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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 르포

“연애? 결혼? 그냥 외로워서 오는 거죠”

‘젊음의 해방구’ 사교클럽 체험기

  • 글: 정 영 시인·자유기고가 jeffbeck@hanmail.net

“연애? 결혼? 그냥 외로워서 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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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깨가 시원스레 드러나는 멋진 이브닝 드레스를 걸치고 와인 잔을 왼손에 살짝 든 채로 멋진 유머를 날려 좌중을 사로잡는 스탠딩 파티. 외국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화려한 사교모임이 주말마다 우리 주위에서 펼쳐진다. 젊은이들은 불나방처럼 이 휘발성 짙은 사교모임에서 도심의 외로움을 날려버린다.
  •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파티문화의 속살을 들여다본다.
“연애? 결혼? 그냥 외로워서 오는 거죠”
토요일 밤,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거리엔 연인도 많고 무리지어 몰려다니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난 만날 사람도 갈 곳도 없다. ‘텅 빈 집으로 가기는 싫은데, 어디로 갈까? 혼자 뭘 먹을까?’ 하고 외로움에 치를 떨었던 적이 있다. 이런 쓸쓸한 경험이 나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이제 그런 날은 갔다. 사교클럽의 화려한 파티와 멋진 젊음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말이다.

최근 사교클럽이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다. 무엇 때문일까. 무엇이 젊은이들을 유혹하는 것일까. 그곳엔 대체 어떤 사람들이 모여 있을까.

현재 국내에서 가장 각광받는 사교클럽 F사의 회원은 4만8000여 명. 매월 늘어나는 신입 정회원만 100여 명에 가깝다. 그리고 F사는 연 70회 이상 열리는 파티 때마다 많게는 400여 명, 적게는 200여 명이 모인다.

필자는 한 사교클럽의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클럽 사이트에 들어가 회원가입 절차를 밟고 일주일 전 예약을 해두었다. 클럽 F사의 경우 정회원이 되려면 가입비 15만원에 연회비 30만원을 내야 한다. 그러나 450만원을 한꺼번에 입금시키면 연회비와 가입비를 면제받으며, 회원 탈퇴시 전액 돌려받는다.

외롭던 밤은 화려해지고

파티에 갈 때마다 또 돈이 들어간다. 비용은 파티 테마에 따라 다르다. 게스트인 필자는 10만5000원을 냈으나 정회원에게는 40%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한번 파티에 참석하는 데 10여 만원이라면 결코 적지 않은 부담이다 그러나 새로움을 찾는 이들에게 그 돈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F사의 한 관계자는 5년 이상 매주 파티에 참가한 사람도 상당히 많다고 전한다.

파티는 저녁 7시에 시작된다. 장소는 주로 인터콘티넨탈, 워커힐, 메리어트, 웨스틴조선 등 특급호텔이나 강남의 고급 레스토랑. 파티 이름은 보드카파티, 퐁듀파티, 프리미어다이닝파티 등 다양하다.

화려한 파티장 안으로 들어서면 섹시한 파티 의상을 차려 입은 오거나이저 혹은 파티매니저들이 파티 분위기를 한층 돋운다. 디너파티의 테이블 매칭 또한 오거나이저들의 임무. 참석자의 직업과 개성에 맞춰 한 테이블에 같이 앉을 사람들을 정해야 한다. 내 이름이 적혀 있는 디너 테이블엔 이미 세 명의 남녀가 앉아 있다. 화려한 화장과 액세서리로 멋을 낸 여자들과 깔끔한 미소의 남자. 처음엔 어색하게 인사를 주고받지만 식사를 같이하다 보니 금세 친해진다. 입소문과 무수한 광고 메일을 통해 알게 되어 파티에 왔다는 그들은 조금씩 마음의 경계를 풀고 파티 분위기에 젖어들었다. 테이블마다 조금씩 웃음소리가 높아만 가는데 무슨 얘기들을 나누는 걸까?

‘오픈마인드로 새로운 사교문화를’이라는 모토를 내건 이 클럽이 추구하는 것은 ‘인적 네트워크 구축’이다. 그들은 한국 사회 특유의 폐쇄성이 국가 경쟁력을 뒤지게 하는 요소라고 말한다. 따라서 비즈니스를 위해서든 사교를 위해서든 만날 수 있는 계기와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 실제로 이 파티에선 기혼, 미혼, 이혼, 남녀에 상관없이 서로 얘기를 나눈다. 그러나 이곳에 5년째 오고 있다는 강씨(남·33)는 한번도 파티장 밖에서 그들을 만난 적은 없다며 헛웃음을 친다.

“파티가 좋아서 올 뿐이지 다른 목적은 없어요. 여기서 춤추며 만나는 사람이 어떻게 일과 연관이 되겠어요. 그리고, 친해진다고 하더라도 밖에서까지 만나고 싶지는 않아요. 처음부터 술로 시작해서 2차, 3차, 4차 거쳐 고주망태가 돼야 집에 들어가는 그런 만남은 이제 싫어요.”

그가 이곳에 오는 이유는 분명했다. 이 파티에는 일찍 간다고 억지로 붙잡고 술 먹일 사람도 없고 길고 지루한 얘기를 들어줘야 할 상사도 없다. 간섭이 싫은 사람에게 이곳은 분명 천국이다. 역시 주고받는 얘기의 대부분이 가볍고 유쾌하다. 오히려 클럽의 모토로 ‘열심히 일한 당신, 토요일 밤엔 잊어라! 화려하게 즐겨라!’가 더 잘 어울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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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 영 시인·자유기고가 jeffbec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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