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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제로, 시골학교의 반란

꼴찌학교 수능 돌풍 산골학교엔 전입생 북적

  • 글: 김현미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khmzip@donga.com

사교육 제로, 시골학교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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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제로, 시골학교의 반란

익산고 영재반은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한다.

익산고 교사들은 수험생 뒷바라지 하는 어머니 같다. 자율학습 시간에 딴짓하는 아이가 눈에 띄면 그 자리에서 야단치는 게 아니라 가만히 지켜보다가 그 시간만큼 더 공부하고 잠자리에 들게 한다. 5일장이 서는 날 떡볶이 사먹으러 몰래 빠져나간 학생을 찾아오는 것도 교사의 몫이다.

또 영재반 학생들은 2학년 겨울방학 때 한 달씩 학원 종합반을 다닌다. 그것도 학교에서 학원비를 지원한다. 이상한 학교라고 손가락질하겠지만 다 교육적인 이유가 있다.

“입학하자마자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학원은 마음의 위안일 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도시에 비해 사교육을 받을 기회가 적으니까 불안해하죠. 그래서 공식적으로 한 달 동안 학원에 다니면서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과 뭐가 다른지 직접 확인하고 오라고 합니다. 선배들이 ‘돈만 쓰고 효과가 없다’고 해서인지 요즘은 잘 안 가려고 해요. 서울 유명학원에 갔던 아이도 일주일 만에 돌아왔어요. 그러고 나면 학원이나 과외에 대한 미련이 싹 없어지죠.”

전북 수석을 차지한 고인성군도 “학원 수강 없이도 학교 교육프로그램에 따라 스스로 터득한 방법으로 공부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한다. 고군이 말하는 익산고의 교육프로그램이란 정규수업 시간 외에 외국인 영어회화, 방과후 특별수업, 토익·토플·텝스 수업, 논술특강, 외부강사 초빙, 교육방송 시청 등이다.

5년 전까지 신입생 정원을 채우기 힘들었던 익산고였지만 요즘은 입학하기 어려운 학교가 됐다. 지난해 10월 선발한 5기 영재반 경쟁률이 2대1을 넘었고, 이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익산으로 주소지를 옮긴 서울 학생도 4명이나 된다.



익산고 돌풍 뒤에는 학교법인 익성학원의 아낌없는 투자가 큰 힘이 됐다. 학교는 전 이사장이 내놓은 150억원의 장학기금을 토대로 영재반 학생 1인당 2400만원(3년)의 교육비를 투자한다. 현 지승룡(50) 이사장은 선친의 뜻을 이어받아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어, 이 학교 교사 중에는 이사장 얼굴을 모르는 이도 많다.

맞춤형 진학지도로 수시 공략

사교육의 기승에 위축될 대로 위축된 공교육의 반란은 농촌에서 먼저 시작됐다. 전북에서 익산고가 두각을 나타냈다면, 전남에서는 몇 년째 담양군 창평면 소재 창평고와 장성군 장성읍의 장성고 돌풍이 거세다. 1980년에 개교한 창평고는 도내에서 “공부 안 하면 창평고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하위권을 맴돌던 학교.

그러나 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은 창평고를 울면서 들어와 웃으면서 졸업하는 학교로 변화시켰다. 지금은 도내 중학교 전교 10위 안에 들어야 입학할 수 있다. 지난 3년간 창평고 졸업생 전원이 4년제 대학에 합격한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창평고는 ‘서울대 많이 보내는 학교’라는 관심보다 ‘인사 잘하는 학생이 다니는 학교’라는 칭찬을 더 반긴다. 이 학교는 ‘인성이 발라야 공부도 잘한다’며 예절교육을 시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1985년 개교한 전남 장성고 역시 1998년부터 지금까지 졸업생 전원이 4년제 대학에 진학해 지역 명문고로 급부상했다. 장성고는 골프와 포켓볼을 할 수 있는 ‘즐거운 학교’로 먼저 알려졌다. 1~2학년 학생들은 골프, 미술, 포켓볼, 바둑, 고전기타, 사물놀이, 만화, 합창, 댄스, 한문강독, 길거리 농구 등 20여개 프로그램 가운데 자신이 선택한 특기적성 교육을 받는다. 또 재학중 45권의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야 졸업을 할 수 있다.

가톨릭계 학교인 경북 상주시 함창읍 상지여고는 원래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가난한 농촌 지역 청소년들을 위해 설립한 ‘성모고등공민학교’로 출발했다(1961년). 1973년 상지여상을 개교하고 1984년 인문계 신입생을 받기 시작해 종합고등학교가 됐다가 상지여고로 교명을 바꾸었다. 인문계·실업계 합쳐 18학급 규모의 이 학교도 요즘 몰려드는 신입생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상주·문경 외에 예천·의성 등의 지역에서 상지여고 진학을 희망하는 이유는, 몇 년 사이 대학 진학률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올해 보통과(인문계) 졸업예정자 58명 가운데 절반 가량이 수시에 합격했다.

그러나 이 학교 역시 입시위주의 교육보다 인성교육을 우선한다. 6년째 매주 토요일을 ‘책가방 없는 날’로 정해 1학년은 다도, 2학년은 상주민요, 3학년은 천연염색 등 외부 체험학습과 전일제 클럽활동을 해 2001년 제2회 ‘아름다운 학교’ 공모전에서 교육과정운영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에 있는 삼광고는 농업고로 출발해 1981년 인문계 학교로 전환한 전형적인 농촌 학교다. 학년당 2학급, 전교생 208명, 교사 16명(교장·교감 포함)에 불과한 미니고교지만 대학진학률은 90%가 넘는다. 이 학교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교원 평균연령 35세, 교직 평균경력 8.3년이라는 수치. 젊은 교사들이 발로 뛰어 입시정보를 모으고, 학생들의 성적뿐만 아니라 집안 사정까지 속속들이 파악해 진학지도를 하고 있다. 학생의 특성에 맞는 학교와 학과를 골라 진학지도를 한 결과 이미 절반 이상이 수시모집에 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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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현미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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