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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분석|생화학무기

인류 최후의 적,독가스에서 탄저균까지

  • 최진태 < 한국테러리즘연구소장·정치학박사 >

인류 최후의 적,독가스에서 탄저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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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졌던 탄저균이 ‘문명의 나라’ 미국에 다시 나타났다. 생화학테러 가능성에 미국인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빈자(貧者)의 핵무기’라 불리는 생화학무기를 이용한 테러는 인류에게 어떤 재앙을 안겨줄까.
뉴욕과 워싱턴에서 동시 다발 테러가 자행된 지 26일 만인 지난 10월7일,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의 오사마 빈 라덴의 본거지와 훈련캠프에 대한 대대적 공격을 개시함으로써 21세기 첫 전쟁이 시작됐다. 이번 전쟁은 미국의 테러리즘 근절을 위한 강력한 의지가 군사행동으로 옮겨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반(反)테러리즘 전쟁이다.

미국의 공격이 이뤄질 것에 대비해 아프간 국민과 전세계의 이슬람 신도들에게 지하드(聖戰)에 나설 것을 촉구해왔던 탈레반 정권과 빈 라덴은 미국의 공격 개시 직후 대미 보복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탈레반의 지도자 모하메드 오마르는 최근 세계 주요 통신사에 보낸 성명에서 “미국이 빈 라덴을 죽여도 우리들은 대미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며 미국의 보복에 결코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빈 라덴은 전세계 50여 개 국가에 걸쳐 5000여 명 이상이 암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그의 조직원과 추종자들을 동원해 무차별적이고 대대적인 연쇄 테러공격을 벌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리적인 군사력으로 미국에 대항할 수 없는 아프간과 빈 라덴이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은 테러리즘뿐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판단이다.

만약 빈 라덴이 보복 테러를 자행한다면, 그 공격은 과연 어떤 형태일까?

미국 정부와 많은 전문가들은 생화학 무기를 이용한 테러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하고 있다. 생화학 무기를 이용한 무차별적 공격을 통해 뉴욕과 워싱턴 사태에 버금가는 희생자를 발생케 하여 전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어 미국의 보복 전쟁에 대한 반전 분위기를 조성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실로 나타난 생화학 테러 공포

최근 미 플로리다주에서 같은 직장동료 2명이 생물무기로 사용되는 탄저균에 잇달아 감염된 사건이 발생하여 미 정부가 생화학 테러의 가능성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생화학무기를 이용한 테러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듯하다. 플로리다주에서 처음 발생한 탄저균 감염사례는 이후 뉴욕과 네바다주에서도 발생했으며 미국 전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미 보건당국은 10월8일 한 주간지 발행업체의 직원인 에르네스토 블랑코가 폐렴 증세로 병원에 입원하여 검사를 받던 중에 탄저병으로 판명됐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에 앞서 5일에는 같은 회사 직원인 보브 스티븐스가 탄저병으로 사망했다. 아메리칸 미디어사가 발행하는 타블로이드판 주간지 ‘더 선’의 사진부장이었던 그의 컴퓨터 키보드에선 탄저병 박테리아가 검출됐다. 이에 따라 미 정부는 이 회사 건물 전체에 대한 출입을 봉쇄하는 한편 직원 400여 명 전원을 상대로 탄저병 감염 확인 검사를 실시했다.

지난 12일에는 뉴욕의 NBC방송국 본사의 여직원 한 명이 탄저균에 감염된 사실이 밝혀졌고, 뒤이어 네바다주 리노에 있는 한 기업체에 배달된 우편물에서 양성으로 추정되는 탄저균이 발견되면서 이 일련의 사건들이 단순한 범죄가 아닌 생화학테러일지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더욱이 같은날 배달된 뉴욕타임스와 NBC방송의 저명앵커인 톰 브로코 앞으로 정체불명의 분말이 묻은 우편물이 배달된 것으로 알려지는 등 테러로 의심되는 사건들이 잇달아 공개되면서 생화학테러에 대한 우려는 서서히 공포로 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에서 탄저병에 감염된 환자가 사망한 것은 1976년 이후 25년 만의 일이다. 탄저병 박테리아는 소나 양 등 동물을 통해 인체에 감염될 수도 있으나 누군가 고의로 병균을 살포하지 않는 한 같은 직장 직원이 잇달아 이 병에 걸릴 확률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스티븐스씨가 사망했을 때만 해도 탄저병 발생을 테러리즘과는 무관한 별개의 사건으로 간주했으나 추가 감염자가 발생함에 따라 세균살포에 의한 테러리즘의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 이유는 9월11일 뉴욕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자살테러를 감행한 범인 중 무함마드 아타는 플로리다주에서 거주하는 동안 생화학 테러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농약살포 비행기에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테러리즘(Old Terrorism)은 극단적 수단을 동원한 의사소통 행위 측면이 강했다. 그러나 뉴 테러리즘(New Terrorism)은 전쟁의 한 형태로 자행되고 있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전쟁에서는 적의 궤멸이 목적이므로 승리 이외에 요구조건이 있을 수 없으며, 상대방에게 최대의 타격을 입히는 것이 최종 목표다. 뉴 테러리즘은 대량살상 자체가 목표이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 어마어마한 인명 손실을 가져올 수 있는 생화학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실정이다. 지난 9월11일 대참사는 테러리스트들에게 도덕적 한계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보이지 않는 무기

생화학무기의 위협은 치명적 기능 외에 사용 범위와 피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데에 있다. 폭탄은 눈에 보이지만 생화학무기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방독면을 아예 쓰고 살지 않는 한 생화학 테러를 미연에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 누군가가 감염된 다음에야 무기가 사용됐는지 확인할 수 있고 그때쯤이면 많은 사람들이 병에 걸린 후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생물무기를 이용한 테러는 공상과학소설이나 007시리즈 영화에나 등장했으나 현실에서는 도덕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일로 일축되곤 했다.

그러면 전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 생화학무기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생화학무기는 크게 생물무기와 화학무기로 나눌 수 있다.

생물무기는 세균무기의 개념이 확대된 것으로, 세균·바이러스·리케차(Rick ettsia) 등의 미생물을 사용하여 사람·가축·식물을 살상 또는 무능화시키는 무기를 말한다. 폭탄·포탄 등에 넣어서 살포하거나 음식물에 삽입하는 방법으로 공격한다. 대량살육의 가능성이 많아 비인도적이라는 이유에서 국제법으로 그 사용이 금지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1975년 3월 29일에 발효한 국제조약에서는 개발·생산·저장까지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국가에서 보복사용의 가능성과 방어방법의 연구를 구실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오늘날 개발된 생물학적 작용제는 수십 종에 달하며, 대인용으로 사용되는 세균에는 장티푸스·콜레라·페스트·디프테리아 등의 균, 바이러스에는 뇌염·유행성 독감·천연두·황열병(黃熱病)의 병원체 등이 있다. 배양시 살균제를 소량 투입하여 균의 저항력을 증가시켜 보충 백신으로 죽지 않는 강력한 균을 생산한다.

생물무기의 살포 방법에는 호흡기 기관으로 침투될 수 있도록 폭발성 소형폭탄에 균을 주입하여 에어로졸(Aerosol) 상태로 공기 중에 살포하거나, 곤충 매개물을 소형 폭탄에 충전하여 항공기로 목적 지역에 투하하거나, 사람이 직접 잠입하여 병균을 살포하는 방법 등이 있다.

생물무기는 테러 공격 대상인 사람을 무력화하는 반면, 시설에는 비(非)파괴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일반적인 특징과 병원균의 경우 살아 있는 생명체라는 점에서 다른 테러무기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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