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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이후 의사·약사·제약회사 3각 커넥션

고가약 처방 늘고 처방전 수수료 오가고 끼워팔기 성행하고

  • 글: 김순희 자유기고가 wwwtopic@hanmail.net

의약분업 이후 의사·약사·제약회사 3각 커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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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와 약사 간의 극심한 반목 속에 제도 미비 등으로 불안하게 출발한 의약분업은 의사·약사·제약회사 간 새로운 비리 커넥션을 낳았다. 제약회사의 랜딩비와 리베이트, 처방전 수수료 등 구조적 비리가 단절되지 않고 있으며 의사와 약사 간 종속관계는 심화되고 있다.
의약분업 이후 의사·약사·제약회사 3각 커넥션
지난 2월초 부산 김해공항 청사 앞 버스승강장. 7인승 카니발 차량의 조수석 문을 열고 승차하려는 40대 남자에게 시내로 들어가는 길을 묻자 “같은 방향이네요. 같이 타고 가시죠”라며 동승을 권했다. 차 안에는 운전사를 포함해 3명이 타고 있었다.

“아, 글쎄 말이야. 그놈들 때문에 죽겠어. 받을 건 다 받아먹고 그러면 안 되지.”

누군가를 향한 그들의 성토는 낯선 객(客)을 의식하지 않고 계속됐다. 가만 들어보니 그들의 입에 오른 성토 대상은 다름 아닌 의사와 병원 관계자였다. 병·의원에 약을 납품하는 대가로 지불하는 이른바 리베이트를 받은 지 몇 달도 안 돼 다른 제약사의 약품으로 교체한 의사를 두고 돌아가며 비난에 열을 올리고 있었던 것.

그들 사이에 오고간 ‘영업비밀’을 본의 아니게 엿듣고 “의약분업 후에도 약 공급을 둘러싼 리베이트가 여전히 존재하느냐”고 묻자 네 명 모두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 ‘물어볼 걸 물어보라’는 투의 반응을 보였다. 골프를 치기 위해 서울에서 내려왔다는 그들 중 세 명은 제약회사 임원이고 나머지 한 명은 관리약사를 채용해 3월 중순께 자신의 약국을 개점할 예정이라고 했다.

“의사가 주는 처방전 있죠? 그거, 적게는 500원에서 많게는 1000원씩에 거래하는 곳도 있어요.”

“누가 누구에게 돈을 준다는 건가요?”

“아, 그거야. 뻔하죠. 약사가 의사에게 주는 거죠. 처방전이 있어야 약사가 약을 지어줄 거 아닙니까. 그리고 약사는 조제비를 받는 거고.”

2000년 의약분업이 시행된 이후 의사, 약사 그리고 제약회사 사이에 만들어진 3각의 ‘검은 커넥션’에 대한 취재는 이렇듯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됐다. ‘의약분업 실시로 의·약계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은 그들 4명의 증언에 의해 여지없이 무너졌다.

그리고 열흘이 넘도록 의사, 약사, 제약회사를 밀착 취재하는 과정에서 의약분업의 본질이 곳곳에서 훼손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4년 전 DJ정부는 ‘약물 남용국 세계 1위’라는 꼬리표를 떼고 나아가 국민들을 약의 오·남용으로부터 막아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의약분업제도를 시행했다. 의약분업이 실시되기 전 의사와 약사들이 ‘약값 마진’을 챙기기 위해 환자들에게 필요 이상의 약을 권한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의사는 진단과 처방을, 약사는 약의 조제와 판매를 담당하는 직능분리를 골자로 한 의약분업 추진과정에서 의사와 약사들은 약의 선택권을 뺏기지 않으려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의사들은 거리로 나와 의약분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고 병원 총폐업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처방전은 귀하신 몸

의약분업 시행의 근거가 된 개정 약사법에 따르면 의사는 구체적인 상품명을 ‘명시’해 처방전을 발행하고 약사는 의사가 ‘콕’ 찍어준 제약사의 약을 조제해야 한다. 이로써 약간의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약에 대한 기득권은 의사가 갖게 됐다.

“의약분업 이전에는 의사와 약사가 동등한 관계였지만 분업 이후 종속적인 관계로 변했어요. 처방전을 받으려면 어쩔 수 없는 노릇 아닙니까. 속은 뒤집어지지만 의사의 입맛에 따르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소위 문전약국(병·의원 문 앞에 있는 약국을 일컬음)을 운영하고 있는 친구는 자기 약국과 같은 건물에 개원한 소아과에 몇천 만원을 들여 인테리어를 해줬다고도 하더라고요.”

한 아파트 단지의 상가건물 1층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이아무개(40·여)씨의 증언이다. 의약분업 당시 ‘의사와 약사 간 담합이 생겨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담합 행위는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의·약계 물밑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약사가 병원의 월세를 부담하는 사례가 있는가 하면 의·약사간 담합에 부동산 중개업자의 상술도 한몫하고 있다.

경기도 부천시에 위치한 한 클리닉센터 건물 1층에는 두 개의 약국이 있다. 2년 전 8개의 병원이 들어설 예정이라는 부동산업자의 말을 믿고 분양을 받았던 한 약사가 건물주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분양 당시 건물 내 약국은 한 곳만 개설한다는 계약사항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사건은 건물주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은 후 일단락됐지만, 의약분업 이후 이처럼 병원과 약국만을 입주시키는 일명 ‘병원 빌딩’이 늘어나는 추세다. 부동산 중개업자는 병원 빌딩 내 입주자를 유치하는 과정에 의·약사간 여러 가지 형태의 담합행위가 이뤄지도록 ‘다리’를 놓고 있다.

소아과를 운영하고 있는 전문의 방아무개씨는 “‘약국에서 (병원의) 인테리어를 해준다’는 이야기를 다른 의사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며 의·약사간 담합이 실제로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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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순희 자유기고가 wwwtopi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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