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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관의 조선사회 뒷마당

조선후기에도 오렌지족 있었다

화류계의 주역 별감

  • 글: 강명관 부산대 교수·한문학 hkmk@pusan.ac.kr

조선후기에도 오렌지족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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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명의 전달과 알현(謁見, 傳謁) 및 왕이 사용하는 붓과 벼루의 공급, 궐문 자물쇠와 열쇠의 관리, 궁궐 내정(內庭)의 설비 등의 임무를 맡는다.’

첫째 임금의 명을 전달하거나 임금을 알현하는 일을 중간에서 대신 전하는 일, 그리고 임금이 사용하는 붓과 벼루를 간수하고 대령하는 일로 주로 임금과 관계된 일이다. 그 다음이 대궐의 관리에 관계된 일이다. 즉 대궐 안에 있는 온갖 문의 열쇠, 자물쇠를 관리하고, 궁궐 마당에 무언가 설치하는 일을 도맡는다. 이런 일들은 문필(文筆)에 관계되는 양반들의 관직과는 달리 몸을 부려서 하는 육체노동에 해당한다.

하지만 임금을 가까이서 모시는 일이기에 이들의 위세는 어지간한 양반 못지않다. 때문에 이들 역시 위세를 떨 수 있었던 것이다.

별감은 액정서에 소속된다. 위의 ‘경국대전’에서 ‘왕명을 전달한다’ 해서 꼭 왕에게만 소속된 것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그렇지는 않다. 별감은 왕비와 동궁에게도 소속돼 있다. ‘경국대전’의 ‘형전(刑典)’ ‘궐내(闕內) 각차비(各差備)’에 별감의 수가 나와 있는데, 대전(大殿, 王)의 별감은 46명, 왕비전 별감 16명, 세자궁 별감 18명, 문소전(文昭殿) 별감 6명으로 모두 86명이다. 이 중 문소전 별감은 곧 없어졌으니 별 의미가 없다. 따라서 별감의 수는 문소전 별감을 제외하면 80명이다. 연산군 때 120명이 된 적이 있고 인조 때 150명으로 증가한 적도 있지만, 이것은 일시적인 일로 생각된다.

별감의 수는 영조대의 ‘속대전’에 와서 약간 바뀌는데, 다른 변화는 없고 세손궁 별감 10명이 추가된다. 이것은 영조의 아들 사도세자가 죽자, 손자인 정조가 세손이 되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별감은 액정서의 지휘 아래에 있으니, 먼저 액정서의 조직을 간단히 살펴보자.

‘정6품 사알 1명, 사약 1명/종6품 부사약 1명/정7품 사안 2명/종7품 부사안 3명/정8품 사포 2명/종8품 부사포 3명/정9품 사소 6명/종9품 부사소 9명’

복잡한 설명을 간단히 줄이면 이렇다. 정6품과 종6품의 사알, 사약, 부사약은 오로지 대전(왕) 소속이다. 정7품 사안 2명부터는 왕비전과 세자궁 소속이다. 그리고 정7품 사안까지는 완전히 독립된 위계지만, 종7품 부사안부터는 별감들이 돌아가면서 보직을 맡는다. 즉 종7품 봉무랑(奉務郞)이 별감으로서 승진할 수 있는 최고의 계급이다. 요컨대 액정서를 채우는 주 세력은 별감이었다고 할 수 있다.

‘노는 존재’로 주목받은 별감

흥미로운 것은 관직 이름을 보면 이들이 하는 일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사알(司謁)의 ‘사(司)’는 관장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사알은 ‘알현’을 관장한다, ‘사약(司쿫)’은 자물쇠를 관장한다, ‘사안(司案)’은 ‘서안(書案)을 관장한다, ‘사포(司圃)’는 채소밭, 혹은 꽃밭을 관장한다, ‘사소(司掃)’는 청소를 관장한다는 뜻이 된다. 이름만 들어도 이들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맡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별감은 그들의 직무 때문에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시정에서의 행각이 별감을 독특한 존재로 만들었던 것이다. 미리 말하자면, 별감은 ‘노는 존재’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다.

앞서 왈자에 대해 언급했을 때 왈자의 한 부류로 별감을 들었다. 별감이 왈자의 한 부류가 된다는 것은 조선후기에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다시 한번 관련 자료를 보자. ‘관우희(觀優戱)’란 문헌이 있다. 송만재(宋晩載)란 사람의 아들 송지정(宋持鼎)이 1843년 과거에 합격을 하였다. 과거에 합격하면 삼일유가(三日遊街)를 하는 법이고, 또 광대패를 앞세워 각종 놀음판을 벌이게 마련인데, 송만재는 집안이 가난하여 광대패를 부를 수가 없었다. 생각 끝에 광대패의 연희(演戱)를 50수의 시로 읊어 아들의 과거 합격을 축하했던 것이다. ‘관우희’가 바로 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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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관 부산대 교수·한문학 hkmk@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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