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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특기·아이디어로 ‘평생직업’ 찾는 사람들

  • 박성원 < 한경비즈니스 기자 >

취미·특기·아이디어로 ‘평생직업’ 찾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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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벤처기업들이 무더기로 퇴출되고, 대기업은 수시로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30~40대 직장인들이 대거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꿈을 안고 몸담았던 직장을 떠나 벤처기업에서 새 둥지를 튼 직장인이나 안정된 일자리가 좋아 대기업에 남아 있던 샐러리맨들 모두 지금은 처지가 비슷하다. 이들의 가장 큰 소망은 안정적인 ‘평생 직업’을 찾는 것. 요즘 부쩍 제2의 직업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벤처기업에서 일하던 이경우(37)씨는 최근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회사를 나와야 했다. 대기업에서 일하다가 3년 전 벤처기업으로 옮긴 뒤 2차례나 직장을 바꿔 S벤처기업 이사로 스카우트 됐지만 끝은 허무했다. 직장을 옮기면서 연봉을 높이고, 업계에서 나름대로 이름도 날렸지만 결국 집에서 쉬는 신세로 전락했다.

그가 회사를 나와야 했던 원인은 능력과는 상관없었다. 모기업인 미국 본사가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자 그가 다니던 한국 지사 역시 동반 퇴출된 것. 한국지사는 사정이 나쁘지 않았지만 본사가 없는 마당에 더 이상의 영업은 불가능했다. 그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운이 없었던 탓이다.

이씨는 앞으로 직장생활을 3년쯤 더한 뒤 40세부터는 전혀 다른 일을 해볼 계획이다. 불안을 느끼지 않고 직장생활을 하려면 전문직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 한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자신의 라이선스를 갖고 평생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해고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는 한의대 편입시험을 본 뒤 한의사가 되는 꿈에 부풀어 있다. 그가 앞으로 다닐 직장은 한의사가 되는데 징검다리 역할을 해줄 뿐이다.



제2의 인생을 준비한다


이씨처럼 30대 후반에 직장에서 해고된 사람은 다른 직장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다. 나이도 문제지만 벤처기업 이사로 단맛을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연봉이 줄거나 직급이 낮아지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자리를 구걸하는 것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결국 평생 직업을 꿈꾸며 생계를 위해 대충 시간을 벌 수 있는 직장을 잡게 된다.

KIS컨설팅 유미나 팀장은 “퇴출된 직장인들은 다시 직장생활을 하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낀다”며 “경영 기획 회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이들은 직접 창업하거나 1인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분야를 택해 미래를 설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예컨대 기업에서 인사업무를 담당했으면 노무사나 헤드헌터에 지원, 자신의 경력을 살리면서 직장에 구애받지 않는 전문가 과정을 걷는다. 경리분야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하기 위해 해외 유학의 길을 떠나거나, FP(재무설계사, Financial Planner) 시험을 치고 자격증을 따기도 한다.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러나 특출한 ‘전공’이 없는 직장인은 높은 연봉이 보장되는 다른 직업을 갖기가 만만치 않다. 더구나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형편이면 더 그렇다.

연봉을 높이면서도 당장 일을 시작할 수 있는 분야로 각광받는 종신보험설계사는 그래서 인기가 좋다. 특히 외국계 보험사에 입사할 경우, 금융전문가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직접 영업을 하면서도 전문가 대접을 받는다.

H그룹 기획팀장이었던 오영동(39)씨는 억대 연봉을 꿈꾸며 보험설계사의 길로 들어선 직장인이다. 회사 요직인 기획팀장으로 승승장구했지만,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에만 매달려봐야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는 현실이 암울했다.

그는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으면서도 ‘잃어버린 꿈’을 되찾을 수 있는 길을 모색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ING생명의 재무설계사(Financial Planner)다. 국내보험사들이 30~40대 주부들을 보험설계사로 활용하는 반면 ING생명, 푸르덴셜생명 등 외국계 보험사는 대기업 간부급 출신의 유능한 남성을 보험설계사로 모집하고 있다. 오씨는 ING생명에서 재무설계사로서 훈련을 받으며 실력을 키워나갔다.

고객의 재무상태를 정확하게 파악, 적절한 상품을 소개해주고 재무진단까지 해주는 그에게 고객들이 하나 둘씩 몰리기 시작했다. 재무설계사가 된 첫 해 그는 억대 연봉자로 올라섰고, 이듬해는 여성 비서까지 두면서 1인 사업가로 발돋움했다. 지금은 조직관리와 새로운 재무설계사를 모집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억대 연봉을 받고 있다.

“노력에 따라 정직하게 보수를 받을 수 있는 곳이 보험회사예요. 내 사업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있고요. 재충전하기 위해 월요일마다 아내와 골프를 칩니다. 월요일에 골프를 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치과의사 변호사 등은 골프장이 한가한 월요일에 골프를 하더군요. 재력에 따라 삶의 질은 상당히 달라집니다.”

오씨처럼 외국계 보험사의 재무설계사들이 억대연봉을 받으며 성공한 케이스가 속속 사회에 알려지면서 샐러리맨들에게 이 직종이 새로운 탈출구로 떠올랐다. 지난해 생명보험사들이 새로 충원한 종신보험 설계사는 무려 1만3000명. 대다수가 대졸 이상 고학력자로, 4~5년 이상 월급쟁이를 한 30~40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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