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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기획|‘新명예퇴직시대’ 가이드

명퇴 후 창업 나선 ‘선배’ 5인의 경험담

“과거 잊고 앞치마부터 둘러라”

  • 글: 김성환 ‘월간 창업&프랜차이즈’ 기자 spam001@hanmail.net

명퇴 후 창업 나선 ‘선배’ 5인의 경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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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직금을 들고 창업전선에 선 家長은 불안하기만 하다. 멋모르고 장사에 뛰어들었다가 돈만 날린 동료들의 이야기도 남의 일 같지 않다. 5~6년 전 ‘명퇴 창업’에 나섰던 선배들의 충고에는 ‘金科玉條’로 여겨도 좋을 교훈이 담겨 있다.
“식당 종업원으로 일할 각오라도” 사업실패 끝에 분식집 주인 된 조경호씨

명퇴 후 창업 나선 ‘선배’ 5인의 경험담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근처, 대로변 고층빌딩 뒤편으로 아담하게 자리잡은 ‘맛샘식당’. 분주한 점심시간이면 살짝살짝 미소를 지으며 손님맞이에 여념이 없는 사람이 있다. 바로 이 분식집 주인 조경호(44)씨다. 음식을 내는 것이나 행주로 테이블을 닦는 모습이 약간 투박해 보이지만 그의 식당운영 경력은 벌써 4년째. 일에 정(情)도 붙고 재료 준비나 메뉴 개발에 대한 긴장도 어느 정도 누그러진 것 같아 보이는 게 영낙없는 ‘분식집 아저씨’다.

“좀 피곤하긴 해도 직장생활할 때보다 재미있어요. 열정과 보람은 오히려 그때보다 더 큽니다. 내 일이니까요.”

1998년 여름, 신용보증기금 계열사인 신보창투사에 다니던 조경호씨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IMF 여파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는다는 공고가 사내에 나붙은 것. 한 달 동안 심사숙고한 끝에 그는 10년 동안 일해온 회사를 떠날 결심을 했다. 똑같은 업무, 반복되는 일상이 싫다는 게 그 이유였다.

“정년퇴직하는 내 모습을 떠올려보니 지금과 별 차이가 없었어요.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다른 일을 하고 싶었죠.”

그렇게 사표를 내던지고 회사를 나왔지만, 일은 결코 쉽게 풀리지 않았다. 퇴직 후 곧바로 옛 직장 동료들과 십시일반 뜻을 모아 차린 경영컨설팅회사는 실적이 저조해 결국 6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1년을 준비해 음식쓰레기를 퇴비로 바꾸는 기계제조 사업을 계획하고 경영참여도 했었지만 이것 또한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사람들의 인식이 낮았던 터라 공장을 가동해볼 기회조차 없었던 것이다. 어렵게 뛰어들었다가 맛본 실패의 경험은 직장생활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조씨는 이 모든 것이 명예퇴직에 앞서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준비가 하나도 없었어요. 막연한 생각만을 믿고 아무것도 모른 채 일을 벌였던 거죠. 지금 명퇴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장기적이고 확실한 준비가 선행돼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보수집 과정이 정말 중요해요. 직장 다닐 때 생각했던 것과 밖에서 부딪치는 현실은 완전히 다르거든요. 만약 식당을 개업할 생각이 있다면 회사를 그만두고 식당 종업원으로 취직해 일을 배우겠다는 각오가 돼 있어야죠.”

식당을 개업한 후 조씨는 그동안의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재도약을 위한 ‘업무혁신’에 들어갔다. 가게 문 닫고서도 자정을 훌쩍 넘겨서까지 그날 매출을 분석하고, 판매된 메뉴를 정리해 데이터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주말이나 흐린 날, 비 오는 날엔 면종류가, 맑은 날엔 찬 음식이 잘 팔린다는 사실도 발견할 수 있었다. 조씨는 이렇게 해서 날씨에 맞춰 재료를 구입해 비용을 줄여나갈 수 있었다.

“규모가 작으면 어떤가요. 남의 눈이 중요한 건 아니죠. 생각을 바꾸니까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야겠다, 여기서 승부를 봐야겠다는 각오가 생기더군요. 현재 제 모습이 퇴직 당시 기대했던 것에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때의 선택을 결코 후회하지 않습니다. 회사 나오고 나서 오히려 시야가 많이 넓어졌죠. 작지만 태산만한 자부심을 느끼는 일터를 갖게 된 것에 정말 만족합니다. 이것이 바로 명예퇴직 5년 만에 얻은 내 재산목록 1호입니다.”

“생각은 짧게, 행동은 빠르게”1000만원으로 침대세탁업 시작한 이정태씨

명퇴 후 창업 나선 ‘선배’ 5인의 경험담
“무엇보다 당장의 생계가 가장 큰 걱정이었죠. 이 일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었으니까요. 퇴직금이니 위로금이니 다 합쳐도 집 살 때 빌린 은행 대출금 갚기엔 턱없이 모자라고….”

영국계 보험회사인 씨엠아이(CMI)의 영업국장으로 일하던 이정태(47)씨에게 명예퇴직이라는 절망의 그림자가 드리운 것은 지난 1998년 가을. IMF 이후 휘청거리던 회사가 1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결국 다른 회사에 합병되고 만 것이다. 고용승계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그는 회사를 떠나야 했다.

시름에 잠겨 찾았던 경기도 가평의 한 산에서 노점을 준비하던 어느 명예퇴직 부부를 만난 뒤로 그는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됐다. 그들 역시 이씨와 비슷한 처지였다. 어느 모로 보나 노점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던 그 부부의 결심이 이씨에게 자극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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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성환 ‘월간 창업&프랜차이즈’ 기자 spam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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