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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올림피아드 메달리스트들의 공부 비법

“어려운 문제 풀었을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원동력”

  • 글: 장옥경 자유기고가 writerjan@hanmail.net

수학올림피아드 메달리스트들의 공부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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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4 올림픽이 막을 올리기도 전에 아테네에서 ‘메달 풍년’ 소식이 들려왔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제45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참가한 6명의 한국학생 전원이 메달을 획득한 것. 이 수학천재들은 대다수가 ‘어렵다, 재미없다, 싫다’고 하는 수학이 “밥도 잠도 잊을 만큼 좋다”고 말한다.
수학올림피아드 메달리스트들의 공부 비법

2004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메달을 획득한 대표선수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성윤, 송용수, 정영헌, 조세익, 이승명, 박두성군(월계관을 쓴 학생들).

“생명과학, 사회과학, 생태과학은 거대한 데이터베이스로 폭발하기 일보직전의 상태입니다. 풍부한 정보를 조화롭게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수학적 사고를 개발해야 합니다.”

생물학자이자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사무총장인 리타 콜웰(Rita Colwell)은 수리과학분야 연구비를 5년 내에 4∼5배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미래의 테크놀로지를 이해하고 제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수학적 이론 생산이 관건이라는 것.

한 나라의 수학실력은 그 나라의 경제력 순위와 정비례한다고 했던가. 이미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은 국가적 지원하에 수학의 체계적인 연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는 이제 ‘과학의 시대’를 넘어 ‘수학의 시대’에 진입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형편은 어떤가. 수학이라면 일단 ‘가까이 하고 싶진 않지만, 시험 성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부해야 하는 의무방어의 과목’이란 생각이 대부분일 것이다. 수능시험만 끝나기를 벼르다가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수학 책을 휴지통에 쑤셔넣는 학생도 부지기수다. 국가에서도 별 무관심이다.

이러한 ‘수학 포비아’의 분위기 속에서 지난 7월4일부터 18일까지 그리스 수도 아테네에서 열린 제45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International Mathematical Olympiad, IMO)에서 우리나라 대표선수 6명 전원이 메달을 획득하고 종합순위 12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올렸다. 이승명(휘문고 3년), 김성윤(서울과학고 2년)군은 42점 만점에 각각 35점, 32점을 얻어 금메달을 차지했고, 송용수(중동고 2년), 박두성(경기과학고 1년)군은 은메달을, 정영헌(서울과학고 1년), 조세익(중동고 2년)군은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들은 지난해 3차례에 걸쳐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 시험을 치른 끝에 3000여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대표선수로 선발됐다.

이들은 한결같이 “수학이란 공부하면 할수록 너무나도 재미있는 학문이며 수학처럼 흥미진진한 학문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어떤 문제는 풀기까지 짧게는 3∼4시간, 길게는 며칠씩 걸리기도 해요. 하지만 그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아요. 답을 얻어낼 때까지 문제풀이 삼매경에 빠지게 되니까요. 드디어 해답을 얻었을 때는 ‘유레카’를 외친 아르키메데스의 심정을 알 것만 같습니다.”

금메달을 획득한 이승명군의 말이다.

수학에서 희열을 느끼고 인생의 보람을 얻는다는 이 학생들은 보통사람의 눈에 ‘이단아’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들은 머리구조가 남과 다를까? 정말로 남보다 뛰어난 머리를 가졌기에 수학을 잘하는 걸까?

6세 때 ‘296×2’ 풀어

“수학을 잘하려면 어느 정도 재능이 필요하지만, 그 재능이 꼭 타고나는 것만은 아닙니다. 수학을 친숙하게 생각하면서 자주 접하고 시간을 많이 할애하면 자연스럽게 재능을 가지게 되는 것이죠.”

이번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참석했던 대한수학회 조용승 회장(이화여대 교수·56)은 책상 앞에서만이 아니라 걸을 때나 밥 먹을 때나 또 잠자리에 누워서도 수학에 관심을 갖고 많이 생각한다면 능력을 뛰어넘는 수학 재능을 얻게 된다고 말한다. 메달리스트 학생들의 어린 시절 얘기를 들어보면 조 회장의 말을 수긍하게 된다.

“네 살 무렵부터 엄마에게 덧셈과 뺄셈을 배웠어요. 엄마는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그냥 걷지 않고 ‘하나, 둘, 셋…’하면서 숫자를 알게 했어요. 사탕을 줄 때도 ‘사탕 다섯 개가 있는데 두 개를 친구한테 주면 몇 개가 남지?’라고 묻는 식이었어요.”

김성윤군은 엄마와 함께 ‘숫자놀이’를 하면서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수학에 친근감을 가지게 됐다고 말한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로는 엄마가 사다준 수학문제집을 풀었다. 엄마는 채점을 해주면서 맞힌 문제는 칭찬해주고 틀린 문제는 왜 틀렸는지 김군과 함께 궁리하곤 했다. 김군은 엄마와 함께하는 수학공부가 매우 즐거웠다고 한다. 김군의 어머니 노점숙(47)씨는 아들의 수학적 재능을 여섯 살 무렵 알아챘다고 한다.

“성윤이가 여섯 살 땐데, 다섯 살 위인 누나가 곱셈공부를 하는 것을 보고 ‘엄마, 곱하기가 뭐야?’라고 물었어요. 원리를 가르쳐줬더니 296×2 같은 문제를 금세 풀어서 깜짝 놀랐죠. 어떻게 답을 구했냐고 물으니까 먼저 ‘300×2’를 한 수에서 ‘4×2’를 뺐다는 거예요.”

노씨는 아들이 산수문제를 풀 때 항상 곁에 있으면서 채점을 해주었는데, 흥미를 더하기 위해 약간의 쇼맨십을 발휘했다고 한다. 100점을 맞았을 때는 동그라미를 아주 크게 그려주면서 “엄마는 이 문제 모르겠어. 어떻게 했니? 우리 아들 최고!”라며 칭찬해주었다고. 문제를 틀리면 지우개로 틀린 답을 지우고 “다른 생각을 한 모양이네”라며 다시 풀게 했다. 김군이 중학교에 입학한 후에도 그날 배운 것을 물어보면서 “얼만큼 풀었니? 이렇게 어려운 문제도 풀다니, 신통하다!”라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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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옥경 자유기고가 writerj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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