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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리포트

“무신 걸 허영 살아야 할지 막막허우다”

감귤 가격 대폭락, 한숨짓는 제주 농민

  • 임재영 동아일보 사회1부 기자

“무신 걸 허영 살아야 할지 막막허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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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도를 괴롭히는 것은 태풍만이 아니다. 감귤이 올 초 껌값에도 못미치는 가격으로 폭락해 제주도민을 울리고 있다.
  • 자식교육의 밑거름이었던 ‘황금의 나무’에서 농가를 붕괴시키는 ‘절망의 나무’로 변한 감귤 농사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무신 걸 허영 살아야 할지 막막허우다”

멀리 한라산이 보이는 농장에서 한 농민이 감귤밭을 돌보고 있다

“이제 다 죽어수다(이제 모두 죽었습니다). 무신 걸 허영 살아야할지 막막허우다(어떤 것을 하고 살아야 할지 막막합니다).” 감귤 가격 폭락으로 제주지역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감귤은 제주도민에게 ‘생명산업’과 다름없다. 농민 대부분이 감귤재배에 매달리고 있어 감귤의 성패가 곧바로 이들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감귤 가격이 곤두박질치면서 감귤농사를 포기하는 농민이 속출하는 가운데 농민들의 허탈감은 분노로 바뀌었다. 농민들이 제주도청으로 몰려가 감귤나무를 불태우며 가격 폭락에 항의하는 집단행동에 나서기도 했으며 한 농민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제주 뒤흔든 ‘감귤 대란’

제주도는 ‘감귤 대란’을 가라앉히기 위해 농가에 저장된 상품용 감귤을 kg당 200원에 수매했으나 이는 농민들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200원은 ‘껌값’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인 것이다.

감귤 주산지인 제주 남제주군 남원읍에서 25년 동안 감귤을 재배한 양상집(50)씨는 저장창고에 쌓인 감귤을 쳐다보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가격 폭락으로 출하는 엄두도 못낸 채 썩고 있는 감귤만큼이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감귤농사는 끝장났어요. 감귤을 팔아봤자 수입은 별게 없고 오히려 비료값과 인건비 대느라 빚만 늘었지요.”

1만평의 감귤과수원을 재배하는 양씨는 지난해 감귤을 110t 생산했지만 빚만 눈덩이처럼 불었다. 최근엔 수매조차 거부당한 3t의 감귤을 창고에서 썩히고 있는 실정이다. 양씨는 “학비를 조달하지 못해 대학에 다니던 아들이 휴학하고 농사일을 도왔지만 용돈은커녕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울분을 토했다.

북제주군 애월읍 봉성리 홍승화(60)씨도 사정은 마찬가지. 74t의 감귤을 생산했지만 노임과 비료값 농약값을 제하고 나니 100만원도 건지지 못했다. 홍씨는 “감귤과수원 1300평 정도를 갈아엎어 채소를 재배할까 싶지만 전망이 불투명해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감귤 가격 폭락으로 생산비도 건지지 못한 농민들이 오랫동안 공들여 키워온 감귤나무를 뿌리째 뽑아내며 과수원을 포기하는 일이 제주에서는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농민들을 더욱 속상하게 만드는 것은 감귤나무를 베어낸 자리에 마땅히 심을만한 작물이 없다는 점이다. 올해는 양파와 파 등의 밭작물이 좋은 가격을 받았지만 매년 가격 널뛰기가 심해 불안하다. 또 녹차, 가시오가피, 참두릅 등의 인기 특용작물은 재배 노하우가 부족하다.

남제주군에서 20년 동안 감귤과수원을 돌본 오영준(43)씨는 과감하게 7000평의 과수원을 없애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한다.

“감귤농사로는 수익을 기대할 수 없어 한우 사육을 준비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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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영 동아일보 사회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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