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8월호

귀에 쏙쏙 ! 히딩크 영어 따라하기

  • 김대균 < YBM시사영어사 어학원 강사 > hankeol@chollian.net

    입력2004-09-01 16: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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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년 반 동안 우리는 여러 매체를 통해 거스 히딩크 감독의 목소리를 들어왔다. 그의 말은 영감에 차있고 재치 넘치고 믿음직스럽게 들렸다. 그런데 그는 네덜란드 사람이면서도 또박또박한 영어로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영어를 썩 잘하지 못하는 사람도 대강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그의 영어는 간결하고 명쾌했다. 만일 히딩크가 영어 대신 네덜란드어로 우리에게 얘기했다면 우리가 그에게 느끼는 친숙함의 정도는 좀 줄어들었을 것이다.

    독특한 주제인 이 글을 청탁받고 나서 필자는 영어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히딩크의 영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우선 토익 공부를 하고 있는 이들의 반응을 살펴봤다. 그들의 평가는 이랬다.

    “매우 잘하는 영어라고 생각해요. 히딩크의 어머니가 ‘축구만 잘하면 안된다’며 영어공부를 많이 시켰대요. 그 덕분에 히딩크는 5개 국어에 능통하대요.”(김효선)

    “비교적 간단하고 쉬운 단어로 요점만 얘기해서 듣기가 편했어요.”(윤성미)

    “좋은데요. 문법이 틀린 곳도 있다지만, 언어라는 게 기본적으로 의사소통 수단 아닌가요?”(남선영)



    이번엔 좀더 깊이 있게 생각을 정리한 두 사람의 소감을 소개한다.

    “히딩크의 영어 수준은 상당히 높다. 우리가 흔히 대하는 미국인의 억양이나 발음과 달라 낮게 평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미국인의 시각에서도 그의 영어는 상당히 높은 수준일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쉬운 단어로 표현하는 것은 미국인들도 힘들어한다. 실제로 영어를 잘하는 미국인, 많이 배운 미국인일수록 간결한 표현과 수준 높은 단어를 적절히 구사하면서 대화를 쉽고 편하게 이끌어간다. 히딩크의 영어가 바로 그렇다. 그의 영어는 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쉽게 이해한다. 그러면서도 재미있고 의미심장하게 전달된다. 비영어권에서 사는 우리에겐 히딩크의 경영전략과 전술을 벤치마킹하는 것보다 히딩크의 영어를 먼저 따라 배우는 것이 더 유익하리라 본다.”(서위혁)

    “네덜란드 사람들이 영어를 잘하는 까닭이 있다. 해양국가인 네덜란드는 중개무역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외국어의 중요성을 늘 강조해왔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몇 가지 외국어를 함께 배운다. 유럽권 언어들이 어휘나 문법 구조면에서 영어와 유사하다는 이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들의 학습방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말하기, 읽기, 쓰기, 듣기를 거의 동시에 학습한다. 우리처럼 문법으로 시작하지 않는다.

    우리도 중학교 영어교재에 나오는 표현을 착실하게 익히고 회화를 생활화하면 어느 정도 쉽게 영어를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 히딩크도 영어를 많이 접했기 때문에 표현이 뛰어나다. 그의 영어는 쉬우면서도 영어적인 사고와 표현을 잘 보여준다. 히딩크가 인터뷰하는 것을 빼놓지 않고 들었는데, 문법적으로 틀린 것은 적은 편이었다. 무엇보다 자신감 있게 말한다는 게 배울 만한 태도다. 그는 언어교육에서 말하기와 토론, 그리고 자신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줬다.”(김내희)

    쉽지만 수준 높은 영어

    이 정도면 히딩크 영어의 핵심은 정리된 셈이다. 필자는 이 글을 쓰기 위해 히딩크가 지난해 1월 한국에 입국하면서부터 월드컵 4강신화를 엮어낼 때까지의 인터뷰 비디오를 꼼꼼히 분석했다. 강도 높은 작업 끝에 ‘히딩크는 말을 많이 하고, 기본적으로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우선 히딩크가 자주 틀리는 부분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야 ‘옥의 티’를 떼낼 수 있을 것이다. 영문법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토익 강사의 처지에서 보면 그는 단수·복수에서 수의 일치와 품사 어형에서 실수가 잦았다.

    예를 들어 히딩크는 “Working with all kind of people”(여러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이라는 말을 했는데, all 다음에는 셀 수 있는 명사의 경우 복수가 와야 하므로 kind가 아니라 kinds라고 써야 한다.

    국민들의 성원에 감사하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The way you supported and the behavior you showed in and around the stadium was unforgettable.”

    (여러분이 성원해준 방식과 경기장 안팎에서 보여주신 자세는 잊을 수 없습니다.)

    주어가 두 개인 경우 복수로 수를 일치시키는 것이 기본이다. 따라서 was는 were로 바꿔써야 옳다. 조금 더 긴 문장을 살펴보자.

    “One of the things that has changed about this team over the last few months is that we are not afraid anymore. We can even challenge the big teams because there is no fear.”

    (지난 몇 달 동안 우리 팀이 변한 것 중의 하나는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두려움이 없기 때문에 강팀들에게도 도전할 수 있습니다.)

    참 멋있는 말인데, 원칙적으로 things가 선행명사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has changed는 have changed로 고치는 게 옳다.

    품사에서 실수를 한 예로는 ‘순서대로’라는 뜻으로 말한 in sequent를 들 수 있다. 정확한 표현은 in sequence다. 또한 tough(강한, 힘겨운)도 히딩크가 즐겨 쓰는 말인데, 그는 힘든 경기를 앞두고 더러 “It’ll will be a tough, tough, tough”라고 했다. 관사(a) 다음에는 명사가 와야 하는데, tough라는 형용사로 문장을 끝낸 것이다.

    다음은 시제의 일치에서 실수를 한 문장이다(물론 좋은 문장 안에 살짝 들어가 있는 실수는 실수로 보이지 않기도 한다).

    “There is a desire for everyone in Korea to see the country advance to the second round of the World Cup. It is my job to prepare the team in the best possible way for them to advance to the second round. Since I took over the team, more and more, the team is showing a stable performance. The prospect is looking brighter for the team.”

    (한국민 모두는 이 나라가 월드컵 16강에 들어가는 것을 보려고 갈망합니다. 이 팀이 16강에 들도록 가능한 한 최선의 방법을 준비하는 것이 제 임무입니다. 제가 팀을 맡은 이래 이 팀은 더욱 더 안정된 플레이를 해왔습니다. 이 팀의 전망은 밝습니다.)

    ‘since + 과거 시점’은 현재완료와 잘 어울리기 때문에 is showing보다는 has been showing이 더 적합하다.

    사실 단수·복수의 수를 일치시키지 못하는 실수는 원어민들도 종종 저지른다. 우리나라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미국인 강사들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단수·복수, 주어-동사-수의 일치는 토익 같은 영어시험에 매번 출제되는 것이다. 이 기회에 수의 일치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을 정리해두자.

    ▲단수, 복수 대명사의 일치

    The twins spend all their time together. (their 자리에 its나 his를 쓰면 틀린다.)

    I must admit the plan does have its merits.(O)

    ▲부사구는 주어 동사의 일치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 together with, as well as, along with, in addition to, accompanied by, among은 수의 일치를 생각할 때는 무시하라.

    George, together with his friends, is buying a Rolls-Royce.

    ▲or로 연결되는 주어구, not only…but also, neither…nor, not…but으로 연결되는 주어구는 보통 동사에 가까운 명사에 수를 일치시킨다.

    Either Monday or Friday is OK.

    Either my sister or the neighbors are looking after the baby.

    ▲수량 단위를 나타내는 주어(구)는 단수 취급을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시간, 거리, 수량의 개념은 그 전체의 양을 한 개념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Ten miles is too far to walk.

    Thirty dollars is a reasonable price.

    ▲and로 연결되는 주어구는 복수 취급을 한다.

    Both the management and the union are not content with the agreement.

    Jane and Jamie go sailing at weekends.

    ▲그러나 and로 연결된 주어가 하나의 단일한 개념을 나타낼 때는 단수 취급을 한다.

    Bread and butter was all we had.(버터 바른 빵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전부다.)

    ▲‘There + be + 주어’ 구문은 당연히 be동사 다음에 나오는 주어에 그 수를 일치시킨다.

    There were several fights outside the stadium but no one was hurt.

    There is no special way of doing it you just try your best.

    ▲each, every, the number of는 단수 취급을 한다.

    Every pupil has to take a test. Each day was the same as the one before.

    The number of letters we receive is increasing.

    cf. A large number of letters were received.(a number of는 복수 취급을 한다)

    ▲‘many a…’ ‘more than one…’은 의미상 복수 개념이지만, 단수 취급을 하니 주의해야 한다.

    More than one member has protested against the proposal.

    Many a member has protested against the proposal.

    히딩크의 인터뷰들을 보다가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7월2일 서울 광화문에서 환영식이 열렸을 때 통역자가 히딩크에게 골 세리머니(goal ceremony)를 보여달라며 유창한 영어로 이렇게 부탁했다.

    “We have seen many beautiful and wonderful goal ceremonies during the World Cup. But yours was best! Can we see it once again?”(우리는 월드컵 기간 중에 아름답고 놀라운 골 세리머니를 많이 봤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골 세리머니가 최고였습니다. 다시 한번 볼 수 있을까요?)

    그런데 히딩크는 이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감사하다”는 말만 여러 차례 반복했다. 통역자가 히딩크의 귀에 대고 다시 한번 부탁하자 그제서야 알아듣고 골 세리머니를 보여줬다. 그의 리스닝 실력이 약간 의심되는 대목이다. 워낙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어 분위기가 어수선했기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지만, 그가 알아듣지 못한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 순간 그의 표정을 보라. 그런 어색한 상황에서도 전혀 당황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히딩크는 카리스마를 갖춘 데다 자신의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하려는 노력이 몸에 배어 있다. 한마디로 자신감에 넘쳐있다. 이는 영어를 공부하는 한국인들이 반드시 배워야 할 자세다. 영어실력이 좀 처져도 자신감을 잃지 말아야 한다.

    히딩크는 네덜란드어 억양에 영어를 실어 발음한다. 하지만 얼마나 자연스럽게 영어를 구사하는가. 이것은 자세의 문제다. 당연한 얘기지만 히딩크는 자신의 의사를 정확히 전달해야 할 필요성 때문에 영어를 한다. 언어의 기본적인 용도가 의사소통이라면 그는 언어의 기본을 참으로 잘 활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홍콩에 가면 노점에서 물건을 파는 상인들도 자연스럽게 영어를 한다. 홍콩을 10번 이상 다녀왔는데, 처음에는 속으로 웃은 적이 많다. 그들은 맥주는 ‘삐아(beer)’, ‘비싸다’는 ‘익스펜(expensive)’이라고 했다. 중국식 영어발음답게 경음(硬音)을 많이 사용했다. 그런데 영어 좀 한다고 그들에게 미국식 발음으로 혀를 굴려 말을 걸면 그들은 당당하게 말한다.

    “I can’t understand you. Please speak slowly.”(당신 말을 못 알아듣겠으니 천천히 얘기하시오.)

    자기는 정확한 영어로 얘기하고 있는데 왜 그런 이상한 발음을 하느냐는 것이다. 우리는 여러 해 동안 영어를 배우고도 ‘영어 결벽증’ 때문에 말을 잘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홍콩인들은 생활에 필요한 영어를 체득했기에 의사소통이 웬만큼 이뤄지는 것이라고 본다.

    한국식 영어가 더 효과적

    필리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필리핀에서 1주일 동안 필자를 안내하고 사진도 찍어주던 관광 가이드는 여행이 끝날 무렵에 내가 영어 선생인 것을 알고 이렇게 물었다.

    “What do you think of my English?”(내 영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가 영어를 곧잘 했기 때문에 교육을 많이 받은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고등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자기에게 필요한 영어를 잘 구사했다. 먹고 살 목적으로 언어를 배우면 무서운 힘을 발휘한다.

    필리핀에 팍상한 폭포라는 곳이 있다. 영화 ‘지옥의 묵시록(Apocalypse Now)’을 찍기도 한 관광명소인데, 한 시간 정도 배를 타고 올라가다 보면 장사꾼들이 “닥터리! 닥터리!”라고 외쳐댄다. ‘이박사(Doctor Lee)’를 찾는 소리가 아니다. 한국인 관광객이 워낙 많이 오다보니 상인들이 ‘닭다리’라는 한국어를 익혀 자기들 식으로 발음하는 것이다. 너무나 자연스럽다.

    동남아 일대 관광지 상인들에겐 ‘얼마’ ‘빨리빨리’ 같은 한국말이 낯설지 않다. 히딩크도 맨먼저 배운 한국말이 ‘빨리빨리’라고 했다(“The first Korean words I learned were ppali, ppali.”)

    사람이 생존을 위해 언어를 배울 때는 학습효과도 빠를 뿐 아니라 정확하게 체화하는 모양이다. 우리나라는 일본보다는 영어를 사용하는 태도가 개방돼 있지만, 아직 홍콩, 싱가포르, 필리핀만큼 체화되진 않은 상태다.

    영어의 달인(達人)인 고려대 영문학과 김우창 교수는 한국인이 영어를 할 때 굳이 미국인의 발음을 철저하게 모방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한국어 억양이 배인 발음으로 정확한 영어를 구사할 때 영·미인들이 얼마나 섬뜩하겠는가. 그들은 이런 영어를 들을 때 원어민의 말을 들을 때보다 훨씬 더 진지하게 집중력을 발휘하며 듣는다.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의 영어가 그 전형적인 사례다. 그의 영어 설교는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발음이 특별하게 좋은 것은 아니다. 그의 영어는 경상도 억양이 강하고, 발음도 요즘 아이들이 배우는 정확한 영·미식 발음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비(非)영어권의 외국인 목사가 독특한 억양과 발음의 영어로 설교하면 듣는 사람들의 집중도와 진지함이 배가되어 설교 효과가 커진다는 게 조목사 자신의 얘기다.

    히딩크의 영어 억양도 네덜란드 냄새를 물씬 풍긴다. 그러나 그는 영어의 리듬을 제대로 알기 때문에 자연스럽고 당당한 영어로 좌중을 휘어잡는다.

    얼마 전 어린이들이 영어 발음을 유창하게 할 수 있도록 혀 수술을 받게 한다는 뉴스를 들은 적이 있다. 이건 정말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한국식 억양이 스며든 정확하고 유창한 영어가 미국인을 압도할 수 있다.

    히딩크가 우리나라에서 한 말 중 인상적인 표현 몇 가지를 살펴보자. 독자들의 기억에 또렷하게 남아있는 애정어린 얘기들도 있다. 그의 영어는 간단명료하다. 똑같이 따라하라고 권할 순 없겠지만, 한번쯤 음미해볼 만한 표현들이 적지 않게 눈에 띈다.

    한국대표팀 감독을 맡기로 한 히딩크는 우리나라에 첫발을 디뎠을 때 이렇게 말했다.

    “I also spoke to some Dutch journalists and close friends, and they told me it was a big challenge. But I’m a professional, so I had to see if there was the possibility of a good performance. I think there is. I don’t feel any pressure, I’ve been in football for a long time, and the KFA is not making any demands that we become world champions. We have to be realistic about this.”

    (저는 몇몇 네덜란드 기자들, 그리고 친한 친구들과도 얘기해봤습니다. 그들은 제가 한국팀을 맡은 것이 매우 힘든 일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프로입니다. 그래서 저는 훌륭한 역량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살펴봐야 했습니다. 저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별 부담을 느끼지 않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축구를 해왔으며, 대한축구협회가 우리더러 우승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이 점에 있어 현실적이어야 합니다.)

    히딩크는 국제 리그로 선수를 보내면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도 했다.

    “It’s a good experience for players to play in big international leagues. When Dutch players, like Davids and Seedorf went to play overseas, within a few weeks, they had improved in every aspect. When they rejoined the national team, they had added 10 or 15 percent to their ability.”

    (대규모 국제 리그에서 경기를 해보는 것은 선수들에게 좋은 경험이 됩니다. 네덜란드의 다비드, 지도프 같은 선수들은 해외로 진출한 지 불과 몇 주 만에 모든 면에서 향상을 보였습니다. 그들이 국가대표팀에 다시 합류했을 때 그들은 자신의 능력을 10% 또는 15%씩 향상시켰습니다.)

    일본의 필립 트루시에 감독이 좋은 평판을 얻어갈 때 한국팀은 거듭된 평가전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비난이 빗발쳤지만, 히딩크는 태연스럽게 말했다.

    “Although the Korean team hasn’t won many games, the atmosphere is very favorable. Everyone is willing to work hard to achieve their goal.”

    (비록 한국팀이 많은 게임에서 이기지는 못했지만, 분위기는 좋습니다. 모두가 그들의 목표를 성취하고자 열심히 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히딩크가 처음에 안정환을 발탁하는 데 주저했던 이유는 이랬다.

    “It’s a problem that Ahn is getting very few games, actually almost no games, in Italy. For players based with overseas teams, it’s important that they play regularly. If not, it can be a problem for their development.”

    (안정환이 이탈리아에서 겨우 몇 게임, 사실상은 거의 한 게임도 뛰어보지 못했다는 게 문제입니다. 해외팀 소속 선수에겐 규칙적으로 경기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발전하는 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히딩크는 선수들을 이른바 ‘멀티 플레이어’로 훈련시켜 주전선수들의 부상에 대비하는 철저함을 보여줬다.

    “We have to take advantage of our disadvantages. The players who are there now must show that they are competitive. If the same thing happens next year, due to injuries, suspensions or loss of condition, then I must have two or three others who can step straight in and take over those positions.”

    (우리의 불리한 점을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주전으로 뛰는 선수들은 자신들이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고, 내년에 부상, 출장정지, 컨디션 난조 등으로 문제가 생기면 저는 두세 명의 선수에게 곧장 그 자리를 대신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프랑스, 체코 등 강팀들과의 경기에서 무기력하게 연패하자 히딩크는 마치 앞을 내다본 듯 장기적인 포석을 내비쳤다.

    “I’m very happy to play tough international matches. This way we learn that if we make errors, we will be punished. We could play against weak opponents, and we would not be punished in the same way, but then next year, we would be wondering why we are making mistakes and giving away goals. We must learn now, at this stage of the preparations. If we want to make the last 16 of the World Cup, we can’t afford these kind of mistakes.”

    (이렇게 힘든 국제 경기를 하게 되어 기쁩니다. 이런 방법을 통해 우리는 실수를 저지르면 반드시 화를 당한다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우리는 약한 상대와 경기를 할 수도 있지만, 그 경우엔 실수를 해도 그런 식으로 화를 입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내년에 왜 우리가 실수를 하고 골을 내주는지 영문을 모르게 될 겁니다. 우리는 지금, 바로 이 준비단계에서 배워야 합니다. 우리가 월드컵 16강에 들어가려면 이런 실수를 감당할 여유가 없습니다.)

    5월16일 한국팀이 스코틀랜드를 4대 1로 대파하자 히딩크는 선수들이 우쭐해질까봐 한마디 경고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Don’t be cocky. We are getting lots of praise from everyone around for beating Scotland, but we haven’t reached the level yet to be cocky.”

    (자만하지 마십시오. 스코틀랜드를 이겼다고 주변으로부터 많은 칭찬을 받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자만할 정도의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히딩크가 월드컵을 50일 남기고 한 유명한 말이 있다. 당시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렸지만, 이제는 그의 예언 같은 이 한마디를 몇 번이고 새겨듣게 된다.

    “We are only half way where I want the team to be, and from now on, I will increase our potential one percent day by day, so come opening day, we will be 100 pe rcent ready.”

    (우리 팀은 제가 바라는 수준의 반 정도밖에 오지 못했습니다. 저는 우리의 잠재력을 하루에 1%씩 올려 월드컵 개막식 때는 100% 준비가 되도록 할 것입니다.)

    월드컵 첫 경기인 폴란드전을 앞두고 사상 첫 월드컵 1승을 열망하는 국민 앞에서 히딩크는 이렇게 말했다.

    “There is no guarantee (of a win), but I can promise that the Korean team will do their best, cheered by the Korean people. Players have gained much confidence through a couple of recent tune-ups with France and England, which will become of great help to their match with Poland.”

    (이긴다는 보장은 없습니다만, 저는 한국팀이 국민의 성원에 힘입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할 수 있습니다. 우리 선수들은 프랑스, 영국과의 평가전에서 많은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이것이 이번 폴란드와의 경기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포르투갈을 꺾고 마침내 16강에 진출했을 때는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기며 타오르는 야심을 드러냈다.

    “I think all the people of Korea can be proud to be in the last 16. The goal is achieved. But I’m still hungry.”

    (저는 우리가 16강에 든 것에 대해 모든 한국민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목표는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저는 여전히 배가 고픕니다.)

    포르투갈전 후에는 이런 말도 했다.

    “We’ve had a historic match. and there might be more history.”

    (우리는 역사적인 경기를 했고 이 이상의 역사를 만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월드컵이 끝난 후 한국을 떠나면서 히딩크는 그간 한국 국민들이 그에게 보낸 따뜻한 성원을 잊지 않겠다면서 간결하면서도 감동적인, 그야말로 시인이 할 법한 말을 했다.

    “I will never leave Korea for good. Korea has stolen my heart in a very short time. Korea’s in my heart and I’ll never leave Korea in that sense, under whatever circumstances.”

    (저는 한국을 영원히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은 순식간에 제 마음을 훔쳐버렸습니다. 한국은 제 마음속에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떤 경우라도 한국을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히딩크는 실용적이고 쉬운 어휘들을 주로 쓴다. 그가 한국팀 감독이 된 후부터 한국을 떠날 때까지 한 인터뷰를 다 합쳐도 1500 단어 수준을 넘지 않는다.

    이에 비해 우리 주변에는 어려운 단어들을 많이 알면서도 간단한 회화도 잘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회화는 어휘력이 약하다고 안되는 게 아니다. 쉬운 단어들의 정확한 용법을 모르면 회화는 어렵게 된다.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어려운 단어에 집착하기보다는 쉬운 단어로 일상적인 표현을 하는 습관을 키워야 한다. 우리가 아는 수준의 쉬운 단어만 잘 이용해도 얼마든지 좋은 문장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우선 쉬운 것부터 제대로 익힌 다음에 어려운 단어에 도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히딩크는 우리에게 참으로 많은 것을 남기고 갔지만, 특히 영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겐 쉽고 명료한 영어로 자기 의사를 정확히 표현하는 ‘모델’을 제시하며 영감을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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