45) 교수다. 제이맥은 ‘전국 1호’로 설립된 교수벤처 기업이다. 교수의 기업 창업이 허용되자 마자 김교수는 1999년 9월1일 같은 과 교수 두 명과 함께 벤처기업 제이맥을 차렸다.

대학 실험실에 ‘벤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김교수가 ‘전국1호’로 벤처기업을 창업한 1999년부터. 물론 그보다 먼저 연구결과를 산업화해 회사를 경영하는 교수가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은밀한 일이었다. 학교 눈을 피해 창업한 뒤 대리인을 두고 경영하는 식이었다. 따라서 대학내 실험실 벤처사업가로는 그가 최초인 셈이다.

99년부터 교수 창업 허용

김교수는 “교수들은 첨단 정보에 쉽게 접할 수 있고 연구를 통해 신 기술을 확보할 수 있어 교수 벤처는 성공할 가능성이 일반 벤처에 비해 매우 크다”면서 “다만 교수 본연의 임무인 연구·교육 활동과 벤처활동을 어떻게 조화시키는 지가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1999년 6월 이전까지 학교 내 창업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교수가 외부기업의 임원을 겸직하거나 회사를 운영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학문으로 치부하려 한다”는 비난을 받기 일쑤였고 사업을 계속하려면 교수 노릇을 그만둬야 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경제위기 이후 ‘벤처산업’에 관심이 고조되면서 교수창업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었고, 1998년 말 ‘벤처기업 특별조치법’이 개정되면서 교수창업에 대한 법적인 제한이 사라졌다. 이 법에 따라 교수들은 1999년 6월부터 회사를 창업하고 그 회사의 임원을 교수직과 겸임할 수 있게 됐다. 그때부터 벤처 깃발을 내건 ‘실험실’‘연구실’ 벤처기업이 우후죽순처럼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특히 지방대학에선 ‘특성화 사업’의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학교가 교수의 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벤처창업’이 유행처럼 번졌다.

“저는 운이 좋은 편입니다. 그 전부터 막연하게 수요자 중심의 교육과 특성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우연히 벤처 바람을 타 ‘생각’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거지요. 중소기업청에서 각 대학을 돌며 벤처기업 설립에 대해 홍보하고 독려했습니다. 최근엔 벤처붐이 시들해져 그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변했습니다.”

김교수는 창업 당시를 이같이 회고한다. 지난해 1·4분기까지는 각 대학들이 학내 벤처를 독려하고 정부까지 나서 벤처산업 육성을 역설해, 교수들의 벤처 창업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벤처는 곧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됐다.

‘노는 장비’로 부가가치 창출

어떤 대학에선 학내 벤처기업이 몇 개라고 자랑하는 신문광고를 하는 등 학교를 홍보하는 수단으로 학내 벤처를 이용했다. 재정이 충분치 않은 대학에선 부족한 재원을 교수벤처를 통해 확보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갖고 교수벤처에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실험실 벤처의 가장 큰 장점은 창업비용이 크게 절약돼 경쟁력 확보가 쉽다는 점이다. 학교에 있는 수억원 대의 장비를 무료 혹은 아주 적은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학교로부터 공장, 사무실도 저렴하게 임대할 수 있기 때문에 창업 비용이 일반 소기업과는 비교가 될 수 없을 정도로 적다. 연구목적으로만 사용하기엔 아까운 고가의 장비를 수업 이외의 시간에만 사용하기 때문에 장비 공간을 무료 혹은 실비로 제공하고도 대학으로선 손해볼 것은 없다.

전국1호 교수벤처 제이맥의 주요 생산품은 수원의 전통문화를 담은 관광문화 상품과 옥을 이용한 장신구다. 벤처기업 지정 후 20여 평 규모의 학교 실습실을 공장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수억원 상당의 금속장비를 학교에서 지원받아 사용한다. 또 학교로부터 1억원의 창업자금을 대출 받았다.

학교가 출자한 교수벤처는 수익이 발생했을 때 일부를 학교에 기부하거나 상장 했을 때 일정지분을 학교가 갖는 조건인 경우가 많다. 학교의 노는 시설을 이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거기서 발생하는 잉여소득을 학교, 교수, 학생들이 골고루 나눠 갖는 것이 교수벤처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다.

제이맥 직원들은 곧 열리는 ‘옥공예 명품전’ 준비로 여념이 없다. 제이맥은 홈쇼핑 업체를 통해 개발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제이맥이 사용하는 공간은 10평 남짓의 연구실 2개. 디자인을 위한 컴퓨터 몇 대와 책상, 대형 테이블 두 개가 사무실 비품의 전부다. 회사에서 김교수 연구실까지의 거리는 불과 10여m. 연구실이 사장실이고 실습실이 회사인 학내 벤처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미술대학은 거의 모든 대학에 벤처가 설치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국내 시장은 한정돼 있고 더욱이 순수작가로 성장할 수 있는 인원은 한계가 있죠. 소수의 대학을 빼고는 실용적인 영역에 관심을 갖고 교육을 해야 합니다. 제이맥도 그런 교육철학의 연장선상에 있지요.”

김교수는 “학내벤처가 실용적 교육의 길을 터주는 단초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회사를 설립하고 학교의 양해를 얻어 강의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회사운영과 강의를 병행하다 보니 강의를 줄이지 않고서는 회사 운영을 할 시간이 크게 부족했기 때문이다. 장신구 디자인 전공 5명의 교수 중 3명이 벤처기업에 관여하다 보니 다른 두 명의 교수들이 여러 가지 행정업무를 도맡아 하고 있다.

학교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해 다른 두 명의 교수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이 든다는 그는 “회사가 잘 운영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우선 회사가 잘돼야 지원을 해준 학교에 보답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익을 내야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학교에 보탬을 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김교수는 창업 당시 자금을 지원받은 대가로 회사가 상장되면 주식의 10%를 학교에 기증해야 한다. 교수벤처가 성공하면 학교도 새로운 재정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디자인 학과에 입학하는 신입생 중에는 장차 벤처기업을 차리겠다고 말하는 학생이 상당수 있다고 한다. 김교수가 보람을 느끼는 대목이다.

김교수의 강의는 당연히 실무중심으로 짜여져 있다. 기업들이 대졸 신입사원을 뽑으면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야 한다고 하소연하는 현실에서 실무를 강조한 교육으로 ‘예비 직장인’을 양성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물 중에 탁월하거나 상업적 가치가 높은 작품은 김교수가 적정 가격의 현금을 주고 구입한다. 김교수는 우수한 디자인을 산업화할 수 있어 도움이 되고 학생들은 실무 경험도 익히고 용돈도 벌 수 있는 1석2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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