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호

한국의 바다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동해에 아열대성 물고기, 참조기는 조숙현상

  • 글: 유재명 한국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 jmyoo@kordi.re.kr

    입력2003-09-26 13: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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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잡지 ‘네이처’는 최근호에서 “세계적으로 해양 생태계 파괴가 심화되고 있으며 지난 50년간 대형 어종의 90%가 바다에서 사라졌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그렇다면 한국의 바다 속 생물들은 어떤 상태에 있을까. 우리나라 수산자원 역시 수온상승, 남획, 연안오염 등으로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는데….
    한국의 바다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수산시장의 넘치는 생선과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횟집을 보면 바다에는 아직도 물고기가 풍부한 것 같지만 세계 각국에서는 1990년대 이후 어류자원 고갈이 심각함을 경고하고 있다.

    ‘네이처’ 최신호는 “지구 온난화 현상에 따른 수온 상승과 어획기술의 발달, 대규모 남획으로 다랑어, 상어, 황새치 등 대형 어류들이 지난 50년간 90% 이상 사라져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또 다랑어, 넙치, 홍어 등은 크기나 무게가 본래의 절반 이하에 불과하고, 어획량도 10분의 1로 줄었다는 것이다. 세계자연모니터링센터(WEMC) 자료에 따르면 1970∼95년 사이에 민물고기는 45%, 바닷물고기는 30% 줄었다.

    우리 인류가 필요한 동물 단백질의 16%를 해양수산물로 충당하고 있고 수산물 중에서 어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80% 이상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같은 현상은 우리의 바다에서도 예외 없이 일어나고 있다. 현재 우리의 바다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한류(寒流)의 지배를 받는 동해는 수온상승에 따른 이상현상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해역이다. 최근 동해에서는 수온상승을 감지할 수 있는 많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제주도 해역에서나 볼 수 있었던 나비고기, 홍치, 도화돔, 만새기, 붉바리류 등의 아열대성 물고기가 동해에서 잡히고, 울릉도, 독도 해역에는 제주도 특산물인 자리돔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밖에도 해파리, 곤쟁이 등 난류성 생물이 동해에 대량 출현하고 연안에서는 난류 수역에서나 볼 수 있는 산호가 군락을 이루어 서식하는 점만 보더라도 동해의 생태계가 전형적인 아열대성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뜻한 해역에서 주로 나타나는 백화현상이 동해연안에 나타나 어장 및 생태계에 피해를 주고 있다. 어획량을 보더라도 난류성 어종인 고등어, 멸치, 오징어 등은 증가하는 반면 한류성 어종인 명태, 대구 등은 감소의 정도를 지나 거의 사라져가고 있다.

    난류성 어류 늘어나는 동해



    수산과학원의 보고에 따르면 수온상승에 의한 난류의 세력이 북쪽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 결과 동해에서 주로 양식하던 가리비는 거의 생산되지 않는 반면 지금까지 동해에서 양식이 불가능했던 굴이 양식되고 있다. 그러나 남해에선 패류 양식 전체의 80%를 차지하던 굴이 고수온에 따른 생리적 약화와 환경조건의 악화로 생산량이 감소했다. 2001년 굴 생산량은 전년도에 비해 무려 5530t이나 감소한 21만7078t이었다.

    동해가 기후변화에 따른 어류자원의 변화가 가장 민감하게 나타나는 곳이라면 서해와 남해는 남획에 의한 어류자원의 감소가 크게 나타나는 해역이다. 1980년대 이후 어업기술의 발달과 어선의 대형화 및 장비의 현대화, 수산물 소비 확대 등으로 인해 어획강도가 높아지면서 최근 서해와 남해의 수산자원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특히 서해와 동중국해의 경우 중국의 과도한 어획활동으로 어류자원이 급격히 줄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우리나라, 중국, 일본의 어장별 어획량 의존도를 보면 서해가 각각 13%, 85%, 2%(우리나라, 중국, 일본 순), 동중국해가 23%, 54%, 23%인 것을 보면 서해와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과도한 어획이 우리 어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 수 있다.

    수온상승과 지나친 남획뿐 아니라 서해안의 간척사업, 남해의 연안오염, 동해의 석호훼손 등도 바다 생물의 서식지가 파괴되는 주원인이다. 이로 인해 생물종이 급격히 줄어들었으며 자원량도 급감했다.

    해안선을 단순하게 만든다는 취지로 서해안을 중심으로 시작된 간척사업은 1970년대부터 ‘국토확장’이라는 명분 아래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영종도신공항, 시화호, 새만금 등 서해안 곳곳에서 크고 작은 간척사업이 벌어져 갯벌이 매립됐다. 이로 인해 갯벌이 줄어 유기물의 분해능력이 없어지고 자정능력이 상실됨으로써 연안오염이 가속화됐다. 이는 어류의 서식지 및 산란장이 파괴되고 연안어류가 감소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또 남해안에서는 여름철이면 장마로 인해 육상의 유기물이 바다로 대거 유입되면서 적조를 일으키는데, 그 규모는 해가 갈수록 대형화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동해의 강릉 앞바다까지 적조가 확장됐다. 이는 연안어장의 생태계 구조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쳐 연안의 자원을 없애는 요인이 된다. 수온상승도 적조를 가속화하는 중요한 원인.

    동해안에는 많은 석호가 있어 서식지의 다양성을 유지하고 있다. 석호는 숭어, 농어, 감성돔 등 연안성 어류의 산란장과 성육장으로 이용된다. 특히 내만이 없는 동해안의 석호는 정착성 어류의 서식지가 된다. 하지만 향호, 경포호, 영랑호, 화진포호, 송지호 등의 상당수 석호가 바다와 막혀 있어 오염도가 높아 서식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이는 동해연안의 종(種) 다양성이 줄어드는 원인이 된다. 이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조만간 자연산 어류를 만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2002년 수산업 동향에 따른 연차보고서를 보면 어류자원 고갈의 심각성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연근해 어업의 총 어획량이 1960년대 이후 1970년대 중반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했지만 1970년대 후반부터 증가율이 둔화됐다. 1996년 162만t이던 어획량은 2001년 125만t까지 떨어졌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근해 회유성 어류

    비교적 이동성이 큰 근해 회유성 어류는 고등어와 꽁치 등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는 어류다. 고등어는 1996년 41만5003t에서 2001년 20만3717t으로 어획량이 거의 50% 감소했으며 꽁치는 1996년 9687t에서 2000년 1만9883t으로 증가했다가 2001년 5336t으로 감소했다. 이는 새로운 한·일 어업협상이 발효되면서 조업어장이 축소된 탓으로, 꽁치의 대체 어장 개발이 시급히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명태는 1996년 8270t에서 매년 감소해 2001년에는 207t으로 떨어졌다. 이제 1996년의 2.5%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명태는 우리나라 근해에서 거의 사라져가는 물고기라 할 수 있다. 최근의 명태는 모두 원양에서 어획한 것이고 명란도 원양에서 잡은 명태에서 얻는 것이다. 그래서 명란의 크기가 작고 미숙란이 많다. 이들 어류는 한류의 영향을 받는 종으로 이들의 어획량 감소는 남획보다는 수온상승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연안 회유성 어류

    우리나라 연안에서 서식하며 이동성이 크지 않은 연안 회유성 어류는 대개가 바다 바닥에 서식하는 저서어류다. 그런데 여기에 속하는 물고기의 어획량이 최근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소비가 증가 추세에 있는 아귀는 1996년 1만1720t에서 2001년 5813t으로 거의 절반으로 줄었고, 홍어는 1996년 3127t에서 2001년 211t으로 줄었다. 복어류는 2001년에 1996년의 38% 수준인 3735t으로 급감했고 그 중에서도 참복으로 인기가 있는 자주복은 거의 어획되지 않는다. 광어라는 방언으로 더 잘 알려진 넙치는 우리 국민이 횟감으로 가장 선호하는 물고기지만, 대부분 양식산을 이용하고 있으며 자연산은 거의 보기 어려울 정도다.

    갯벌 축소, 연안 오염 심각해

    ◆연안 정착성 어류

    연안에서 거의 이동을 하지 않는 연안 정착성 어류는 남획뿐 아니라 연안 오염에도 큰 영향을 받는 어종으로 최근 어획량 감소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이 중 연안오염에 가장 민감한 망둑어는 2001년의 어획량이 1996년에 비해 약 44% 수준으로 현저히 감소했다. 망둑어가 주로 서해연안에서 잡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서해의 간척사업에 따라 갯벌이 줄어들면서 서식지가 감소한 점과 연안이 심하게 오염된 점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된다.

    제주도 특산물인 옥돔과 자리돔은 2001년 어획량이 1996년에 비해 각각 45%, 1.4% 정도에 불과하다. 자리돔은 1998년 이후 급격히 감소해 향후 상업적 어획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옥돔은 수요의 대다수를 중국산으로 대신하고 있다. 그밖에 준치는 1996년 630t에서 2001년 40t으로 줄었으며 까나리, 감성돔의 어획량도 감소 추세다.

    ◆조기류

    중요한 상업어종인 참조기를 비롯한 부세, 보구치 등의 조기류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일본의 남획으로 매년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 이 중 우리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참조기는 1970년대에 4만t 이상 어획했지만 그 이후 차차 줄어 2001년에는 7938t으로 감소했다.

    또 최근 잡히는 참조기는 작은 크기의 미성숙 단계에서 알을 품고 있는 조숙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은 최근 다른 물고기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는 산란회유를 하는 참조기가 산란장소에 도착하기 전 대부분 어획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기현상으로 보인다. 그래서 연령이 짧고 크기가 작은 소형어만 어획되고 있는 것이다. 또 연평도, 칠산도를 산란장으로 회유하던 참조기는 1980년 이후 중국연안으로 산란장을 옮기고 있어 우리나라 서해연안의 참조기 자원량이 급격히 줄고 있다. 또 말쥐치, 갈치, 고등어 등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 수산자원이 전해역에서 다양한 이유로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대한 대비와 연·근해 어류자원 관리에 신경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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