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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검 피의자 고문치사사건 인권위 조사기록

허벅지 짓이기고 다리 꺾기, 바가지로 코·입에 물 붓기, 성기·낭심 골라 때려 기절

  • 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서울지검 피의자 고문치사사건 인권위 조사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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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구라도 ‘그곳’에 불려가면 그렇게 당할 수 있다는 상상은 얼마나 끔찍한가.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지금도 그런 일이 우리 주변에서 은밀하게 혹은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지검 피의자 고문치사사건에 대한 인권위 조사보고서는 그런 점에서 우리 모두가 음미하고 기억할 만한 역사적 기록이다.
서울지검 피의자 고문치사사건 인권위 조사기록
지난해 10월말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의 사퇴를 불러온 서울지검 피의자 사망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이 1년 만에 나왔다. 서울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이현승 부장판사)는 11월5일 홍경령 전 서울지검 검사와 채○○, 홍○○ 수사관에 대해 징역 3년을 각각 선고함으로써 유죄를 인정했다. 또 4명의 수사관에 대해선 징역 10월에서 징역 2년6월의 형에 집행유예를, 2명의 수사관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검찰에서 조사를 받던 피의자 조○○의 사망원인은 수사관들의 가혹행위였다”고 이 사건의 성격을 규정짓는 한편 “자해하는 피의자들을 제지하는 과정에 물리력이 행사됐다는 정당방위로 볼 수 없다”며 강압수사 관행에 일침을 놓았다. 특히 논란이 된 물고문 혐의에 대해 “수사관들은 잠을 깨우기 위해서였다고 하지만 행위의 목적을 떠나 행위 자체가 가혹행위인 점은 인정된다”며 사실상 물고문을 인정했다.

검찰의 기각

검찰은 지난해 11월13일 홍경령 전 검사와 채○○ 등 ‘구타 수사관’ 3명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독직폭행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홍 전 검사와 2명의 수사관에 대해서는 물고문 혐의를 추가했다. 또 조씨의 공범들을 구타한 수사관 7명 중 이○○ 등 5명에 대해서는 독직폭행치상 혐의로 불구속기소하는 한편 박○○ 등 2명은 징계위에 회부키로 했다. 이처럼 검찰의 기소는 조사과정에서 있었던 가혹행위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그에 따라 법원 판결의 대상도 이 부분에 국한됐다.

이에 반해 당시 2개월간 직권조사를 벌였던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조사과정뿐만 아니라 체포과정의 불법성까지 문제삼고 가해자들의 혐의를 폭넓게 적용했다. 인권위는 지난 3월 홍 전 검사를 비롯한 수사관 10명을 불법체포, 불법감금 및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발하고 박○○ 계장 등 4명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이들은 ▲긴급체포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 피해자들을 긴급체포했고 ▲체포시 체포사유 및 변호인 조력권을 알리지 않았으며 ▲조사과정에서 변호인 도움을 받을 권리와 체포적부심 신청 권리, 진술 거부권 등을 실질적으로 침해했다는 것이다.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불법 수사관행 일체를 문제삼은 셈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서울지검은 6월23일 인권위 고발내용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인권위는 7월16일 서울고검에 항고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10월10일 서울고검은 ‘항고 기각’ 결정을 통보해왔다. 이에 반발한 인권위는 10월25일 보도자료를 내고 대검 재항고 방침을 밝혔다.

일상적인 불법 수사관행

‘신동아’는 인권위의 재항고 결정과 1심 판결에 즈음해 이 사건에 대한 인권위 조사기록을 단독 입수해 발췌, 공개한다. 이 기록은 피해자들의 주장만 담은 것이 아니다. 가해자들에 대한 면담조사와 검찰 수사기록을 종합해 객관적으로 인정된 사실을 정리해놓은 것이다. 워낙 흔한 일이라 누구나 당연하게 여기는 수사기관의 불법 체포와 불법 감금, 불법 조사 관행을 정식으로 문제 삼았다는 점에서 이 기록은 역사적·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띠고 있다.

사망자 조씨를 비롯한 6명의 피해자는 모두 30대 초반이다. 인권위 조사기록에는 이들이 서울지검 특조실(특별조사실)에서 겪은 ‘인권 지옥’의 참상이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 그들의 눈은 가려졌고 입은 틀어막혔고 손발은 뒤로 묶였고 배와 등은 짓밟혔다. 가족과 변호인을 찾는 그들의 울부짖음은 칠흑 같은 공간 속에서 맥없이 잦아들었다.

서울지검에서 살인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받던 조씨가 사망한 것은 지난해 10월26일.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11월1일 인권위는 이 사건에 대해 직권조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사망한 조씨의 공범으로 긴급체포돼 서울지검에서 조사를 받던 정○○ 등 3명이 수사관들에게 가혹행위를 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것도 조사의 한 배경이 됐다.

이 사건을 ‘서울지검 피의자 고문치사사건’으로 이름 붙인 인권위는 11월2일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피해자들의 진술을 청취하고 신체감정을 하는 것으로 조사활동을 시작했다. 대검과 서울지검 및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한편 고문치사가 발생한 서울지검의 특조실과 검사실, 구치감의 실태를 조사했다.

이어 성동구치소에 찾아가 홍경령 전 검사의 진술을 듣는 것을 시작으로 피진정인들, 곧 이 사건 가해자들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 서울지검과 대검은 인권위의 자료 제출 요구를 세 차례나 거절했다. 결국 인권위는 법원을 통해 검찰 수사기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비극적인 사건의 배경이 된 것은 1998년 6월에 일어난 파주스포츠파 두목 박○○의 사망사건이다. 박씨의 죽음은 자살로 처리됐는데, 당시 서울지검 의정부지청에 근무하던 홍경령 검사는 박씨가 타살됐다는 제보를 접수하면서 이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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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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