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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고 속이는 산삼의 세계

선물용’ 대부분 장뇌삼, 인삼씨 뿌려 산삼 ‘수확’

  • 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속고 속이는 산삼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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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삼 열풍이 거세다. 심마니는 물론이고, 학생·주부 가릴 것 없이 산으로 산으로 향한다. 여기저기서 산삼을 캤다는 소식도 무성하다.
  • 비싼 값을 치르고 선물한 산삼이 실상은 장뇌삼이었다는 웃지 못할 얘기도 들린다. 산삼이 갑작스레 흔해진 건가, 세인의 눈이 유독 밝아진 건가. 요지경을 방불케 하는 산삼 열풍 백태.
속고 속이는 산삼의 세계
‘신비의 영약’ 하면 떠오르는 산삼(山蔘). 신초(神草)로도 불리는 이 귀한 산삼이 요즘 ‘대풍(大豊)’이다. ‘산삼 열풍’이라 불러도 될 만큼 때아닌 산삼 캐기 붐이 일고 있다. 한 번도 산삼을 캐본 적 없던 아마추어 심마니(?)들까지 곧잘 산삼을 캐낸다고 하고, 전국 곳곳의 산엔 이들을 태운 승합차들이 들끓는다. “심봤다”는 외침도 잇따라 터져나온다.

그런데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과연 무엇이 진짜 산삼이고 또한 아닌가. 산삼은 어떤 경로를 통해 어디로 팔려나가는가. 산삼의 진위 여부도 과학적으로 감정해낼 수 있을까…. 산삼에 대해 냉철히 따져봐야 할 필요성은 무르익은 듯하다.

시중 산삼 90% 이상 장뇌삼

결론부터 말하면, 요즘 산삼의 처지는 ‘풍요 속 빈곤’이다. 경력 오랜 심마니들은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산삼의 90% 이상이 장뇌삼 또는 유사 산삼이라 단언한다. 진짜 산삼으로 통하는 이른바 천종(天種)산삼은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30년 경력을 지닌 한 심마니의 말부터 들어보자.

“천종산삼은 전국을 통틀어도 1년에 20∼30뿌리가 나오기 어렵다. 그만큼 귀하다. 그 외에 산삼이라고 하는 것들은 ‘오리지널’이 아니라 보면 된다. 과거부터 산삼 장사는 ‘전국구 장사’였다. 강원도에서 산삼이 많이 나긴 하지만 그게 어디 강원도에서만 소비되나. 요즘 산삼 많이 캔다고 하는데 ‘거품’이 많이 섞여 있다.”

심마니들의 산삼 분류는 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토양 등 자생지의 여건에 따라 천종(天種), 지종(地種), 인종(人種) 하는 식이다. 천종은 산삼씨가 자연적으로 떨어져 성장한 산삼, 지종은 새들이 산삼씨를 먹고 이동한 후 산중에 배설해 생겨난 삼(蔘), 인종은 사람이 인공적으로 산삼씨를 뿌려 자라난 삼을 각각 뜻한다. 심마니에 따라선 지종을 자연산 장뇌라고도 부르는 등 용어도 제대로 통일돼 있지 않다.

그러나 대체로 산삼은 깊은 산속에서 자생한 천종산삼과 심마니들이 산삼씨를 채취해 산삼이 자생할 수 있을 만한 곳에 심어 자연상태에서 수십년간 양생시킨 장뇌삼(長腦蔘 : 산에서 기른 삼이라 하여 산양삼(山養蔘)이라 불리기도 한다)으로 대별할 수 있다. 장뇌삼은 천종산삼에 비해 뇌두(腦頭 : 산삼 몸통과 줄기 사이에 기린 목처럼 길게 뻗은 부위로 산삼 나이를 추정할 수 있다고 함)가 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마니들은 잎과 줄기 수에 따라 산삼을 분류하기도 한다. 산삼은 성장속도가 느리다. 3개의 잎으로 발아하여 5개의 잎으로 발전하는데 보통 4∼5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 이 5개의 잎을 심마니들은 1구라 부른다. 세월이 갈수록 산삼은 싹대에 줄기가 갈라져 2구(5개의 잎이 붙은 줄기가 2개로 모두 10개의 잎), 3구, 4구, 5구, 6구 등으로 자라난다. 특히 7구는 ‘두루무치’, 8구는 ‘동자삼’으로 부른다. 그러나 6구 산삼은 간간이 나오지만, 아직 두루무치나 동자삼을 직접 캤거나 봤다는 심마니는 없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500년 묵은 산삼을 선물받아 먹었다는 이야기가 구전(口傳)되고 있지만, 오늘날 그와 같은 산삼은 그야말로 ‘전설의 고향’에서나 등장할 법한 상상 속의 산삼일 뿐이다. 실제로 심마니들은 가장 오래된 산삼이래봐야 100∼200년근으로 본다.

수요는 있는데 산삼은 귀하다 보니 최근엔 중국산 삼이 보따리상을 통해 밀수입돼 불법유통된다. 산삼은 본래 한국, 중국, 러시아 극동지역 등지에서 주로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들 지역과 기후가 비슷한 미국, 캐나다 등 북미지역에서 캔 삼들까지도 시중에 나돈다. 이들 삼에서도 진짜 천종산삼을 찾기란 지극히 어렵다.

탈북자 출신의 한의사인 서울 백년한의원 석영환(39) 원장은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산삼의 절대 다수는 장뇌삼이다. 북한산이라며 파는 것들도 중국산이 대부분”이라며 “북한에서도 천종산삼은 희귀하다”고 말한다. 그는 북한에 있던 1995년 당시 청암산연구소(일명 김일성장수연구소)에서 6개월간 일한 적이 있는 데다 산삼을 주원료로 몇가지 한약재를 발효시켜 태고환(太古丸)이란 약까지 만들고 있어 다른 한의사들과 달리 산삼을 자주 다룬다.

결국 요즘 유통되는 산삼은 대개 장뇌삼이거나 유사 산삼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런데도 산삼 성분을 넣었다는 여성용 화장품이 시판되고, 몇몇 바이오벤처는 천종산삼 체세포를 이용해 조직배양했다는 산삼 부정근(산삼 뿌리 부분) 제품들을 만들어낸다. 과연 천종산삼도 ‘풍년’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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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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