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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이슈

‘간염보균 의사’와 ‘수술환자’가 만났을 때

  • 이종수 < 독일 본대 의대 교수 >

‘간염보균 의사’와 ‘수술환자’가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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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형간염 바이러스 보균자인 외과의사가 수술중 환자에게 간염을 전염시킨 사건이 발생, 독일 의료계가 발칵 뒤집혔다. 독일의 경우 1년에 1000명의 환자가 이런 식으로 간염을 앓고 있다는 충격적인 보고도 있다. 간염 발생 빈도가 높은 한국의 의료현실에서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EXPO 2000의 개최지인 독일 하노버에서 발간된 한 일간지(2001년 7월14일자) 1면에 “하노버의 의료 스캔들, 간염을 앓고 있는 의사가 수술을 계속하고 있다”는 기사가 대서특필됐다. B형간염바이러스 보균자인 외과의사가 수술중 환자에게 간염을 전염시켜 그 의사가 지금까지 수술한 4000여 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감염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로부터 3주후인 2001년 8월4일, 독일 제1TV에서는 B형간염 바이러스 보균자인 심장외과 의사로부터 수술중 전염된 B형간염 환자 사례를 소개하면서 미국에서는 이런 경우 해당 병원은 환자에게 600만달러를 보상금으로 지불하도록 언도한 판례가 있다고 앵커가 설명했다.

이와 같이 바이러스 보균자인 의사에서 환자로의 간염 전염 문제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독일 부퍼탈대학의 호프만 교수가 조사 발표한 바에 따르면 독일에서만도 의사가 수술과정에서 1년에 1000명의 환자에게 간염을 전염시키고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간염의 발생빈도가 높은 국가군에 속하는 한국도 무시해버릴 수 없는 문제일 것이다. 여기서 그 문제점과 대책을 검토해 보려고 한다.

그러나 이 문제의 검토에 앞서 주지해야 할 사실은 의료인이 병원근무중 간염환자로부터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성이 더 크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술중 혈액을 통해 전염돼

B형간염 환자의 혈액으로 오염된 주사바늘 또는 수술기구에 의해 의사가 상처를 입으면 B형간염이 전염될 가능성이 약 30%에 이른다. B형간염 환자의 혈액에는 고농도의 간염바이러스가 존재하여 주사바늘에 묻은 정도인 소량의 혈액만으로도 약 100명 정도 감염시킬 수 있다. B형간염 예방접종이 실시되기 전인 1980년대 초 이전에는 병원근무중 환자로부터 간염이 전염된 의료계 종사자 수가 허다했다.

반면 C형간염의 경우 환자의 혈액에 내포돼 있는 바이러스 농도가 엷은 편이다. C형간염 환자의 혈액이 묻은 바늘이나 수술기구에 의해 상처를 입었을 때 C형간염 발생률은 B형간염의 10분의 1 정도, 즉 3%(10% 미만)에 불과하고 에이즈인 경우 B형간염의 100분의 1인 평균 0.3% 정도임을 참고삼아 알아두자.

이같은 사실에서 볼 때 장기간 병원근무를 계속하고 있는 의료인은 환자치료중 간염에 전염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이 때문에 구미 각국에서는 직업병으로 인정해 보상대상에 포함했을 정도다.

의사 입장에서 볼 때 환자로부터 전염된 간염이 다시 환자에게 되돌아가니 도의적 책임감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보는 경향도 없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염바이러스 보균자인 의료인이 병원에서 환자에게 간염을 전염시키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의료사고라고 보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e항원이 양성일 때 위험 높아

1971년부터 1999년까지 구미 각국의 의학지에 발표된 사례를 종합해보면 B형간염 바이러스 보균자인 외과의사 40명으로부터 전염된 환자는 404명으로 적은 수가 아니다. 뿐만 아니라 발표되지 않은 사례, 즉 미확인된 전염자를 합하면 이보다 훨씬 많은 숫자가 될 수 있다.

특히 질병 치료차 입원한 환자가 B형간염에 감염돼 퇴원한 경우 환자의 실망은 말할 것도 없고, 병원의 도의적 책임과 함께 보상을 둘러싼 법정투쟁으로까지 비화하기도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의사가 환자에게 간염을 전염시키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B형간염에 이환(罹患)된 의사(B형간염 보균자) 중에 e항원이 양성인 사람, 즉 HBeAg가 양성일 때 전염 가능성이 아주 크다. 이는 B형간염 바이러스 증식이 심하여 혈액 속의 농도가 높으므로 전염률도 그만큼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국에서는 병원에 종사하는 의사가 HBeAg 양성이면 해당 의사는 자진하여 그 병원심사위원회에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고 여기서 그 의사의 거취문제가 처리된다. 만약 심사위원회에서 처리할 수 없거나 결정하는 데 불확실성이 있을 경우는 영국 보건부 산하 상설자문위원회에 회부한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HBeAg가 양성이면 ‘전염의 위험성이 큰 시술(EPP)’을 중지시킨다.

캐나다에서는 HBeAg 양성인 외과의사와 의료 종사자가 간염에 관한 혈액검사 받기를 거부하는 경우 해당 병원의 심사위원회에서 판정이 내릴 때까지 전염의 위험성이 큰 시술을 중지시킨다. 또 한 의사가 그때까지 치료한 환자 중에서 한 사람에게라도 간염을 전염시킨 사례가 발생한 경우도 동일하게 취급한다.

독일의 제도도 캐나다와 동일하다. 다만 의사의 ‘EPP’ 중지 결정은 병원의 심사위원회가 아니라 해당 보건소장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이 다르다.

한편 의사가 B형간염 바이러스 보균자라 하더라도 HBeAg가 음성인 의사는 그 전염률이 낮은 편이다. B형간염 보균자인 외과의사가 환자에 감염시킬 비율은 B형바이러스 증식 여하에 따라 차이가 많으나 치료한 환자의 6∼13%로 보고 있다. 즉 B형간염 보균자인 외과의사로부터 수술받은 100명의 환자 중 약 10명 정도가 감염된다고 보면 된다.

과거에는 B형간염 바이러스 보균자인 의사가 HBeAg 음성이면 전염성이 매우 낮다고 보아 어떠한 시술을 해도 무방하다며 제한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의사가 환자 한 사람에게라도 감염시킨 것이 확인되면 병원 심사위원회에 회부하여, 여기서 최종결론이 내려질 때까지 ‘EPP’를 중지시켰다.

그런데 근년에는 HBeAg가 음성인 외과의사가 환자에게 감염시킨 사례가 적지 않게 발표되고 있다.

하나의 비극적인 예로 1996년 초 영국에서 정형외과 수술을 받은 여성 환자(당시 77세)가 퇴원 2개월 후 B형간염이 발병하여 치명적 간염으로 진전돼 사망한 사실을 들 수 있다. 이 의사는 HBeAg가 음성이어서 환자에게 잘 전염되지 않을 것으로 믿었으나, 사망한 환자의 간염바이러스 유전자를 조사한 결과 정형외과 의사로부터 그 노인에게 전염된 것이 확인됐다. 이 사건은 영국사회에 일대 충격을 주었다.

조사 결과 그 정형외과 의사의 경우 B형바이러스가 돌연변이한 상태여서 HBeAg가 검출되지 않았으나 바이러스 증식은 왕성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오늘날은 HBeAg가 음성이라 할지라도 바이러스의 돌연변이에 의해 전염성이 강할 경우도 있으므로, HBeAg가 음성인 B형간염보균자인 의사는 일단 HBV-DNA를 검사한 후 해당 심사위원회에 회부한다. HBV-DNA치가 높으면 전염률도 높다.

이 제도는 영국, 미국, 독일, 캐나다 등이 전부 동일하다. 독일에서는 HBV-DNA가 1ml당 100.000코피 이하일 때는 무방하다고 보지만, 영국에서는 HBV-DNA가 1ml당 1.000코피 이하일 때에 한해서 전염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기준은 아직 세계적으로 통일되지 않고 있다.

B형과 달리 C형간염바이러스 보균자인 외과의사에 의해 환자가 감염되는 비율은 그렇게 크지 않다.

영국에서 한 흉부외과 의사가 환자에게 C형간염을 감염시킨 것이 최초로 알려진 예이며, 스페인의 한 심장외과 의사가 환자 222명을 수술했는데 그중 6명에게 전염시킨 것이 가장 유명한 사건이다. 또한 C형간염 바이러스 보균자면서 마약중독자인 마취과 의사가 마취 시작 전에 환자에게 주사할 마취약의 절반을 먼저 자신에게 주사한 뒤 그 나머지를 환자에게 줌으로써 217명의 환자에게 C형간염을 감염시킨 사건이 세상을 크게 놀라게 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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