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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사의 학습혁명 체험기

국어책 내리 3번 읽기, 90분 연속수업, 학급 영어캠프 완전·완성학습에 기초실력 쑥쑥

  • 글: 박덕규 교육학 박사·전 한국교육개발원 기획처장 sampopak2003@yahoo.co.kr

초등학교 교사의 학습혁명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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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년 6월 21년간 일한 한국교육개발원의 정년퇴임을 앞두고 나는 초등학교 기간제 교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마지막 휴가를 이용해 내가 유학한 독일과 이웃나라 프랑스와 영국의 초등학교를 관찰하고 자료를 수집하는 등 세심하게 초등교사로서의 새출발을 준비했다. 기간제 교사였지만 학교측의 배려로 담임을 맡게 됐고 여학생 5명, 남학생 6명인 삼포초등학교 4학년과 만났다.
초등학교 교사의 학습혁명 체험기

할아버지 선생님과 11명이 전부인 4학년 교실. 겨울방학 중 모습이다.

모나리자의 미소를 지닌 장래 교수 예은이, 작곡가를 꿈꾸는 백설공주 해리,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되겠다는 혜진이, 오보에 같은 웃음의 소아과 의사 슬기, 새로 맞춘 안경 속에서 반짝이는 눈빛이 영롱한 한국의 빌 게이츠 현주, 늠름한 장군이 될 남일이, 침묵의 실천가로 국민 기업가가 꿈인 건희, 오빠부대를 이끌며 다닐 탤런트 상현이, 유엔 사무총장을 목표로 영어공부에 열심인 이레, 대한민국 유도 금메달리스트 감인 동심이, 한국의 스프린터로 자랄 날쌘돌이 연수. 이 11명의 아이들이 지난 한 학기 동안 나의 학습혁명 동반자였다.

강원도 홍천군 화촌면에 있는 삼포초등학교는 홍천강을 건너 그리 넓지 않은 들판을 지나 중학교가 있는 작은 마을을 1km쯤 달리면 왼쪽으로 보이는 학교다. 지난해 여름 나는 이 학교 기간제 교사로 부임했다. 인천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잠시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한 것이 나의 교직생활 전부. 독일 유학 후 줄곧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연구와 강의활동만 해온 내가 60세에 기간제 교사를 자청한 것은 모험이었다. 그러나 ‘교원의 자질향상과 처우개선’ ‘교원의 소양과 자기계발의 이론과 실제’ ‘올인교수법’ ‘교원 표준 수업시수 설정연구’ 등 이론 중심의 연구를 현장에서 적용해볼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아이들과의 첫 만남은 2003년 7월19일 여름방학식날 이루어졌다. 인사도 할 겸 부모님들께 드리는 편지를 나누어주기 위해서였는데 예상 밖으로 아이들이 간단한 영어인사에도 반응을 못하는 것을 보고 특별 방학숙제를 내기로 결심했다. 초등학교에서는 3학년부터 1주일에 1시간씩 영어 말하기와 듣기를 가르친다. 그러나 언어습관이 몸에 배어 있지 않은 아이들은 말문이 터지지 않은 상태였다.

아이들에게 이솝우화 ‘여우와 두루미’를 각색한 영어대본을 나누어주었다. 학기 중 교재로 쓰려고 준비한 것인데 방학 동안 미리 읽어오라는 취지였다. 영어단어에 익숙지 않은 아이들을 위해 우리말 발음과 해석을 달았더니 A4용지로 10쪽 가량 됐다. 그리고 부모님께 담임의 편지를 전달하도록 했다. 편지에는 다음과 같이 방학 중 과제를 적었다.

이런 식의 공부는 어른도 아이도 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이 방법은 장기기억법 학습으로 국어의 읽기, 말하기, 듣기, 글짓기의 기본이 되는 개념형성, 사고력 증진, 글의 이해력 증진, 언어 표현력 강화, 고급국어 문화 형성 및 발성 연습 등을 한꺼번에 키워준다. 단 반드시 쉬지 않고 연속적으로 3번 읽는 것이 중요하다. 읽는 도중에 조바심하여 중단해서는 안 된다. 또 부모님들께 공부하지 않을 때는 반드시 밖에 나가서 놀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는 공부할 때와 놀 때를 분명하게 구분 짓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서였다.

주관식 평가에 취약한 아이들



한편 2학기 개학은 8월25일인데 욕심 같아서는 새로운 교수법의 적용을 위한 준비적응기간으로 개학을 1주일 앞당기고 싶었다. 그러나 다른 학년과의 형평성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학생들의 가정도 살피고 방학숙제를 점검할 겸 가정방문을 시작했다. 8월13일 일찌감치 학교관사로 이사를 했다.

가정방문을 하면서 숙제를 다 한 아이가 2명밖에 없음을 알았다. 나머지는 아예 숙제를 건드리지도 않았다. 개학 전 학생들의 수준을 점검하기 위해 실시할 예정이었던 학력·체력 진단테스트는 결과를 보지 않아도 뻔했다. 어쨌든 개학 이틀 전인 8월23일 예정대로 4학년생들을 학교로 모이게 해서 진단테스트를 강행했다. 문제는 학생들이 이미 배운 4학년 1학기 교육과정을 참고로 내가 직접 출제했다. 결과는 비관적이었다.

이 시험은 2003년 4월, 친구가 교장으로 있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한달간 수업참관을 하며 수집한 시험지와 각종 학습지를 참고해서 주관식과 선택형 문제 비율을 50 대 50으로 해 출제한 것이다. 〈표1〉에 나타난 최저 점수는 거의가 선택형 문제에서 얻은 점수였고, 그나마 아이들에게 하나하나 되물은 결과 우연히 찍어서 맞힌 것이었다.

국어는 주로 지문을 읽고 답하는 문제와 의견을 3줄로 쓰는 문제를 출제했고, 수학은 선택형이라 해도 계산을 바탕으로 풀어야 하는 것이었다. 단순한 덧·뺄셈과 곱·나눗셈을 손가락 계산을 하고도 틀린 경우가 2명, 손가락 계산은 아니지만 4학년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아이가 1명 있었다. 과학시험은 3학년과 4학년1학기 실험관찰 내용만 출제했고, 사회는 내 고향에 관한 문제를 중심으로 냈다. 예·체능 교과는 이론과 실기를 50%씩 반영했고, 영어는 회화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듣기와 말하기 중심으로 출제했는데 〈표1〉에도 나타났듯이 평균 24점이라는 난감한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개학과 동시에 학교 차원에서 실시된 진단테스트 결과는 뜻밖이었다. 외부 시험지로 치렀는데 영어를 제외한 학급 평균성적이 75점이나 됐다. 문제는 모두 선택형이고, 예·체능은 이론 시험문제 10개씩 출제됐다. 성적을 연구부장에게 보고한 후 시험지를 가지고 다시 꼼꼼히 확인해본 결과 이를 학생들의 실력으로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4명을 제외하고는 거의가 찍어서 맞춘 성적이었다. 그래서 이 수준에서 좀 쉽게 출제한 제2차 자체 진단평가를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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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덕규 교육학 박사·전 한국교육개발원 기획처장 sampopak2003@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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