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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 르포

‘요지경’ 신흥도시 티켓다방

미성년 매춘, 감금, 착취… 법이여, 웃기지 마라!

  • 정호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emian@donga.com

‘요지경’ 신흥도시 티켓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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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 시흥과 안산. 대형 공단을 낀 이들 신도시는 도시 중심부가 거대한 환락가다. 골목마다 두 집 건너 한 집은 티켓다방이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아이들이 보온병을 들고 몸을 팔러나간다. 하루 14시간 넘게 ‘출장’을 나가도 빚을 감당할 수 없는 그들에게 근로기준법이니 청소년보호법이니 하는 건 ‘웃기는 얘기’다.
경기도 안산시 상록수역 근처의 한 모텔. 함께 간 사진기자와 방을 잡고 다방에 커피를 시켰다. 재떨이며 성냥곽에 다방 전화번호들이 널려 있었다.

“○○모텔 305호에 커피 세 잔이요. 티켓 끊죠?”

30대 후반인 듯한 목소리의 여성은 말꼬리를 흐렸다.

“티켓영업은 안해도 차 ‘모텔 배달’은 되는데….”

전화를 끊고 10분이 채 못돼 나타난 아가씨가 핸드백에서 보온병을 꺼냈다. 앳된 얼굴이다. “안산에 티켓다방이 수두룩하다던데, 아가씨네 다방은 아닌가보지?” 하고 말을 걸었더니 얘기가 술술 풀려나왔다.

커피 대신 여자 ‘배달’

“아저씨들 되게 순진하네. 요즘 단속이 얼마나 심한데, 누가 전화로 ‘우리 티켓영업합니다’ 하겠어요? 아가씨랑 1대 1로 협상해야지…. 저요? 일주일 전에 안산 왔어요. 그 전엔 고깃집에서 서빙했구요. 아이 참, 나이는 왜 물어요? ‘민쯩(주민등록증)’ 보여줘요? 봐요, 1983년생이잖아요. 법대로 해도 아무 문제 없다니까. 여기서 돈벌어 대학 갈 거예요. 그럭저럭 벌 만할 것 같아요. 티켓 하는 애들이 돈은 빨리 번다지만 난 안할 거예요. 잠은 주인 아저씨가 얻어준 곳에서 자요. 방값은 30만원. 미성년자도 있냐구요? 당연히 있죠. 근데, 아저씨 혹시 경찰이에요?”

티켓다방의 역사도 이제 10여 년을 넘어섰다. 대도시에선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수도권 신도시와 지방 중소도시, 읍·면 단위로 내려가면 지금도 티켓다방이 널려 있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다방은 ‘휴게음식점’이다. 다방은 술을 팔지 않는 음식점이기 때문에 청소년이 부모의 동의서를 얻어 일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서비스업 중 하나다.

휴게음식점인 다방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번성한 사업형태인 배달업과 만나 만들어낸 독특한 윤락체계가 바로 티켓다방, 이른바 ‘티켓비’를 받고 업무 외적인 용무로 여성 종업원을 출장 보내 그 대가를 업주가 챙기는 일종의 변태영업이다. 커피와 차를 판매하는 애초의 목적과는 딴판으로 여종업원을 노래연습장이나 단란주점 등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차가 아니라 여성을 배달하는 ‘콜걸 시스템’인 셈이니 주객이 전도된 사업이다.

티켓다방이 단속대상이 된 것은 미성년자 고용과 윤락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정부는 청소년의 성보호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보여왔다. 그러나 티켓다방의 경우 일상 속에 너무도 깊이 파고들었기 때문에 특단의 조치를 시행하지 않는 한 뿌리 뽑히기 어려워 보인다. 충북 옥천경찰서장 시절 티켓다방과의 전쟁을 치렀고, 서울 종암경찰서장으로 옮긴 후에는 미아리 텍사스촌에서 대대적인 미성년자 윤락 단속을 벌인 경찰청 김강자 여성청소년과장이 규제주의(공창제)를 주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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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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