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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놀음, 탁상행정이 22조원 날렸다

이태복 전 복지부장관의 국민의 정부 고용실업정책 직격 고발

숫자놀음, 탁상행정이 22조원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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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하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일할 사람이 없다?
  • 국내 고용시장에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극심한 취업난이 빚어지고 있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난리다. 국민의 정부 5년 동안 22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이같은 기현상은 해소되기는커녕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실패한 고용실업정책,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숫자놀음, 탁상행정이 22조원 날렸다

영등포구 문래동 가공업체 밀집지역은 요즘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기계를 세워놓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의 한복판인 영등포구 문래동 일대에는 금속분야 가공업체들이 밀집해 있다. 일명 ‘마치코바(町工場 : 소규모 철공소)’라고 불리는 이곳은 일제시대에 공장이 들어서기 시작해 지금은 수백개 업체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장마다 하루종일 쉴 새 없이 움직였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작업량이 넘쳐났다. 이들 공장에서 하는 작업은 대부분 부품을 가공하거나 제작 또는 수리하는 것.

하지만 그렇게 바삐 움직이던 작업풍속도는 이제 옛일이 됐다. IMF사태 이후 대량부도의 여파로 ‘골병’이 든 데다 최근에는 아예 일할 사람이 없어 기계를 세워놓고 있는 실정이다.

숙련된 기능공의 경우 임금이 월 200만∼250만원, 미숙련공인 경우 150만원 수준인데도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 그래서 아예 작업주문을 받지도 않는다. 자식에게 공장을 물려주려고 겨우 설득해서 몇 개월 같이 일해봤는데, 결국 그만둬버렸다는 사장들의 하소연을 어디서든 쉽게 들을 수 있다. 한동안 요란했던 노조 바람도 요즘은 거의 없다.

사정은 안산·시흥 지역의 공장지대도 마찬가지다. 납기일을 맞추지 못해 사장이 직접 철야 작업에 나서거나 관리직을 투입해 거래관계를 가까스로 유지하고는 있지만, 적게는 몇 명에서 많게는 수십여 명씩 인력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다. 중국으로의 공장이전을 생각해보지만, 조립공장이 국내에 있어서 물류비도 만만치 않고 새 사업을 벌일 만한 자금도 마땅치 않다. 구인광고를 내면 문의전화만 걸려올 뿐, 임금이나 공장위치 등을 알려줬는데도 찾아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일선 산업현장의 이 같은 인력난을 그나마 조금이라도 해소시켜주고 있는 게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영등포구 문래동에는 작업의 수준상 숙련된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공장 밀집지대여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적을 법하지만, 이미 상당수가 일하고 있다. 안산·시흥지역은 이들이 없으면 아예 공단이 멈출 판이다.

때문에 외국인 불법취업자 추방문제가 불거지면 이들 공장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 목을 매고 있는 입장에서 최근 1~2년 사이 법무부가 발표한 일련의 조치는 현실을 너무 모르는 데서 나온 것이라며 한 목소리로 비난한다.

인력부족에 관한 전문 연구기관의 최근 통계는 사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소기업청과 산업연구원이 조사한 ‘중소기업인력실태’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인력 부족률은 무려 9.4%에 달했다. 지난해(3.9%)보다 두 배 이상 폭증한 수치다. 이는 전국적으로 약 20만명의 인력이 모자라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이는 전국의 산업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를 제외한 통계다. 현재 국내 외국인 노동자 추산치는 약 35만명. 만일 이들이 없다면 인력 부족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지금 중소기업의 가장 절박한 문제는 자금지원이나 기술개발, 시장개척이 아닌 인력난 해소다.

필자가 청와대비서실 복지노동수석 시절 중소기업협동조합의 이사장들과 간담회를 해보면 결론은 언제나 외국노동력의 추가공급이었다. 사정이 이러했기 때문에 정부당국도 불법취업자가 공식적으로 25만명을 넘어서고 있는데도 사실상 방치해왔고, 이런 허점을 이용해 각종 불법행위와 인권유린이 자행되어 마침내 반한(反韓) 감정 확산이라는 부작용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아시아지역에서 조성되고 있는 반한 정서는 국내 기업들의 상품시장 개척에 큰 어려움이 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외국인 노동자 인권유린문제는 국제문제로 대두되었다. 또 35만명에 이르는 외국인 노동자 중 한국여성과 결혼하는 경우도 늘어 2세 출생이라는 문제로까지 발전했다. 앞으로 예상치 못한 값비싼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할 처지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고 있는데도 정부당국은 근본대책을 세우기는커녕 외국인 불법취업자를 2003년 3월부터 추방키로 했다가 다시 유예하는 등 땜질처방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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