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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 고발

“변호사는 ‘리콜’ 안 되나요?”

서민 울리는 불성실, 불친절, 비전문…

  • 글: 강지남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layra@donga.com

“변호사는 ‘리콜’ 안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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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에 무지한 서민이 법정에 나설 때 유일한 우군은 변호사다.
  • 그런데 스스로 선임한 변호사와 법정 안팎에서 분쟁을 벌이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변호사의 부실 변론과 불성실한 행위로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고 하소연한다.
“변호사는 ‘리콜’ 안 되나요?”
토론회가 어수선해졌다.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방청객들은 앞다투어 마이크를 부여잡고 억울한 사정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이를 말리려는 사회자와 한마디라도 더 하려는 방청객 사이에 몇 차례 고성이 오갔다.

“법조인 가중처벌법을 만들라!”

누군가가 소리지르자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지난 6월3일 서울 광화문 서울문화회관 컨퍼런스홀. 시민단체 공권력피해구조연맹이 ‘변호사 피해 진상보고서’ 발간 기념으로 마련한 토론회는 결국 이렇게 끝났다.

Y씨도 남편과 함께 이날 토론회에 참가했다. 3시간 내내 말없이 토론회를 지켜보던 Y씨 부부는 기자와 마주앉자 눈물을 글썽였다.

“승소금 받아주겠다며 6년이나 기다리게 하던 변호사가 이제 와서 없던 일로 하잡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1993년 Y씨가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시작된 지난 11년간의 이야기는 이렇다.

Y씨는 지방의 한 소도시에서 작은 양품점을 운영하면서 동료 상인들과 모 운송회사의 24인승 승합차를 빌려 타고 옷감을 사러 서울 동대문시장을 오가곤 했다. 1993년 6월, 서울에서 돌아오던 길에 승합차가 전복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Y씨는 장이 파열되고 어깨와 팔이 부러지는 등 큰 부상을 입고 6차례나 수술을 받아야 했다.

“회사 부도 났으니 없던 일로…”

8개월간 입원치료를 받고 지체장애 6급 판정을 받는 등 경제적으로나 심정적으로나 지쳐있던 Y씨 가족에게 1996년 운송회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는 희소식이 전해졌다. Y씨는 배상금 7800만원을 받으면 미뤄오던 추가 수술도 받고 살림에도 좀 보탤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Y씨는 8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푼의 배상금도 받지 못했다.

“승소금의 30%를 지불하기로 하고 수도권의 모 변호사를 선임했습니다. 승소한 다음 변호사 쪽에서 배상금을 받아다준다고 하길래 인감 등을 맡기고 기다렸지만 소식이 없었어요. 사무실로 찾아가니 ‘두 달만 기다려라. 연이자가 25%나 되니 늦게 받을수록 이득 아니냐’고 했습니다. 그후 6년 동안 한두 달에 한 번씩 찾아갔습니다. 먼 거리를 수십 번은 왕복했지요. 그때마다 ‘좀더 기다려보라’고만 했습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온 것은 승소한 지 5년이 넘은 2001년 9월. 변호사측은 “운송회사가 부도가 나 돈 받을 길이 없으니 없던 일로 하자”고 했다. 당시 받아야 할 배상금은 이자까지 포함해 1억4000만원. 2000년에는 일주일 동안 직접 전국을 돌며 이 운송회사 소속 차량등록부 240부를 떼어다 150만원의 차량 압류비용과 함께 변호사 사무실에 넘겼고, 두 달 전에는 7월말까지 배상금을 받아내기로 약속하며 변호사측과 배상금을 50:50으로 나눈다는 합의서까지 썼는데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만 것이다. 너무 어처구니없어 변호사와 운송회사 사이에 ‘뒷거래’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들었다.

“그래놓고도 사무장은 ‘이 사건으로 추후 어떠한 민·형사상 소송이나 진정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에 서명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기막힐 노릇이죠.”

현재 Y씨 부부는 공권력피해구조연맹의 도움을 받아 변호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준비중이다. 하지만 변호사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Y씨가 일방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며 “여러 차례 노력했으나 배상금 집행을 하지 못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변호사 불출석으로 소송 취하

변호사의 부실 변론과 불성실한 행위로 피해를 당했다는 사람들의 원성이 빗발친다. 공권력으로부터 피해를 당한 사람들을 위해 구조활동을 펴고 있는 공권력피해구조연맹(이하 공구련)에는 각종 민·형사상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했지만 변호사의 잘못으로 패소하거나 아예 사건이 기각되는 등의 피해를 당했다는 하소연이 줄을 잇는다. 공구련을 이끄는 조남숙 단장은 “1999년 이후 50여명의 ‘변호사 피해자’에 대해 선임료 반환 등의 구조활동을 벌여왔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변호사로 인한 피해 형태는 여러 가지다. 부실하거나 불성실한 변론행위, 잘못된 소송 제기, 승소 불가능한 사건 수임, 과다한 수임료 청구, 정확한 법률정보 미전달 등이 주요 내용. 그 결과는 패소나 기각, 소송취하로 이어진다. 앞서 소개한 Y씨처럼 승소하고도 배상금을 받지 못하는 피해를 당하기도 한다. 조 단장은 “재판에서 패소하고 나서야 변호사 과실을 깨닫고 법무부와 대한변협 등에 진정을 냈지만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찾아오는 사람이 대다수”라고 말한다.

건축업자 J(67)씨는 “변호사의 불성실한 태도로 인해 패소했다”고 주장한다. 사건을 맡긴 변호사가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항소심이 쌍불취하된 것. 쌍불취하란 당사자가 변론기일 중 2회에 걸쳐 출석하지 않거나, 출석해도 변론하지 않을 경우 소(訴) 취하로 간주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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