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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에 짓눌린 ‘강남 특구’ 초등학생 24시

엄마는 ‘매니저’, 先行학습은 필수 그들만의 ‘로열서클’

  • 글: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사교육에 짓눌린 ‘강남 특구’ 초등학생 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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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의 초등학생들은 쉴 틈이 없다. 영어·수학은 물론 국어, 토론, 실험, 레포츠까지 아이들의 여가 시간은 온통 사교육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 특히 강남의 상류층 아이들은 ‘그들만의 로열서클’속에서 아주 특별한 고급 교육을 받는다.
  • 사교육과 귀족교육으로 점철된 강남 초등학생들의 분주한 삶.
사교육에 짓눌린 ‘강남 특구’ 초등학생 24시
지난 3월초 서울 서초구 서초동으로 이사한 회사원 이모(39)씨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의 전학서류를 접수하기 위해 집 근처 A초등학교에 들렀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50명이 넘는 학부모들이 서류를 접수하기 위해 줄을 서 있었기 때문. 1시간여 기다린 후에야 접수할 수 있었다는 그는 “나만 해도 2명의 아이를 이 학교에 전입시킨다. 그렇다면 전학 온 학생의 수가 최소 50명은 넘는다는 이야기 아니냐. 서울 강북 초등학교의 경우 전입생 수는 많아야 1년에 10명 정도였다. 말로만 들었던 강남 집중 현상이 무엇인지 새삼 피부로 느끼게 된다”며 혀를 내둘렀다.

강남구 대치동의 경우 이런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대치동에 위치한 B초등학교의 경우 1년 전입생이 평균 250명 정도. 하루에 한 명 꼴로 전학 오는 셈이다. 이 학교의 1학년 학급 수는 5개지만 6학년은 딱 2배인 10개다.

이처럼 ‘교육 1번지’ 강남 집중 현상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예전에는 중고등학생의 입시 교육 위주로 강남 열풍이 불었다면 이젠 그 열풍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더욱 거세지고 있다. 초등학생 학부모들이 강남에 오는 표면적인 이유는 ‘1류’ 중고등학교에 보내기 위해서. 중고교는 전입이 자유롭지 않은 반면 초등학교의 경우 주거지만 옮기면 곧바로 전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강남을 찾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중고교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간 여유가 있는 초등학생들에게 좀더 다양한 ‘강남식’ 사교육을 맛보게 하고, 어릴 적부터 비슷한 수준의 상류층 아이들과 어울리게 해 ‘그들만의 로열서클’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렇지만 강남에만 온다고 해서 이런 목표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매니저’인 엄마가 훌륭한 교육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고 그에 맞춰 아이의 스케줄을 제대로 짤 수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 ‘훌륭한 매니저’가 되기 힘들기 때문에 대다수 강남 엄마들은 전업주부다.

학교 앞은 엄마들 차량으로 가득

대치동 C초등학교 앞. 오후 2시30분 정도만 되면 자녀를 데리러 온 엄마들의 차량으로 가득 찬다. 대다수 차량이 서울 강남구를 뜻하는 ‘서울 52’ ‘서울 55’ 번호판을 달고 있지만 ‘서울 30’ 등 강남 외 서울 차량과 경기 차량 번호도 종종 눈에 띈다. 아이들을 태워 집으로 바로 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최소한 2개의 학원을 들른 후에야 집으로 돌아간다. 엄마는 아이를 학원 앞에 내려준 후 수업이 끝날 때까지 학원 앞에서 기다린다. 수업이 끝나면 아이를 또 다른 학원으로 데려다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남 엄마들은 평일 오후에 개인적인 시간을 전혀 내지 못한다. 그들에게 아이의 ‘로드매니저’ 노릇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

대치동 아파트촌 근처의 D외국어학원. 오후 2시만 되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이 학원 앞에는 30대 여성 10여 명이 옹기종기 모여든다. 친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마치 오랜 친구 같지만, 실제로는 학원 앞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면서 알게 된 사이다. 처음 만난 엄마도 어색함 없이 어울릴 수 있다. 아이 교육에 엄청난 관심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 1시간여가 지난 후 한 무리의 엄마들은 각자의 아이를 데리고 자리를 뜬다. 그러면 또 10여 명의 새로운 엄마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수강생이 2000명이라는 D외국어학원은 셔틀버스를 운영하지 않는다. 학원 관계자는 “셔틀버스의 운행비가 너무 비싸 운영하지 않는 대신 그 비용을 수업의 질을 높이는 데 사용하고 있다”고 모범답안 같은 대답을 했지만, 한 학부모는 “강남은 물론 서울 전역, 분당, 일산, 수지 등지에서 학생들이 몰려와 셔틀버스를 운영할 수 없는 데다가 웬만한 엄마들은 아이를 직접 픽업하러 오기 때문에 셔틀버스의 필요성을 그다지 느끼지 못한다”고 귀띔했다.

송파구에 산다는 한 학부모는 “예전에는 차 속에서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며 아이를 기다렸지만 이젠 항상 학원 앞에서 다른 학부모들과 대화를 나눈다”고 말했다. 또래 엄마들에게서 강남에서 유행하는 최신 교육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3개월 전 강북에서 강남 서초구로 이사 왔다는 주부 김모(39)씨는 “매우 짧은 기간이었지만 강남의 교육환경과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강북과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의 학급에서 학부모 총회를 했어요. 전체 학생 수가 40명 남짓 되는데 30명의 어머니가 참석했더라고요. 예전 강북 학교에서는 10명도 채 참석하지 않았거든요. 대다수 어머니가 대졸에, 전업주부인 것도 참 놀라웠어요. 담임 선생님에게 아이에 대한 세세한 것 하나까지도 철저하게 물어보는데, ‘정말 교육열이 남다르구나’ 싶었죠. 그리고 아이들에게 과외교육을 얼마나 많이 시키던지, 기본적으로 5∼6개 학원은 다니더라고요. 한 과목당 10만원씩만 쳐도 교육비가 50만원이 넘어요. 아이들 아버지 대다수가 교수, 의료인, 법조인 아니면 중소기업 대표, 대기업 이사 등 부유층이었는데도, ‘한 달에 1000만원 벌어도 사교육비 때문에 아이 둘 이상 키우기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엄마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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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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