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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논쟁|분배냐 성장이냐

사회복지 확충하면 빈부격차 줄고 일자리 는다

분배는 가장 중요한 성장전략

  • 글: 김용익 대통령 자문 고령화 및 미래사회 위원장·서울대 의대 교수

사회복지 확충하면 빈부격차 줄고 일자리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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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득 분포의 악화가 소비 부진을 낳는다. 고용 불안정으로 노후 대비에 불안을 느낀 사람들이 지출을 줄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흡한 사회보장제도는 내수 기반 위축으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이제 분배는 가장 중요한 성장 전략이다.
사회복지 확충하면 빈부격차 줄고 일자리 는다

비정규직 확대, 구조조정의 여파 등으로 소득분포는 계속 나빠지고 있다.

최근 들어 경제의 어려움에 대한 걱정이 늘고 있다. 다행히 투자가 늘어나는 조짐이 하나둘 나타나고 있고, 중국과 미국의 최근 동향도 장기적으로는 우리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남북관계와 교류도 회복돼가고 있는 중이다. 물론 고유가는 상당기간 우리 경제에 큰 짐이 될 전망이다. 현재의 경제 상태가 위기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이 한국 경제의 현주소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함은 누구나 동의하는 바일 것이다.

최근 우리 경제지표를 보면 모순이 두드러진다. 수출은 사상 최고의 호조를 보이는 반면 내수는 극심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민가계의 상당수가 과다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고 건전한 가계마저 소비를 최대한 축소하고 있음에도 일부 부유층의 고급품 소비와 해외소비는 오히려 늘고 있다.

기업의 투자 부진이 지표상에 명백히 나타나고 있지만 한편에선 거대한 가용자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해 부동산과 주식 시장을 떠돌고 있다. 고학력 청년층의 취업률은 낮아지고 있으나 상당수의 중소기업은 구인난을 호소하고 있다. 고임금과 경직된 노동시장이 기업경영의 어려움으로 지적되는가 하면 이미 절반을 넘어섰다고 하는 비정규직의 저임금과 고용불안은 또 하나의 사회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이렇게 모순된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우리 경제의 현 상황을 이해하는 지름길이 될 듯 싶다.

돈은 많은데 투자는 부진하고

무엇보다도 소비의 부진이 가계소득의 전반적인 저하가 아니라, 소득 분포의 악화에서 기인한다는 점에서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 1998년 외환위기로 소득수준과 분포가 크게 악화되었음은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다. 그후 전반적인 소득수준은 회복되었지만 소득분포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니계수는 1991~97년간 0.281~0.291 사이에 분포하다 1998년 이후 0.312~0.32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분위 계층 소득/5분위 계층 소득’의 비는 2002년 현재 5.36이다. 국부의 많은 부분이 상류층으로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내수의 기본주체가 되는 서민, 중산층 가계의 소비가 부진함에도 일부 계층의 고급 소비가 늘고 있는 현상을 이로써 설명할 수 있다. 더욱이 교육비, 주거비, 의료비 등 가계의 경직성 지출요인 비중이 커지고 고용의 불안정으로 노후 대비에 불안을 느끼게 된 가계가 지출을 줄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내수 부진의 구조가 이러함에도 김대중 정부 말기에 단기 소득부양책으로 추진된 가계신용의 과다한 팽창은 이제 후폭풍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소득분포가 왜 악화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가계의 가처분소득은 시장소득을 기본으로 형성되고 정부의 이전지출에 의해 교정된다. 우리나라의 조세와 사회보장기구가 소득재분배 효과를 가지지 못한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져 있다. 유경준(KDI)의 연구에 의하면 2000년 시장소득의 지니계수는 0.374인데, 가처분소득의 지니계수는 0.358로 큰 차이가 없었다. 미국에서조차도 재분배 시스템에 의해 지니계수는 0.411에서 0.335로 개선된다. OECD 평균치는 0.380에서 0.272로 변화한다. 그러나 이전지출의 소득재분배 효과가 최근 들어 더 악화되었다는 보고는 없다. 다만 원래 나빴던 상태가 고쳐지지 않고 있을 뿐인 것이다.

비정규직의 확대

소득분포가 나빠진 원인은 주로 시장소득의 분배 악화 때문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첫째는 비정규직의 확대이다. 한국에서 비정규직이라는 말은 고용불안 및 저임금 노동자와 동의어로 쓰이고 있다. 이것이 문제이다. 계약직 고용형태가 일반화된 선진국에서 비정규직은 임금차별의 고통을 겪지 않는다. 고용불안도 경기가 후퇴할 때 문제가 될 뿐 비정규직이라는 사실 자체만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즉 고용과 해고가 유연할 뿐이며 노동자의 입장에서도 취업과 이직이 자유롭다. 실업률이 상당히 높음에도 이렇게 유연한 고용이 가능한 것은 고용보험이 이직과 취직 사이에 놓인 과도기의 생활을 뒷받침해주고 동일노동-동일임금의 대원칙이 준수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비정규직이 확대되면서 이들에게 정규직보다 크게 낮은 임금이 적용되고, 건강보험 산재보험 등 사회보장제도에서도 제외되면서 사회적 혜택의 사각지대로 빠져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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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용익 대통령 자문 고령화 및 미래사회 위원장·서울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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