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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관의 조선사회 뒷마당① | 群盜

“백성을 도적으로 만드는 자 누구인가

  • 강명관 hkmk@pusan.ac.kr

“백성을 도적으로 만드는 자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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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조 이성계의 강화도 회군, 세종대왕의 치적, 단종애사, 연산군의 비극,
  • 여인천하, 사도세자의 죽음, 그리고 강화도령에 이르기까지
  • 우리가 아는 조선역사는 왕들의 역사요, 지배자의 역사다.
  • 하지만 조선시대에도 엄연히 민(民)은 살아 있었고 묵묵히 사회와 역사의
  • 발전에 한몫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민(民)의 생활사나
  • 애환에 관한 자료는 많지 않다. ‘신동아’는 지배 중심의 역사가
  • 철저히 무시했지만 면면히 살아있었던 서민들의 삶과 문화를 발굴해보기로 했다.
  • 강명관 교수는 ‘조선시대 문학 예술의 생성공간’이라는
  • 책을 저술한, 조선시대의 문학과 예술, 서민의 삶에 관심이 많은 소장학자다.
  • 조선사회의 이면사 그 첫회는 사회의 골칫거리였지만
  • 백성들의 영웅이기도 했던 군도들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백성을 도적으로 만드는 자 누구인가
법은 절도를 금한다. “도둑질하지 않는다”는 십계 중 일곱번째 계명이다. 고조선의 팔도금법에도 있다. “도둑질을 하면 노비로 삼는다.” 절도가 용인되면, 즉 개인의 재산을 보호하지 않으면, 사회 자체가 붕괴된다. 그러기에 절도는 동서고금을 막론한 사회적 금기다. 하지만 인간의 내부에는 절도에 대한 은밀한 욕망이 있다. 절도는 가장 적은 비용으로 많은 먹이를 획득하고자 하는 생명체의 생존욕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금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면, 절도를 향한 욕망은 거침없이 드러난다. 1992년 LA 폭동 때 우리는 그 야수적 욕망의 분출을 목도한 바 있다.

절도는 범죄지만, 인간은 한편으로 그 범죄를 합리화한다. 절도의 합리화는 부조리한 사회, 주로 재화의 분배에 있어 불공정한 사회를 전제로 한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절도 행위자인 도둑을 찬미한다. 나는 고위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한 부정한 축재와 부잣집 담장을 넘는 밤손님의 행위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음을 느끼지 못한다.

만약 그 도둑이 넘었던 담장이 부정한 돈으로 쌓아올려진 것이라면, 월장(越墻)은 도리어 미화되고 찬양된다. 혹 그 도둑이 자신의 약탈물을 달동네에라도 던져주었다면, 그는 ‘의적(義賊)’으로 다시 태어난다. 급기야 그는 전설이 되고 소설이 되고, 가난한 우리는 일지매에 빠져들고 장길산에 열광하게 되는 것이다.

도둑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나는 조선시대의 도적에 대해 내가 아는 몇 가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조선시대 도둑에 관한 연구는 정치사, 경제사, 제도사 연구가 주류를 이루는 한국사 연구의 여담에 해당한다. 물론 몇몇 진지한 연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연구들은 논문으로 쓰여진 것이라 너무 딱딱하고 근엄하다. 나는 그런 엄숙함이 싫다. 좀더 편하게 접근하고, 기존 논문에서 다루지 않았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조선시대의 도둑에는 여러 스타일이 있다. 혼자 활동하는 도적이 있는가 하면, 떼를 지어 다니는 군도(群盜)도 있다. 흉년에 먹을 것이 없어 일시적으로 도적이 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자기들 말로 수백년 유구한 전통이 빛난다는 그런 도적 집단도 있다. 구복(口腹)을 위해 고민 끝에 도덕심을 눌러버리고 칼과 도끼를 들고 나서는 생계형 도적이 있는가 하면, 기성의 체제에 대한 불만을 품고 저항하는 각성한 도적도 있다. 어리석기 짝이 없는 순진무구한 도적이 있는가 하면, 종적을 종잡을 수 없는 신출귀몰한 그런 도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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