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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비자금 환수,금년 봄 물 건너간다

314억 vs 2073억… 받아낸 全·盧 추징금 천지 차이

  • 글: 김진수 jockey@donga.com

전두환 비자금 환수,금년 봄 물 건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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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1997년 4월17일 대법원의 선고를 받은 전씨의 추징금 징수 시효는 당초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000년 4월16일에 만료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법원의 판결 직후 전씨 비자금에 대한 추적을 벌여 1997년 10월5일 예금·채권·현금 등 추징금 일부인 312억여원을 국고에 귀속시켰고, 이 환수조치에 따라 당초의 추징금 징수 시효는 중단됐다. 그리고 그때부터 3년의 추징금 징수 시효가 새로 개시됐다. 두 번째로 시작된 추징금 징수 시효의 예상 만료시점은 2000년 10월.

그러나 검찰은 이 두번째 시효 만료에 대비, 이보다 앞선 2000년 5월 법원에 전씨의 벤츠 승용차와 콘도회원권에 대한 강제집행 신청을 낸 뒤 추징금 징수 시효 만료가 임박한 같은해 10월과 12월 차례로 경매했다. 이는 이전의 시효가 중단되고 또다시 3년의 추징금 징수 시효가 개시되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고육책’으로 분석된다. 현행 형법 제80조는 추징의 경우 강제처분을 개시하면 시효가 중단된다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시효중단 사유가 되는 이 강제처분은 검찰의 강제집행 신청과 법원의 인용여부 결정, 경매 등 민사소송법의 강제집행절차를 따르도록 돼 있다.

이와 관련, 서울지검 총무부의 한 검사는 “추징금 징수 시효의 만료시점에 대해선 학계에서도 다소 논란이 있다”며 “다만 전·노씨의 비자금 추징이 전국민적 관심사로서 중요한 사안이니만큼, 만에 하나 법적인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만전을 기하기 위해 추징금 징수 시효중단을 강제집행절차가 완전히 종료된 시점을 기준으로 하는 통상적인 검찰 내부지침을 따르지 않고 대신 강제집행 착수시점을 기준으로 해왔다”고 답했다.

검찰이 말하는 ‘착수시점’에 따르자면, 서울지검이 전씨의 추징금 징수 시효 연장효과를 얻기 위해 전씨를 상대로 마지막 강제집행(벤츠 승용차와 콘도회원권) 신청을 서울지법 서부지원에 낸 시점이 2000년 5월12일이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으므로(5월20일) 이때 새로 개시된 추징금 징수 시효는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03년 5월11일 만료된다. 그러나 검찰의 말대로 이 시점의 문제와 관련해선 법해석상 이설(異說)이 없지 않다. 하지만 백번 양보해서 ‘종료시점’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강제집행 대상인 벤츠승용차와 콘도회원권이 낙찰돼 실제 국고에 환수된 시점이 2001년 3월이므로 결국 추징금 징수 시효는 아무리 늦어도 2004년 3월이면 만료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시점이 지나면 거액의 추징금 환수는 고스란히 물 건너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추징금 환수 사실상 불가능



현재로선 전씨의 추징금 징수 시효를 다시 중단할 수 있는 새로운 은닉재산을 찾아내 강제집행 절차를 밟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직 검찰이 새롭게 찾아낸 전씨 명의의 재산은 전무하다. 서울지검 관계자는 “검찰이 파악한 전씨 명의의 재산이라곤 예전부터 그의 소유로 밝혀진 서울 연희동 자택 별채뿐”이라 답했다.

감정가 9억여원인 연희동 자택의 별채는 전씨 소유. 하지만 본채는 부인 이순자씨 명의로 돼 있어 강제집행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검찰은 강제집행이 가능한 별채만 경매에 부치는 방안을 예전에 검토한 적도 있다. 하지만 별채만 사들일 사람이 나타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이유로 아직 강제집행 신청은 하지 않고 있다. 현재 유일한 추징보전 재산인 별채에 대해서 강제집행 신청을 내더라도 다른 은닉재산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추징금 징수 시효만 다시 3년 연장될 뿐, 실제로 거액의 추징금을 징수할 방법은 없다는 본질적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설령 연희동 자택 전체에 대해 강제집행 신청을 낸다 해도 이씨측에서 이의신청을 낼 것으로 예상돼 이 역시 쉽지 않은 실정이다.

다급함에 ‘속앓이’를 하는 검찰과는 대조적으로 전씨측은 느긋해 보인다. 전씨의 측근이자 그의 변호인을 지낸 이양우 변호사는 “이미 검찰이 비자금 수사 당시 몇 달에 걸쳐 전두환 전 대통령과 그의 가족, 측근들의 재산상황을 정밀추적한 바 있어 더 이상 새롭게 나올 재산이 없을 것”이라며 “검찰이 말하는 거액의 비자금은 막연한 추정치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꼭꼭 숨긴 뒤 버틸 수 있는 한 버텨라.’ “낼 돈이 없다”면서도 여유로운 생활을 즐겨온 전씨의 탁월한 ‘재테크’ 앞에서,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추징금을 내지 않은 채 ‘법치허무주의’를 조장하는 중범죄자 앞에서 대한민국 최고 사정기관 검찰은 너무도 무력한 모습이다.

신동아 2003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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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진수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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