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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튀고 살이 찢긴 광란의 살육극… 2만5000 생죽음 육성증언

제주 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 전문

  • 글 :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피가 튀고 살이 찢긴 광란의 살육극… 2만5000 생죽음 육성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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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발생 55년 만에 4·3사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첫 공식조사가 이뤄져 진상보고서가 작성됐다. 이로써 그간 ‘남로당 무장봉기’에 가려졌던 군·경 및 우익단체의 양민학살 진상이 밝혀졌다.
  • 진상조사보고서 전문을 단독입수, 피로 얼룩졌던 광기의 역사를 고발한다.
피가 튀고 살이 찢긴 광란의 살육극… 2만5000 생죽음 육성증언

1948년 4월3일 제주도 폭동사건을 진압하기 위해 출동하는 군경비대를 격려하는 이승만 대통령.

여야 합의를 거친 4·3특별법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것은 1999년 12월16일. 국회는 당시 국민회의 추미애 의원의 제안 설명을 들은 후 표결 없이 법안을 가결, 통과시켰다. 추의원은 4·3특별법 발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사건 이후 반세기가 넘도록 피해자 규모조차 정확히 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는 이 사건을 덮어두었습니다. 그러나 죄 없이 죽어가고 억울하게 희생당한 양민피해가 있었다면 이제 이를 조사해 그들의 넋을 위로하고 명예를 회복해주는 것이 역사를 승계한 후대의 의무일 것입니다.…중략…제주도민은 더 이상 기다리기에도 지쳐 있는 상태입니다. 제주도민도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21세기를 맞을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각 당이 제주도민에게 이 법의 통과를 굳게 약속한 이상 그 신의를 저버리지 않도록 본 의원이 간절히 호소하는 바입니다.”

이듬해 1월 제정·공포된 제주4·3특별법(제2조)에 따르면 제주4·3사건은 ‘1947년 3월1일을 기점으로 해 1948년 4월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특별법에 따라 구성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위원장 고건 총리)’는 지난 3월29일 산하기구인 ‘진상조사보고서 기획단’이 2년여에 걸친 조사 끝에 작성한 4·3보고서를 채택했다. 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4·3사건의 성격에 대해 ‘남로당 제주도당의 무장봉기가 있었고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 무고하게 주민들이 희생됐다’고 규정했다. 위원회에 따르면 4·3사건 희생자는 2만5000∼3만 명.

아울러 4·3특별법 정신에 따라 희생자에 대한 명예회복과 추모사업이 적극 추진돼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사건 발생 55년 만에 정부 차원의 첫 공식조사가 마무리된 것이다. 이로써 그간 ‘남로당 무장봉기’라는 측면만 부각돼 ‘군·경에 의한 양민학살’ 진상이 가려졌던 이 사건은 역사의 무대에서 새롭게 조명받게 됐다. 그에 따라 희생자들에 대한 명예회복 및 보상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503명 증언 채록

진상보고서를 작성한 기획단은 2001년 1월 발족했다. 정부 부처 국장급 공무원과 제주도 부지사 등 당연직 5명과 유족 대표, 학자, 변호사, 시민단체 대표 등 위촉직 10명 등 모두 15명으로 구성됐으며 박원순 변호사가 단장을 맡았다. 기획단은 산하에 상근 진상조사팀을 뒀다. 전문위원 5명과 조사요원 15명 등 20명이 편성됐으며 양조훈 수석전문위원이 팀장이 돼 조사활동을 이끌었다.

기획단은 2001년 2권, 2002년 10권 등 모두 12권의 자료집을 발간했다. 아울러 사건 관련자 503명으로부터 증언을 채록해 7권의 증언록을 만들었다. 모든 증언은 녹음기로 녹취하고 캠코더로 녹화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이 자료집과 증언록이 보고서의 근간이 됐다. 기획단은 올해도 자료집 3권을 출간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4·3보고서를 공식 채택했음에도 전문 공개는 미뤘다. 보고서 내용에 이의를 제기하는 일부 위원들의 의견을 감안해 추가 심의를 거쳐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수정사항은 많지 않으며 ‘대세’에 영향을 끼치지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용을 문제삼는 것이라기보다는 주로 표현의 문제, 즉 직설적이고 거친 표현을 순화하는 차원의 수정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위원회측에 따르면 현재 수정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돼 빠르면 5월 중 ‘최종본’이 나올 예정이다. 다만 전문 공개 시기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아’는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 전문을 단독 입수했다. 580쪽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이 보고서는 크게 6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첫째는 ‘4·3사건 진상조사 개요’로 진상조사 배경과 진상조사반 활동, 자료수집과정이 설명돼 있다. 둘째는 ‘4·3사건 배경과 기점’이다. 광복 전후의 제주도 상황과 4·3의 도화선이 된 3·1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있다.

셋째는 ‘4·3사건의 전개과정’으로 그간 사실관계를 두고 논란이 일었던 4·3사건의 원인과 경과 및 결과를 자세히 다루고 있다. 무장봉기와 5·10선거(1948.4.3∼5.10), 초기 무력충돌기(1948.5.11∼10.10), 주민 집단희생기(1948.10.11∼1949.3.1), 사태 평정기(1949.3.2∼1950.6.24), 사건 종결기(1950.6.25∼1954.9.23) 등 시기별로 다섯 단계로 나눠 설명하고 있다.

넷째는 ‘피해상황’이다. 민간인과 군·경 우익단체의 인명피해와 물적 피해 실태가 잘 드러나 있다. 다섯째 ‘조사결론’은 이 보고서의 줄거리이자 요약본이라 할 수 있다. 4·3사건의 성격을 규정하는 한편 사건 개요를 정리했다. 마지막 ‘건의’ 항목에서는 정부에 4·3사건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피해를 보상하는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국가원수의 공식사과, 추모기념일 제정 등 7가지 건의사항이 담겨 있다. 이 건의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은 내년에 이 사건에 대해 정부 차원의 사과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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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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