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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투쟁’ 전교조, 칼날 위에 서다

  • 글: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강경투쟁’ 전교조, 칼날 위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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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남 예산군 보성초등학교 서승목 교장의 자살 사건 파문으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출범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 서교장이 전교조의 서면 사과 요구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회 전반에서 전교조에 대한 비난이 들끓고 있다. 특히 전교조의 ‘투쟁 일변도’ 활동 방식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곪을 대로 곪은 우리 교육계의 구조적 모순이 이 사건을 발화점으로 폭발했다고 본다.
‘강경투쟁’ 전교조, 칼날 위에 서다
고 서승목(徐承穆·56) 교장의 영결식이 있던 4월8일엔 하루종일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을씨년스러운 날씨가 이어졌다. 보성초등학교 입구에는 ‘진모 교사와 전교조 소속 교사 2명의 수업을 거부한다’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학부모들이 써붙였다고 했다.

영결식이 치러지던 운동장 한켠에서는 서교장의 부인 김순희씨가 “착한 우리 남편 살려내!”라고 외치며 오열했고, 두 아들은 어머니를 껴안으며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그 장면을 놓칠세라 연신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며 취재에 열을 올리는 100여 명의 기자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분위기가 숙연해지자 얼결에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 전국에서 몰려온 1000여 명의 교장단과 교육 관계자들, ‘참교육 가면 속에 교단이 무너진다’ ‘살인집단 분쇄하여 교직안정 되찾자’며 전교조를 규탄하는 수십여 개의 만장(輓章), 고인에 대한 추모와 전교조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들이 뒤섞인 각계의 추모사…. 영결식은 추모 행사라기보다는 전교조 성토대회에 가까웠다.

서승목 교장은 4월4일 나일론 끈으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 한 장 남기지 않았다. 부인 김씨는 경찰에서 “남편이 ‘여교사에게 차 시중을 요구하고 부당한 장학을 했다’는 이유로 전교조 충남지부로부터 서면 사과를 요구받고 매우 괴로워했다. 그것말고는 자살할 만한 이유가 전혀 없다”고 진술했다. 이어 김씨는 전교조 충남지부 관계자 2명과 보성초등학교에 근무하는 전교조 소속 교사 정모(여·41)씨와 최모(여·36)씨, 그리고 차 시중 논란의 발단이 된 진모(28) 교사 등 5명을 협박·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그들 사이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서면 사과 논란

‘강경투쟁’ 전교조, 칼날 위에 서다

고 서승목 교장

중등교사 자격증을 가진 진씨는 지난 3월초 보성초등학교에 기간제 교사로 임용됐다가 20일 만에 사표를 제출했다. 그러고는 교육인적자원부, 충남도교육청, 전교조 충남지부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다.

“신분이 불안정한 기간제 교사인 내게 교장과 교감선생님이 차 접대, 찻잔 관리 같은 ‘성차별적 업무’를 요구했다. 심지어 ‘수업중에도 손님이 오면 내려와 차를 타야 한다’고 했다. 이를 거절하자 교장과 교감선생님이 수업 장학을 이유로 수시로 수업중인 교실로 들어와 아이들 앞에서 큰 소리로 질책하는 등 부당하게 교권을 침해했다. 또 교장선생님이 ‘윗사람이 시켜서 못 하겠다고 하는 사람은 전교조’라며 전교조를 비하하는 발언을 하고 억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사표를 낼 수밖에 없었다. 교장선생님은 한마디도 만류하지 않았고 사표는 곧바로 수리됐다.”

3월24일 충남도교육청과 전교조 충남지부 예산지회에서 진상 조사를 위해 보성초등학교를 방문했다. 당시 홍승만 교감은 진교사의 주장에 대해 이렇게 항변했다.

“진교사가 먼저 ‘차 한잔 타드릴까요’라고 해서 ‘좋지요’라고 하니까 차를 한잔 타줬다. 그래서 ‘교장선생님에게도 한잔 타주는 게 어떻겠어요’라고 부탁했더니 교장선생님에게도 차를 타줬다.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차 접대를 강요한 적은 절대로 없는데, 갑자기 진교사가 ‘아침마다 차를 타지 않겠다’고 이야기해 황당한 기분이 들었 을 정도다. 다만 찻잔과 스푼 등 차 도구를 관리하도록 한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또한 서교장은 “진교사가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라 초등학교 수업에 익숙지 않을 것 같아서 관심을 기울인 것은 사실이다. 그것이 부당한 장학 활동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명했고, 전교조 비하 발언과 관련해서는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며 강력히 부인했다.

전교조 충남지부는 조사를 마친 후 서교장에게 진교사의 원상 복직, 차 도구 관리를 포함한 접대 업무 폐지, 교장과 교감의 연명 서면 사과 등 세 가지를 요구했고, 서교장은 우선 접대 업무 폐지를 약속했다. 26일에는 예산군교육청 인장식 장학사와 서교장, 진교사가 전교조 충남지부 사무실에 모여 재임용과 서면 사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이날 오간 대화에 대해 예산군교육청과 전교조측의 주장이 엇갈린다.

인장식 장학사는 “서교장은 ‘장학 활동이 부당하게 느껴졌다면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 ‘재임용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재임용 자체가 상호 신뢰 회복을 의미하므로 서면 사과는 어렵다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교조 충남지부 이진형 사무처장은 “서교장이 서면 사과 의사를 표명했고, ‘28일 다시 전교조 사무실을 방문해 진교사에게 서면으로 사과하겠다’고 말했다”며 “이에 진교사가 사과문을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면서 합의가 성사됐다”고 반박했다. 그런데 홍교감이 차 접대를 요구하고 부당한 장학을 했다는 데 대해 전면 부인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예산군 교육청 홈페이지에 올렸다는 것. 이처장은 “서교장이 ‘서면 사과를 하지 않겠다’는 홍교감의 강경한 태도에 매우 곤란해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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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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