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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상 위장 최영재 기자 북한산 마약 밀매 현장 최초 확인

“목숨? 기건 담보못하오 물건? 기건 확실하디요 ”

  • 최영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yj@donga.com

마약상 위장 최영재 기자 북한산 마약 밀매 현장 최초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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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약 산업은 북한이 국가 차원에서 공공연하게 벌이는 외화벌이 사업이다. 현재 한국과 일본에서 소비되는 필로폰과 헤로인, 아편의 40% 정도는 북한산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산 마약이 제조되어 최종 소비자 손에 전달되는 과정은 세 단계로 요약할 수 있다. 첫번째는 북한 내부의 마약공장에서 만들어져 북한 국경으로 이동하는 과정. 두번째는 제3국으로 나가는 전진기지인 중국으로 넘겨지는 단계, 세번째는 중국에서 한국과 일본으로 수출되는 단계다. 지난 8월 초순, 기자는 마약상으로 위장하여 북한산 마약의 유통거점인 중국 지린성 옌볜조선족자치지구에 잠입해 거래 현장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장백산(암호명·조선족 밀수업자)은 쉽사리 접선할 수 없었다. 중국 지린(吉林)성 옌지(延吉)시 00호텔에 진을 친 지 사흘째인 8월6일, 장백산은 기자를 계속 의심하고 만나기를 거부했다. 그의 의심은 당연한 것이었다. 중화인민공화국 형법 제 347조는 다음과 같이 적시하고 있다.

‘마약을 밀수, 판매, 운송, 제조하였고 다음 각호의 하나에 해당한 자는 15년의 유기징역, 무기징역 또는 사형에 처하고 재산몰수를 병과한다. (1) 아편 1000g 이상, 헤로인 또는 메틸벤졸프로필아민(필로폰) 50g 이상 또는 기타 다량의 마약을 밀수, 판매, 운송, 제조한 자 (2)마약을 밀수, 판매, 운송, 제조한 집단의 수모자 (3)마약의 밀수, 판매, 운송, 제조를 무력으로 엄호한 자 … (4)조직적인 국제 마약 판매 활동에 참여한 자’

마약에 관한 중국의 법은 이처럼 엄중하다. 이 법이 적시한 것처럼 중국은 필로폰의 경우 50g 이상만 소지해도 총살형에 처한다. 만약 기자가 중국 공안의 끄나풀이라면, 그는 목숨을 보전할 수 없을 것이다.

할 수 없이 장백산을 기자에게 소개한 탈북자 A씨에게 SOS를 쳤다. 현재 서울에 있는 A씨는 탈북하기 전 함경북도에서 두만강을 통해 옌볜(延邊)지역 중국인들과 밀무역을 벌이던 사람이다. 그는 자동차, 송이버섯, 잣, 아편·헤로인·필로폰 등 달러를 벌 수 있는 물건은 가리지 않고 밀무역을 했다. 북한 공무원 신분이던 A씨의 밀수는 개인적인 이익을 챙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북한이 국가 차원에서 벌이는 사업이었다. 당연히 북에서는 범죄가 될 수 없는 사안이다. 특히 A씨는 북한의 마약 밀매를 직접 이끈 당사자였다.

장백산은 A씨의 중국쪽 밀무역 파트너였다. A씨에 따르면 장백산은 담력이 세고, 몸이 날랠 뿐만 아니라, 두만강 국경지역의 중국 공안, 세관, 국경수비대에 친구가 많아 밀수 상대로는 적격이라고 한다.

국제전화는 도청당할 가능성이 높지만 별 수 없었다. A씨는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게 ‘약어’로 장백산에게 “내가 보낸 사람이니, 최선생이 하자는 대로 도우라”고 전화를 해주었다. A씨의 전화는 금세 효과를 발휘했다. 장백산은 의심을 풀고 기자를 옌지시 외곽 모처로 불러냈다.

장백산을 만난 것은 8월6일 오후 4시. 기자의 신분은 북조선과 마약 거래를 할 수 있는지 알아보러 나온 한국 사업가 최아무개라고 소개했다. 마약 조직들은 원래 ‘큰 장사’를 시작하기 전에 조직원을 미리 파견해 판매 루트를 사전 답사하고, 견본을 확인한 뒤, 본격적으로 작전을 짠다. 기자는 말하자면 ‘큰 장사’ 이전에 파견된 사전 답사요원이 된 셈이다. 장백산은 차림새가 어울리지 않는 한국 마약상(?)을 의심하지 않았고 여러 상황을 묻지도 않았다. A씨가 소개했으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생사고락을 같이한 사람 사이에서 통하는 끈끈한 의리와 믿음. A씨와 장백산 사이에는 그런 끈이 존재하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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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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