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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브레이크 없는 한국영화, 과식· 편식 유혹 뿌리쳐라!

  • 글: 장병원 Film2.0 취재팀장 jangping@film2.co.kr

브레이크 없는 한국영화, 과식· 편식 유혹 뿌리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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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관객 2명 중 1명은 봤다. 단일 문화상품 사상 최초로 1000만명의 소비자를 확보한 영화 ‘실미도’. ‘684주석궁폭파부대’가 육지로 몰고온 것은 1998년 ‘쉬리’ 이후 다시 찾아온 한국영화의 황금기다. 초대박 시대, 실미도의 힘인가 한국영화의 힘인가.
브레이크 없는 한국영화, 과식· 편식 유혹 뿌리쳐라!
‘실미도’가 단일 영화 최초로 전국 관객 1000만명을 돌파하며 한국영화 최고 흥행기록을 갈아치웠다. 2001년 ‘친구’가 820만여명의 관객을 기록하며 흥행의 역사를 다시 썼을 때만 해도 영화계는 ‘향후 몇 년간 깨지기 힘든 대기록’이라며 흥분했다. 하지만 불과 3년 만에 ‘친구’의 기록은 여지없이 깨졌다. 관객 1000만명 돌파는 대한민국 인구 4700만 중 실질적인 영화 관람 인구를 고려한다면 영화 관객 두 명 중 한 명이 ‘실미도’를 봤다는 의미다.

불황기 한국영화의 예외적인 성공은 충무로 영화인들에게조차 경이로운 현상이다. 관객 1000만명 시대란 ‘욱일승천(旭日昇天) 하는 한국영화의 기운을 증거한다’는 영화 내적 의의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는 한국의 문화지형 안에서 영화가 지니는 위상에 대한 반증인 동시에 문화예술계 전반에서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흥미로운 사건이다.

할리우드 영화의 세계 지배가 날이 갈수록 공고해지고 있는 마당에 한국영화의 득의양양한 기세는 국제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기현상이다. 아직 공식 집계 되지는 않았지만 2003년 한국영화 점유율은 이미 5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000만 관객 시대의 개막에 고무된 일부 영화인들은 ‘실미도’에 이어 얼마 전 개봉한 ‘태극기 휘날리며’도 관객 1000만명의 고지를 밟을 것이라는 성급한 예상까지 내놓고 있다. 무엇이 이러한 한국영화의 황금기를 가능하게 했는가?

멀티플렉스로 관객 유입

우선 1990년대 말부터 시작된 영화 산업구조의 토대 변화를 꼽을 수 있다. 1990년대 이후 ‘와이드 릴리즈(wide release)’라는 대규모 개봉방식과 공격적 마케팅이 흥행을 좌우하는 요소로 굳어지고 있다. ‘실미도’가 전국 300여개 스크린, ‘태극기 휘날리며’가 400여개 스크린을 확보하며 흥행 몰이에 나섰다는 점만 봐도 와이드 릴리즈의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다. 이제 ‘극장 잡기’는 사활을 건 전쟁에 가깝다.

이러한 배급 환경의 변화는 1990년대 말부터 등장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가져왔다. 1998년 최초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인 ‘CGV강변’이 설립된 이후 극장 수와 스크린 수의 변화 추이는 퍽 흥미롭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보고서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02년까지 극장은 507개에서 311개로 대폭 줄어든 반면, 스크린 수는 507개에서 977개로 증가했다. 4년 사이에 스크린 수가 무려 92.7%의 증가율을 보인 것이다.

같은 기간 총 영화 관객수는 5000만명에서 1억명으로 껑충 뛰었다. 지역 거점형 극장체인인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영화산업의 토대인 관객수 증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즉, 스크린의 기하급수적인 증가는 1000만 관객 시대를 여는 첫 번째 원동력이 된 것이다.

다음으로는 영화 내적 요인들도 관객 폭증에 한몫을 했다. 특히 한국영화의 질적 성장은 외적인 추인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힘이 됐다. ‘살인의 추억’ ‘동갑내기 과외하기’ ‘스캔들’ ‘올드 보이’ 등 2003년을 화려하게 수놓았던 ‘웰 메이드’ 영화들의 흥행 행진은 한국영화 대세론을 굳혔다. 여기에 주5일 근무제 확산으로 여가 시간 증대, 인터넷 매체 발달로 인한 영화 정보의 홍수, 문화생활의 중심에 선 영화의 위상 등이 영화시장 확대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영화의 외형이 팽창했다고 해서 할리우드 영화가 위축된 것은 아니다. 할리우드 직배사들이 본사로 송금하는 로열티 총액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즉, 할리우드 영화가 체면 치레하는 동안 한국영화가 영화시장의 확대를 주도한 셈이다.

흥행 한계선 500만명

충무로에서는 통상 한국시장에서 단일 영화의 흥행 한계를 관객 500만명으로 추정한다. 이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평균 영화관람 횟수, 습관적 영화관람 인구를 토대로 추정한 수치다. 관객 500만명을 넘어가면 이미 ‘영화의 운명’을 벗어난 것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2003년 최고 흥행작인 ‘살인의 추억’(525만여명), ‘동갑내기 과외하기’(493만여명) 등도 흥행 한계선 근처에서 인기몰이를 마감했다.

현재 한국영화 시장 규모에 비춰봤을 때 500만명이라는 흥행 한계선은 순전히 ‘영화의 힘’으로만 끌어 모을 수 있는 관객의 포화량을 뜻한다. 여기서 영화의 힘이란 드라마나 스타일, 영상적인 완성도 등 영화 내적 요소를 총체적으로 일컫는다. 시나리오와 영상의 완성도가 빼어난 영화, 이른바 ‘웰 메이드’라고 불리는 작품 대부분이 흥행 한계선 500만명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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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병원 Film2.0 취재팀장 jangping@film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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