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邊境에 가면 세계사가 보인다

영토순결주의·시대착오주의에 빠진 근대역사학 구하기

  • 글: 박환무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 hkwh@hanafos.com

邊境에 가면 세계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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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가 주최한 국제심포지엄‘근대의 국경, 역사의 변경’은 지난해 역사학계에 몰아친 ‘국사해체 논쟁’의 2탄이다. 6개국 역사학자가 한 자리에 모여 잡종적 정체성을 지닌 ‘변경’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우리 역사’와 ‘저들의 역사’를 경계 짓는 통념의 벽을 허물었다.
邊境에 가면 세계사가 보인다

최근 한 일본 우익단체가 독도 점거를 시도해 한·일간 긴장상태가 고조됐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시아에서 국가간·국민간의 냉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금 또 하나의 전쟁 망령이 배회하고 있다. 누가 고구려사를 소유할 것인가를 두고 한국과 중국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역사전쟁’이 그것이다.

중국은 역사상 중국을 자칭한 각 왕조뿐만 아니라 현재 중화인민공화국을 구성하는 각 민족과 각 지역을 모두 중국사에 포함시킨다는 원칙하에 “고구려는 중국사의 일부”라고 주장하며 ‘동북공정’이라는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측은 “중국은 역사왜곡을 즉각 중지하라”고 거세게 반발하면서 “자주적이며 독립적인 강대한 국가인 고구려를 계승하고 있는 한국사에 대한 부당한 침략”이라고 규탄한다.

그 결과가 국가가 지원하는 ‘고구려연구재단’의 발족이다. 이리하여 고구려사라는 과거가 한국과 중국 중 어디에 ‘귀속’하는가를 둘러싼 논쟁으로 치닫고 있다.

군국주의 역사학의 망령

근대의 발명품인 민족·국민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도 않았던 고구려사에 민족·국민국가인 한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의 욕망이 투영되는 한, 이 역사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전쟁은 국가주권의 이름 아래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1차원의 선(線)인 ‘국경’과, 하나의 역사적 세계나 거주 가능한 구역이 확장하는 가운데 자연발생적으로 나타난 2차원의 지대인 ‘변경’을 혼동하는 데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근대 민족·국민국가의 정치·군사적 경계로서의 인위적 국경 개념을, 다양한 문화가 교류하고 전이되는 유동적 공간으로서의 전근대적 변경에 뒤집어씌운 것이다.

중화인민공화국의 국경 안에 포섭된 모든 지역의 역사를 자국의 지방사로 간주하는 중국의 공식적인 역사해석이 그 대표적인 예다. 변경의 자율적 존재를 부정하고 현재의 국경선을 ‘역사주권’의 기준으로 삼는 중국의 공식적 역사해석으로 미루어볼 때, 고구려사를 중국의 지방사로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임나일본부를 근거로 한국에 대한 제국 일본의 지배를 정당화하고자 했던 식민주의 사관도 같은 맥락에 서 있다. 그러나 ‘임나일본부’나 ‘동북공정’에 대항해서 한반도와 중국동북부에 대한 ‘역사주권’을 지키려는 한국 주류학계의 반발도 이러한 역사인식을 공유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근대 민족·국민국가의 논리인 ‘국가주권’을 ‘역사주권’으로 탈바꿈하는 논리가 전제되는 한, 과거에 대한 해석을 둘러싼 이들의 대립은 동전의 양면일 뿐이다.

문제는 이 논쟁이 단순히 역사논쟁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21세기 동아시아 공동체의 관점에서 볼 때 이 역사논쟁은 정치적 오만에서 비롯된다. 이들은 자국중심적인 ‘내셔널 히스토리=국사’의 틀을 고집함으로써, 역사논쟁을 국가적·국민적 경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역사라는 과거를 둘러싼 논쟁이 현재의 국가적 경쟁을 촉발하고 냉전체제를 조성하며 동북아에서 한·중·일 각 국가권력의 민족주의적 혹은 국민주의적 헤게모니를 강화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그것은 21세기 동북아시아가 요구하는 수평적이고 자발적인, 밑으로부터의 평화와 연대를 위한 역사인식이나 역사서술과는 거리가 멀다. 그 모습을 보노라면 마치 한반도와 중국동북부 지배를 역사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해 ‘일선동조론’이나 ‘임나일본부설’ ‘만선사론’ 등을 내세워 국가와 민족·국민에 복무한 제국 일본 역사학의 망령들을 보는 듯하다.

6개국 역사학자의 ‘고구려사’ 구하기

세계화의 파고 속에서 제국 일본의 망령들이 그 모습을 바꾸어 나타난 일본의 네오내셔널리즘 세력은 한·중 간 ‘역사전쟁’을 주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국가·국민간의 냉전체제가 지속되는 반목과 갈등의 과거를 증폭시켜, 제국 일본의 망령들을 불러내고 동북아시아 시민사회의 평화와 연대를 저지하는 동북아시아의 ‘역사전쟁’으로 변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지는 않을까. 나아가 독도(죽도),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 남부 쿠릴 열도 또는 치시마 열도 등의 영유권을 둘러싼 동북아시아 각국의 해묵은 영토·국경분쟁이 이 역사전쟁과 쌍을 이룰 때, 동북아시아의 평화는 위태로워지고 시민들의 삶은 위협받게 되지 않을까.

왜냐하면 한·중간 역사전쟁이나 각국 간의 영토·국경 분쟁에서 각국은 항상 자국의 주장을 과거라는 역사를 근거로 정당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소장 임지현) 창립기념으로 4월23~24일 개최된 국제심포지엄 ‘근대의 국경, 역사의 변경(Frontiers or Borders)?’은 다가오는 동북아시아의 ‘역사전쟁’ 구도를 과거에 대한 인식론적 전환을 통해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연대를 위한 코드로 바꾸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한국의 임지현·김한규, 영국 웨일스의 크리스 윌리엄스, 리투아니아의 리나스 에릭소나스, 일본의 이성시, 오스트레일리아의 테사 모리스-스즈키, 타이완의 왕밍커 등 6개국 역사학자들이 ‘역사적 변경’이라는 키워드로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촉발된 한·중간 고구려사 논쟁을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찾고자 했다. 발표자들은 각기 다루는 지역과 시대가 다름에도 ‘내셔널 히스토리=국사’의 관점에서 벗어나 고구려사에 대한 동북아시아 공통의 이해의 접점을 만드는 데 필요한 역사인식과 역사서술의 대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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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환무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 hkwh@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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