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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 고발

국민연금관리공단 직원 자살로 본 공단 난맥상

무리한 실적경쟁, 원칙 없는 업무처리의 ‘쌍끌이’ 경연장

  • 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국민연금관리공단 직원 자살로 본 공단 난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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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4일 국민연금관리공단의 한 직원이 스스로 목을 맸다.
  • 사건 발생 이틀 만에 언론보도로 알려진 그의 자살은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투신자살 여파에 가려 세인들의 지속적 관심을 끌진 못했다.
  • 그러나 그의 죽음의 이면엔 연금공단의 총체적 부실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국민연금관리공단 직원 자살로 본 공단 난맥상
8월4일 자살한 국민연금관리공단(이하 연금공단) 직원은 연금공단 남원지사(남원시 향교동) 가입자관리팀 소속 송모(40) 차장. 송차장은 이날 밤 10시30분쯤 남원지사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자신의 책상에서 채 5m도 떨어지지 않은 창가 기둥에 전깃줄로 목을 맨 상태였다. 그는 왜 스스로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을까.

경찰이 전하는 당시 상황부터 보자. “고인(송차장)의 부인 Y씨(37)와 직장동료 K씨(36)가 사체를 발견하고 112와 119에 신고했다. 출동해보니 K씨가 고인의 사체를 사무실 바닥으로 내려놓은 뒤였다. 검안 결과 사체에선 외상이나 반항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고인이 직접 벗어놓은 듯한 신발도 가지런했고, 지갑 등 그의 소지품도 서류봉투 속에 고이 정돈돼 있었다. 여러 정황으로 미뤄볼 때 ‘준비된 자살’로 보였다. 발견 당시 유서가 고인의 PC 모니터에 띄워져 있었고, PC 스피커에선 조용한 경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남원경찰서 형사계 김종석 순경)

경찰 조사과정에서의 가족 및 참고인 진술, 연금공단 노사(勞使)가 공동으로 꾸린 진상조사위원단 조사내용을 종합해보면, 숨진 송차장의 이날 행적은 이렇다. 지난 8월3일까지 1주일간 가족과 함께 여름휴가를 보낸 그는 8월4일 다시 출근한 뒤 부인에게 밀린 업무가 많아 늦겠다고 전화했다. 그러나 밤늦도록 귀가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부인이 남편의 휴대전화로 연락해도 받지 않아 K씨에게 연락을 취해 함께 사무실로 찾아갔으나 실내조명이 꺼져 있어 문을 열어보니 송차장이 숨져 있었다는 것이다.

자살, 그러나 석연찮은 여운

정황들을 종합해볼 때 송차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한 개인적 동기는 희박해 보인다. 다소 세심한 성격이긴 했지만, 그것말고는 대인관계도 원만했던 것으로 지인(知人)들은 기억한다. 진상조사위원단에 참여했던 연금공단 노동조합 박성기 지도위원은 “송차장과는 전에 3차례 술자리를 같이한 적이 있다. 그가 다소 내성적이고 순수한 성격이긴 했지만 술자리에선 쾌활하고 유머러스한 모습도 곧잘 보였다”고 말한다.

자살을 택할 가정사적 동기 또한 뚜렷한 게 없다. 송차장 부인이 경찰에서 진술한 내용에 따르면 송차장의 건강상태도 굳이 자살로 귀결돼야 할 만큼 나빴던 건 아니었다. 지난 6월 건강검진에서 간경화 소견이 나오긴 했지만 그동안 건강에 별 이상이 없었던 데다(송차장은 간염 보균자였지만 간염으로 고생한 적은 없었다고 한다) 오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다른 병원에서 재검사를 받아볼 계획이었다는 것. 또 송차장이 지난해 5월 수면제를 잠시 복용한 적은 있으나 이는 자살기도가 아니라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잠을 못 이뤘기 때문이며 이 일로 해서 병원으로 실려간 적도 없다는 것. 단 진상조사위원단에 따르면 지난해 한 번 전신마비가 와서 1주일 가량 입원한 적은 있다고 한다. 병명은 스트레스성 증후군이었다. 송차장은 부인이 3번의 유산 끝에 어렵게 얻은 아들(6세) 하나를 두고 있다. 그의 죽음에 대해 유족측은 조만간 산업재해보상을 받기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찰과 연금공단 진상조사위원단은 물론이고 유족 또한 사인(死因)이 자살로 인한 것이라는 데 이의를 표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서는 송차장의 자살동기와 관련해 석연찮은 여운을 남긴다. ‘이 세상을 떠나며 마지막으로 남기는 글’이란 제목의 A4용지 3쪽 분량 유서에서 송차장은 ‘국민연금에 온 지도 벌써 4년7개월이 지났지만 슬픔이 훨씬 더 많았고, 보람을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오늘도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했다. 먹고 살기 힘들다는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보험료를 조정하겠다는 문서를 만들었다’고 괴로운 심경을 털어놨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지난해에는 납부예외율 축소 때문에 벙어리 냉가슴을 앓았는데 산을 하나 넘고 나니 소득조정이라는 더 큰 강이 버티고 있다’며 ‘내가 하는 일이 이렇게 부실한데 5년, 10년, 그 뒤에 벌어질 일들을 생각하면 정말 두렵다’고 한 부분이다. 그에게 그토록 과도한 자괴심과 중압감을 떠안긴 ‘소득조정’과 ‘납부예외율 축소’는 대체 어떤 업무길래 끝내 그것을 감당해내지 못한 걸까.

어찌됐건 유서 내용으로 미뤄볼 때 송차장의 자살이 자신의 담당업무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연금공단 내부 사정에 밝지 않은 절대 다수의 국민에겐 송차장의 유서가 주는 의미래봐야 ‘강 건너 불구경’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언론은 국민연금 문제와 관련해 대부분 연금보험료 납부액과 수령액, 연금기금 운용 등에만 관심을 쏟아왔다. 그러나 송차장 자살의 이면을 조금만 들춰보면 현재 연금공단 내부의 부실이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 총체적 국면에 접어들었음이 여실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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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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